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무궁화냐? 사쿠라냐? ⑥

“손님 우선 지금 입고 있는 옷을 벗으시고 이 수영 팬티와 가운으로 갈아 입으신 후에 저 안으로 들어가셔야 합니다.”
하면서 생긋생긋 고개를 까딱거리며 무릎까지 살짝 굽혀보였다. 순간 주원모가 돌아서서 옷을 벗으려하자 아가씨가 그 앞으로 다시 와서는,
“괜찮습니다. 옷을 벗어 주세요. 제가 정리해드립니다.” 하면서 또 생긋생긋 웃는 것이 아닌가? 순간 주원모는,
‘세상에나? 베트남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고 몸 파는 여자라도 처음에 자기가 옷을 벗든, 사내가 옷을 벗든, 그 모습을 서로 보이지 않으려고 불을 끄든가 조명을 낮추는 법인데 이건 보려고 덤벼들다니?’
하고 생각하며 얼떨결에 상의를 벗자 그 여자가 냉큼 받아 들며,
“제 이름은 하네꼬입니다. 필요하면 불러주세요. 그리고 여기에서든 저 안에서든 제게 무엇이든 시켜 주셔도 됩니다. 어차피 그렇게 약속되어 있는 자리니까요. 지금이라도 손님이 원하시면 무엇이든 해 드립니다.”
하네꼬라는 그녀가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그 소리가 ‘너는 이미 내게 몸값을 지불했으니 지금부터 나를 어떻게 하든 난 상관없다’는 소리로 들리자, 처음에 수영복 차림의 그녀가 무릎을 살짝 굽히며 생긋이 웃을 때 울컥 치솟던 그녀에 대한 성욕이 싹 가셨다.
주원모가 가운을 걸치고 밖으로 나오자 나머지 일행은 이미 밖에 나와 인공폭포 앞에 앉아 있었다.
인공폭포 앞에서 마실 것을 마시는 자. 욕조에 들어가는 자. 각자 편안대로 삼십여 분을 보낸 후 다나하시 도시오가 정치수와 단 둘이 할 이야기가 있다며 2층으로 만들어진 발코니 위로 정치수와 함께 올라갈 것을 권했다.
정치수가 가운을 걸치고 2층 베란다에 올라가 안쪽 자리로 눈을 돌리자 거기에는 이미 누군가 한사람이 앉아 있었다. 다나하시 도시오 사장의 아버지이자 미쯔다 상사의 회장인 ‘다나하시 신야’였다.
“아니? 회장님께서….”
다나하시 사장은 벌써 자기 아버지가 와 있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했지만 전혀 짐작도 못하고 있던 정치수는 자신의 지금 옷매무새가 가운 차림이라는 것을 잊기라도 한 듯이 매무새를 고치고 있었다.
“괜찮아요. 그냥 앉지.”
다나하시 회장이 한없이 너그러운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며 정치수에게 앉을 것을 권했다. 정치수는 그가 앉아있는 탁자에 마실 것들과 잔들이 있고 이미 한두 잔 마신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 그들이 들어오기 전부터 앉아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치수와 다나하시 도시오가 앉자,
“내가 굳이 이런 자리를 택한 것이 여러분을 편하게 하자는 의도인데 그것이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안 되니까 편히 맘먹고 아무 부담도 갖지 말아요. 자, 우선 정상무의 진급을 축하하지.”
다나하시 회장이 잔을 들어 한잔 따라서 정치수에게 먼저 건넨 뒤 또 한 잔을 따라 자신의 아들인 도시오 사장에게, 그리고 자신의 잔에도 한잔을 따랐다.
“자 건배하자고.”
셋의 잔을 모아 하나가 되었다가 각자의 입을 향했다.
글 신용우, 그림 최형빈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