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야구 롯데 더그아웃의 분위기는 싸늘하기 그지없다. 과거의 활기차고 떠들썩하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유는 역시 팀의 총체적인 타격 부진 탓. 특정 선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체 타선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1일까지 롯데 팀 타율은 2할2푼7리로 8개 구단 중 7위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자 김무관 타격코치 역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급기야 입에 대지도 않던 술은 물론, 10여 년간 끊었던 담배까지 다시 찾았다.
양승호 롯데 감독은 21일 경기를 앞두고 전날 경기후 가진 긴급 회동에서의 일화를 밝혔다. 양 감독은 “어제 지고나서 김무관 코치님과 함께 팀 클린업트리오를 따로 불러 식사를 했다. 팀에서 지금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사람들 아닌가. 함께 저녁을 먹으며 스트레스도 풀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 지 듣기 위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조성환과 홍성흔, 이대호 등은 특유의 넉살을 보였다. 양 감독이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라고 묻자, 이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타자들이 더 잘 하려다보니 안 맞는 것 같습니다”고 입을 모았다.
타자들의 타격에 관한 책임을 지고 있는 김무관 코치 역시 이런 분위기 속에 맥주 두 잔을 마셨다. 보통 사람들에게 맥주 두 잔은 아무렇게나 마실 수 있는 양. 그러나 체질상 몸에서 전혀 술을 받지 않는 김 코치에게는 의미가 다른 양이다. 양승호 감독은 “김 코치님은 ‘술 냄새만 맡아도 취한다’는 분인데, 어제는 두 잔을 드시더라”면서 “특히 이대호가 직접 맥주 한 잔을 따르며 ‘코치님, 이거 쭉 드시면 제가 내일 홈런 칠게요’라고 애교를 피우자 바로 한 잔을 비우셨다”며 “역시 이대호의 넉살은 대단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김무관 코치의 타는 속은 이대호의 애교로도 풀리지 않았나보다. 맥주를 마신 김 코치는 양 감독에게 갑자기 “담배 한 개비만 빌려주십쇼”라고 청하더니 지난 10년간 끊었던 담배에 불을 붙였다고 한다. 양 감독은 “얼마나 속이 타셨겠나”라며 멀리서 타자들을 지도하는 김 코치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10여 년 만에 담배까지 다시 찾을 만큼 답답해진 김 코치의 속은 대체 언제쯤 시원하게 풀릴 수 있을까.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worldi.com
<통합뉴스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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