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피겨 스케이팅 경향을 살펴보면 불가능한 도전은 아니다. 바뀐 규정이 고득점을 받는 데 유리하기 때문. 불과 2년 전, 김연아가 세계선수권에서 207.71점으로 우승하기까지 200점은 마의 고지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아시다 마오(일본), 조애니 로셰트(캐나다)가 지난해 200점을 넘긴 데 이어 안도 미키(일본)까지 올해 200점 대열에 합류, 1년 사이 가파른 점수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다.
사실 올 시즌을 앞두고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쇼트프로그램의 기존 8개 구성요소 가운데 최고 5점을 받을 수 있는 스파이럴 시퀀스를 제외해, 김연아의 성적은 불명의 기록이 되리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점프에 실패할시 감점 기준이 세분화 된데다, 고난도 점프의 기본 점수가 높아져 이를 상쇄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번 4대륙선수권에서 201.34점으로 우승한 안도도 기본점이 높아진 루프 점프를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연달아 성공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또 올 시즌부터 부족한 회전이 반 바퀴 미만이면 70% 기본점을 받을 수 있어, 2위 아사다가 예전보다 높은 점수를 확보한 것도 일례다. 여기에 가산점(GOE)이 과거보다 후하게 매겨지는 것도 한 몫했다.
사공경원 대한빙상경기연맹 경기이사는 “70% 이상의 점수가 예상 외로 만만치 않다. 대다수가 레벨4를 받아 변별력이 없었던 스파이럴이 빠진 부분을 메워준 면이 있다”면서 “ISU는 최근 국제대회에서 심판들에게 좋은 연기에 확실히 가산점을 주도록 강조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김연아가 이러한 특징을 공략해 2년 만에 세계선수권 정상에 복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린 기자 rpark@sportsworldi.com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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