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돼서 오히려 낯설고 신선한 사운드 담아내

“지난해 1월 셋째 김창익(드럼)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한 동안 여전히 동생이 살아있을 거란 공상에 빠져 지내곤 했어요. 그러다 각성을 하고 이번 앨범을 준비하게 됐어요. 물론, 형이 김창완 밴드로 산울림을 실질적으로 계승하고 있지만 그 동안 산울림을 사랑해줬던 팬들을 위해 보다 더 다양한 산울림의 음악을 들려드리기 위해 음반을 만들게 됐어요.”
막내 멤버 김창익이 사망하지 않았다면 김창훈의 앨범이 아니라 산울림의 열네 번째 앨범이 세상에 나왔을 것이다. 김창익의 부재로 사실상 산울림은 재기가 불투명해졌고 당초 산울림에서 상당한 음악적 비중을 차지했던 김창훈으로서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20여년 간 미국에서 기업가로 활동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을 한 시도 잊어본 적이 없었던 김창훈은 자신의 앨범을 준비하면서 농축된 열망을 담아냈다. 여기에 탄탄하게 구축된 록음악에 대한 노하우가 요즘 가요팬들에게는 신선하게 들릴만 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산울림이 데뷔하던 시절처럼 김창훈이 발표한 음반은 요즘 가요계에서 듣기 힘든 신선함을 담고 있다.
“저희가 처음 산울림으로 데뷔할 당시에도 가요계에는 쏠림 현상이 있었어요. 당시 트로트가 가요계의 주류 음악이었는데 저희가 들고 나온 사운드는 완전히 이상한 음악이었죠. 요즘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너무 음악이 시각화됐고 기계음악 위주에요. 그게 참 아쉬워요.”
주류에 쉽게 영합하는 뮤지션이 아니기에 김창훈처럼 젊은 정신의 소유자가 만든 음악은 뭔가 강렬한 이끌림이 있기 마련이다. 이미 샌드페블스 5대 회원으로 작곡했던 ‘나 어떡해’를 비롯해 ‘회상’, ‘내 마음은 황무지’, ‘산할아버지’, ‘독백’, ‘오늘밤’, ‘나 홀로 뜰 앞에서’ 등이 대표적인 김창훈의 작품이다. 이제는 산울림이나 다른 가수의 곡을 만든 작곡가가 아니라 전문적인 싱어송라이터로 나선 김창훈이다.
“이번 앨범은 실내나 차 안에서 여유를 갖고 2?3번은 들어봐야 제 맛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산울림의 향기도 물씬 풍길 거구요. 저야 큰 욕심은 없지만 이번 앨범이 다음 앨범을 발표할 수 있을 정도의 성과만 거둬도 좋을 것 같아요.”
김창훈은 현재 미국 CJ Foods 부사장으로 근무 중이다. 일주일간의 휴가를 내서 한국에서 앨범 홍보를 시작한 김창훈은 미국에 갔다가 다음달 말 귀국해 방송 활동에 나선다. 그가 형인 김창완과 함께 출연한 MBC ‘음악여행 라라라’는 29일 방송된다.
스포츠월드 글 한준호, 사진 김두홍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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