호텔마다 개성 넘쳐…막걸리 이용 발효법 직접 개발도
시중 제품보다 더 두텁고 풍성…오후엔 일찌감치 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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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라호텔의 제과점 '패스트리 부티크'는 명품매장 같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다. |
최근 들어 시내 곳곳에 수준 높은 빵과 케이크류를 판매하는 제과점이 우후죽순 등장했지만 불과 10년 전만 생각해 봐도 호텔 베이커리의 위상은 독보적이었다.
신라호텔이 자랑하는 제과점 ‘패스트리 부티크’에 들어서면 명품 보석매장을 빼닮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먼저 눈에 띈다. 가장 앞줄 쇼 케이스에서 화려한 컬러를 뽐내는 주인공은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마카롱’이다. 마카롱은 아몬드가루, 밀가루, 달걀흰자, 설탕으로 만드는 지름 5㎝ 정도의 프랑스 고급 과자다. 신라호텔의 마카롱은 프랑스 파리에서 마카롱 달인으로 꼽히는 피에르 에르메를 직접 데려와 그 기술을 녹여낸 명작으로 꼽힌다. 롯데호텔 서울의 베이커리 ‘델리카한스’ 역시 최근 지하에서 1층으로 올라오며 바로 옆 면세점보다도 화려하게 변신했다. 프랑스, 일본 등 제과 선진국의 수준에 맞춰가는 ‘명품화’로 귀결되는 것이 최근 호텔 베이커리의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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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베이커리에서 판매되는 '초특급 단팥빵'들. 왼쪽 부터 롯데호텔의 '롯데 앙꼬빵', 신라호텔 '앙금빵',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의'쌀로만든 단팥빵',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 '단팥빵'. |
단팥빵은 일본이 고향이다. 서양에서 들어온 빵과 중국의 바오즈(包子·팥소가 들어간 찐빵)를 합쳐 놓은 것이 일본의 ‘앙팡((アンパン)’이다.
매일 아침 10시30분이 되면 롯데호텔서울 1층 ‘델리카한스’에 개당 3000원짜리 ’롯데 앙꼬빵‘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스트 대신 천연 발효제인 막걸리를 사용해 만든 이 제품은 하루에 100개 정도 만든다. 워낙에 팬들이 많아. 내놓으면 1∼2시간에 다 팔리기 때문에 오후에 오는 손님들을 배려해 매장에는 소량씩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술 막걸리를 이용해 만든 단팥빵은 일본인 제과장의 손에서 나왔다.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파티세로 유명한 토미가와 씨는 2007년부터 롯데호텔의 빵을 책임져왔다.
그는 “막걸리를 이용해 만든 빵은 상온에서도 쉽게 딱딱해지지 않아 부드러움을 유지하기 때문에 소화도 더 잘되고, 맛이 좋은 것은 물론 부드럽게 으깬 호두와 팥으로 속을 가득 채워 넣어 다이어트와 건강에 관심이 많은 한국 고객들에게 웰빙 간식으로 사랑받는 것 같다”며 인기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발효 과정에 힘입어 폭신한 식감과 팥의 형태를 없앤 앙금을 사용해 부드러운 맛을 강조했다. 거기에 옛날에 시골에서 먹던 술빵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은은한 막걸리 향이 더해져 중장년층 고객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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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컨티넨탈 단팥빵의 속이 꽉찬 모습. |
도쿄 긴자에서 먹을 수 있는 일본식 앙팡과 가장 비슷한 맛의 빵을 파는 호텔은 스위스인 제과장이 주방을 책임지는 그랜드 하얏트의 델리다. 아담한 크기부터 일본식이고 쫄깃쫄깃한 빵 맛이나 앙금의 형태까지 일본의 그것과 가장 비슷하다. 하루에 180∼200여 개 구워내는 이곳 단팥빵 역시 손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크기가 작은 대신 2개를 한 봉지에 담아 파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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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의 '1+1 단팥빵' |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의 단팥빵은 밀가루 60g 당 팥이 140g 정도 비율로 들었을 때 묵직한 느낌이 든다. 거기에 노란 통밤 하나가 올라가 풍성함을 더한다. 이곳의 단팥빵 역시 동나기 일쑤라 단골들은 미리 예약을 하고 가져간다.
그랜드 앰배서더호텔은 단팥빵과 크림빵의 매출이 쌍벽을 겨룬다. 이곳의 크림빵은 야구 글러브를 연상시킬 정도로 두텁고 풍성하기로 유명하다. 입안에 확 퍼지는 부드러운 식감의 비밀은 커스터드 크림과 생크림을 배합하는 것으로 크림빵의 본고장 일본 파티세들도 즐겨 쓰는 숨겨진 테크닉이다.
이처럼 특급호텔 단팥빵은 단일 품목으로 연간 1억을 훌쩍 넘는 매출을 내는 효자 상품이다. 저마다 남다른 개성을 뽐내지만 공통점도 있다. 첫째로는 시중 빵집 제품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무겁다는 것, 그리고 오후 시간이 되면 일찌감치 동난다는 것이다.
전경우 기자 ju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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