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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모습 전주 한옥마을 가다

입력 : 2010-10-25 08:18:35 수정 : 2010-10-25 08: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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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지붕 붉게 물들이는 노을… 밤이 더 아름다운 곳
뿌리에서 새순이 돋아 자식을 낳은 은행나무로 유명해진 이 나무도 전주 한옥마을내 은행나무길에서 만날 수 있다.
국내여행을 다니다 보면 밤에 마땅히 갈 곳이 없다. 대도시의 유흥가는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여행에 독이 될 뿐이고 경치 좋은 산자락이나 바닷가는 해가 떨어지면 정적만이 감돈다. 전주 한옥마을은 해질 무렵 찾아가도 아름다운 노을이 기와지붕을 물들이고 아기자기하게 자리 잡고 있는 카페들에 불이 켜지면 낮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여행객에게 다가온다. 풍남동 한옥마을에 숙소를 잡고 저마다 다른 모습의 골목길들을 느긋하게 산책하는 즐거움은 전주의 또 다른 매력이다.

▲한옥마을 달빛 기행

전주 풍남동 한옥마을은 이미 국제적인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골목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낯선 나라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관광안내소에서 나눠주는 뚜벅이용 지도를 손에 들고 이곳저곳 골목을 누비는 외국인들의 모습은 서울의 북촌, 인사동 일대에서 보던 그 모습 그대로다. 낮에는 인사동과 비슷하던 골목길들은 땅거미가 내려앉고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질 무렵 또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다. 보기 싫은 부분들은 어둠 속으로 감춰 지고 조명으로 강조된 아름다운 풍경들이 빛을 발한다. 
뾰족한 모양의 탐스러운 대봉감이 열려있는 모습도 골목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한옥마을의 중심은 오목대에서 경기전을 거쳐 전동성당까지 가는 도로인 ‘태조로’와 ‘은행로’가 만나는 교차점이다. 사거리를 중심으로 음식점, 문화체험장, 카페, 갤러리 등이 줄지어 늘어서 있어 아기자기한 밤거리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보기 싫은 네온사인과 간판들이 극히 절제된 일본 교토와 같은 분위기다.

카페들이 늘어선 거리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한적한 주택가들이 나온다.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하루를 멀다고 들어서고 있는 전주의 카페들은 서울 등 대도시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직접 볶아서 판매하는 커피전문점과 인근 지리산에서 채취한 수제 덖음차를 내놓는 찻집 등이 사이좋게 공존한다. 멋들어진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있고 채식 카레 등 독특한 메뉴를 취급하는 음식점도 있다. 그래도 이곳 저녁 메뉴의 주인공은 역시 한식, 그리고 그 정수를 모아놓은 전주 한정식이다. 백번 집, 송정원, 전라회관 등 시내 곳곳의 한정식집과 함께 한옥마을 한복판에 있는 ‘갑기원’, ‘양반가’ 등이 유명하다.

해남 등 전라남도의 한정식에 비해 자극성이 덜하고 간이 세지 않은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보다 서민적인 맛을 원한다면 길 건너 남부시장에 가보자. 주말이면 수천 그릇씩 팔려나가는 피순대 등 전국구 유명 맛집들이 이 시장 중심으로 포진해 있다. 한옥마을 남쪽 끝으로는 로마네스크 양식이 고풍스러운 건축물 전동성당이 보인다. 1908년에 세워진 이 성당은 조명으로 불을 밝힌 밤에 보는 모습이 특히 아름답다. 

가게에서 맥주를 마신다는 뜻의 ‘가맥’은 전주의 독특한 음주 문화다. 갑오징어, 황태포 안주가 유명한 ‘전일슈퍼’는 전주의 가맥을 대표하는 집. 상호 ‘전일갑오’의 갑오는 갑오징어를 나타낸다.

▲주당들의 천국 전주

전주는 주당들의 천국이다. 이강주 등 전통주가 발달해 있고 맛깔진 안줏거리들이 가득하다.

저녁식사와 함께 술 한잔 걸치고 싶다면 삼천동 막걸리 골목으로 가는 것이 정답. 수십 개의 막걸리 전문점이 성업 중이고 전주 특산 막걸리를 주전자주전자 1만 5000원(두 번째부터 1만 2000원)로 판매한다. 스무 가지도 넘는 안주들이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 특징. 공짜 음식이라고 질이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웬만한 한정식집 부럽지 않은 수준의 메뉴들이 나오며 주전자가 바뀔 때마다 음식의 종류가 전체적으로 교체된다.

막걸리에 거나하게 취했지만 뭔가 아쉽게 느껴진다면 전주의 특별한 음주 문화 ‘가맥’을 체험해 보자.

‘가게에서 먹는 맥주’의 줄임말인 가맥은 ‘전일 슈퍼’ 등 동네 구멍가게에서 술꾼들에게 맥주와 함께 갑오징어 등의 안주를 제공하던 문화에서 기인한다. 주인아저씨가 커다란 쇠망치로 두드려 주던 갑오징어 안주가 이곳의 명물. 지금은 갑오징어 때리는 기계가 아저씨의 망치질을 대체 하고 있다. 시내 곳곳에 가맥을 즐길 수 있는 가게들이 있고 맥주 한 병은 딱 2000원만 받는다. 계란말이, 갑오징어, 황태포 등의 안주는 5000원∼1만3000원. 
한옥마을의 다양한 거리풍경. 카페와 갤러리 등이 속속 들어서 서울의 인사동·삼청동처럼 변화되고 있다.

해장은 당연히 콩나물 국밥. ‘전주 남문시장식’ 콩나물국밥은 펄펄 끓이는 삼백집 스타일과 다르게 뜨끈한 국물에 밥을 말아 내는 ‘토렴’ 스타일이다. 현대옥과 왱이집이 남문시장 스타일을 이끄는 집. 시장 안에 있던 현대옥은 주인 할머니가 가게를 넘기면서 최근 프렌차이즈화 됐다.

한옥마을에 숙소가 있다면 ‘왱왱거리는 벌소리’를 간판에 내걸어 벌떼처럼 손님이 몰리고 있는 ‘웽이집’을 추천한다. 시원한 콩나물 국밥 한 숟갈을 수란에 김가루와 함께 비벼서 계피 등 한약재가 가득한 모주와 함께 곁들이면 숙취 따위는 한방에 날아간다. 
로마네스크양식으로 아름답게 지어진 전동성당의 야경이 둥글게 떠오른 보름달빛을 받아 화려하게 빛난다.

▲한옥마을에서 보내는 느긋한 오후

낮에 한옥마을에 방문했다면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모셔진 경기전에 먼저 가는 것이 순서. 조선시대 왕의 초상화인 어진은 드라마 ‘바람의 화원‘을 통해 알려진 조선시대 회화의 정수다.

아쉽게도 직접 볼 수 있는 어진은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많이 사라졌지만 이곳에 11월 6일 어진박물관이 개관한다. 어진실과 전시실, 수장고 등을 갖추고 보물 제931호 태조 어진과 함께 봉안 반차도 등의 관련 유물을 보관, 전시하게 된다. 경기전을 중심으로 한옥마을 주변에는 한지만들기, 전통염색등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 공간들이 들어서 있다.

전주=글·사진 전경우 기자 kwju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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