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신, 여자가 되어가는 과정 표현

‘쌍화점’은 왕(주진모)과 홍림(조인성)의 동성애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실제 영화에서 강력한 마력을 내 뿜는 것은 송지효가 연기한 왕후의 존재감이다. 원나라 공주로 어릴 때 고려에 시집와 남자를 사랑하는 왕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비운의 여인이다. 왕후의 마음 깊숙한 곳에 내제된 외로움과 슬픔이 스크린 가득히 묻어나온다. 송지효가 연기를 잘 해낸 것이다.
영화 속 격정적인 베드신을 두 눈으로 지켜본 후, 여배우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꽤나 곤혹스러운 일이다. 먼저 스크린에서 본 자신에 몸에 대한 감상을 물어봤다. 베테랑 여배우들도 영화 속 자신의 나체를 설명하는 것을 쑥스러워한다. 그런데 송지효는 “살결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명을 잘 받은 것 같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한다. “정사신은 왕후가 사랑에 눈을 떠서 서서히 여자로 변해가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감정을 절제하다가 나중에는 오히려 리드하게 된다. 욕망이 폭발한다”고 설명했다.
“여배우로써 화면에 조금이라도 더 예쁘게 나오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다리가 조금이라도 길어 보이고 싶어서 자세를 달리해서 다시 한 번만 더 찍자고 감독님께 부탁한 적도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유하 감독은 단호했다고 한다. 영화 속 왕후는 홍림과의 관계가 ‘첫 경험’이 된다. 남자를 처음 경험할 때의 어설픔을 표현하기 위해 촬영을 절제했다.
송지효는 “사극이라는 설정 때문에 정사신이 더 아슬아슬하고 격정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억압적인 궁궐에서 왕 몰래 치루는 애정행각, 들킨다면 목숨까지도 내놓아야 할 치명적인 정사장면을 영화는 잘 표현해냈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영화를 두고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 읽었을 때 느꼈던 감정이 관객들에게도 잘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특히 “왕후의 감정으로 영화를 보면 완전히 다른 영화라 된다”며 관객들이 영화를 2번 이상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이야기했다.
스포츠월드 글 김용호, 사진 전경우기자 cassel@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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