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거 이용 1시간 30분 투어… '사합원' 등 중국인 삶 담겨
‘해외 골목여행’은 일본의 도쿄가 초강세다. 시내 대형 서점에 가보면 도쿄 시내 전체를 이 잡듯 세세하게 설명해 놓은 여행 가이드북과 에세이가 넘쳐난다. 특히 20대∼30대 여자들에게 아기자기한 감성이 가득한 도쿄의 뒷골목들은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다. 유럽의 옛 도시들도 골목여행에는 최고다. 도시국가들이 번성했던 유럽은 오래된 골목이 많고 이국적인 느낌도 강하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바로 달력이고 화보다. 그렇다면, 중국 베이징으로 떠나는 골목 여행은 어떨까? 기자는 주변 사람들에게 베이징으로 골목여행을 떠나보자고 지인들에게 권해 봤다. 그러자 곧바로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지저분하지 않아? 위험할 거 같고… ‘, ‘뭐 싼 맛에 한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베이징은 겨울에 춥고 공기가 나빠서 뚜벅이 여행자들에게는 죽음이야… ’, ‘뭐 볼 거 있다고 거기까지 가냐?‘라는 부정적인 대답만 돌아왔다. 심지어 ‘예전에 어떤 신혼부부가 중국에서 납치당해서 장기를 적출당하고 버려졌다… ’라는 끔찍한 괴담을 들려주며 만류하는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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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의 스카이라인은 급격히 변모 하고 있다. 왼쪽 특이한 모양의 건물이 CCTV 사옥이고 가장 높은 건물이 무역센터 3기 빌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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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핑몰 '슈마오 티엔지에 The Place'의 명물 길이 100미터가 넘는 거대한 전광판에는 베이징 젊은이들이 실시간으로 보내는 문자메시지가 표시된다. |
베이징 중심가에는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눈에 띄게 줄었다. 올림픽 이후 달라진 모습 중 가장 큰 변화다. 거지와 노숙자는 4박 5일 동안 지하도에서 딱 한 명 봤다. 겨울철 스모그 가득한 대기를 떠올렸지만 베이징의 겨울 하늘은 청명했다.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오히려 서울이 자전거와 오토바이로 넘쳐나며 노숙자 많고 공해가 심한 도시로 느껴 질 듯하다.
얼마 전 화재로 불탔던 CCTV(중국 국영방송)와 무역센터가 있는 시내 중심부는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와 비슷한 분위기다. 연평도 포격 여파로 조용한 서울과 다르게 베이징의 밤거리는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와 캐럴이 연말 분위기를 돋운다.
서울의 이태원격인 ‘싼리툰‘ 거리는 명품브랜드로 온몸을 휘감은 ‘스타일리쉬’ 한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싼리툰의 ‘차도녀’(차가운 도시의 여자)들은 카페에서 아이 패드를 들여다 보며 유유자적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어둠이 깔리면 물 좋은 클럽으로 직행한다.
▲ 스차하이에서 시작하는 베이징 골목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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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의 골목길은 특유의 신비로운 청회색빛이 감돈다. |
자전거를 이용해 만든 인력거를 이용해 1시간 30분 남짓한 투어를 하고 남은 시간은 도보로 천천히 동네를 둘러 보는 것이 좋다. 스차하이 주변에는 잘 보존된 후통과 사합원이 있고 카페와 각종 상점들이 들어서 한나절 관광코스로 이만한 곳이 없다. 자금성 등 주요 관광지와도 멀지 않다.
▲ '후통'에서 중국인의 일상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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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차하이는 최근 종영된 드라마 ‘도망자 Plan,B’의 촬영지였다. 이 카페 이외에도 이나영의 골목 격투신 등 다양한 장면이 이 지역에서 촬영됐다. |
문화대혁명 때 중국의 상징물이던 자금성조차도 마오쩌둥(모택동)에 의해 철거위기에 몰리다 저우언라이(주은래)의 만류로 살아남은 것을 보면 언젠가는 베이징에서 후통의 모습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곳에만 3000개가 넘는 골목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라는 조선족 가이드는 “길을 잃으면 여기 주민으로 눌러 살거나 인근 북한 대사관으로 안내되어 북송되거나 둘 중 하나”라고 겁을 준다. 서울의 북촌 정도를 생각하고 일정을 짠다면 큰 낭패를 보게 된다. ‘대륙의 골목’은 스케일이 다르다.
일반인 거주지역은 지붕과 벽을 청회색으로 발라야 했던 법이 있었기 때문에 골목은 신비로운 푸른빛이 감돈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할아버지, 우는 아이를 달래는 아낙네도 보이고 골목을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도 정겹다.
▲ 출세한 남자라면 '3처 4첩'은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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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채의 집이 마당을 둘러 싸고 있는 '사합원'의 내부 모습. |
이 주택들을 이해하는 키워드는 ‘음양오행’, ‘위계질서’ 그리고 ‘3처4첩’이다. 예부터 베이징에서 성공한 남자의 상징은 3명의 처와 4명의 첩을 거느리는 것이었다. 기자가 찾아갔던 양씨 가문의 저택 거실에는 어르신 자리와 주인마님 자리를 중심으로 도련님, 아가씨 자리가 배치되며 그 다음은 서열대로 처첩들의 자리가 늘어서 있다.
음양오행에서 가장 서열이 높은 북쪽 건물에는 어르신과 본처가 살고 해가 뜨는 동쪽 건물은 도련님 차지다. 아가씨는 서쪽에 산다. ‘서방님’이라는 말의 유래가 데릴사위가 살던 서쪽방에서 왔다는 것이 가이드의 설명이다. 남쪽에는 하인들이 주로 살았다.
거실에는 금붕어가 있는 어항이 있고 바닥에는 동전이 깔려 있다. ‘돈이 넘쳐서 남아돈다는 뜻’ 의미다. 속내를 좀처럼 비치지 않는 중국인의 성격을 닮아 대문은 굳게 잠겨 있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계약된 가이드를 동반한 관광객에게 개방하는 사합원도 있다.
대지 100평 남짓한 허름하고 오래된 집이지만 가격은 강남 최고급 아파트보다 비싸다. 얼마 전 배우 이연걸이 어머니를 위해 매입했던 ‘사합원’ 가격은 60억 원이었다. 이 집에는 화장실이 없다. 사방이 막힌 구조 탓에 환기가 되지 않아 집에 화장실을 두지 않았다. 집 근처 공동화장실을 이용하는데 아침마다 줄을 길게 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여자 화장실 앞에 남자들이 아침부터 줄을 선다는 것. ‘여존남비’ 시대로 변화한 현대중국 사회에서는 남편들이 부인을 위해 대신 줄을 서준다. 중국 공산화 이후 봉건적 사회 구조와 대가족 제도가 무너져 사합원이 유치원, 학교, 사무실, 공장, 식당이나 집합 주택으로 변모했던 모습처럼 남녀 관계도 예전 같지 않은 것이 베이징이다.
베이징(중국)=글·사진 전경우 기자 kwju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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