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섯명이 무대에 섰었는데, 혼자가 된 느낌이에요. 하지만 지금이 자아를 찾아볼 수 있는 계기라고도 생각해요. 뮤지컬이기에 노래와 대사를 동시에 전달해야 한다는 것은 어렵지만 재미가 더 크죠. 특히 젊은 배우들이 모여서 하다보니 열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박정민이 뮤지컬 데뷔작으로 선택한 ‘그리스’는 10대들의 꿈과 사랑을 경쾌한 로큰롤 리듬에 담아낸 작품으로, 10월30일부터 12월14일까지 세종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박정민은 주인공이자 라이델 고등학교의 최고 인기남 대니 역에 캐스팅 돼 뮤지컬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대니는 그냥 저 같아요. 순수하고 수다스럽지만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멋부리고 센 척하죠. 대니 역을 맡기 전부터 뮤지컬 ‘그리스’를 좋아해서 몇 번이나 봤어요. 그래서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도 개런티에 상관없이 결정했어요.”
하지만 ‘그리스’가 그렇게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어도 첫 홀로서기에 막상 부담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첫 회 공연을 앞두고 부담감이 밀려왔죠. 내 이름 걸고 하는 건데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요. 스타 기용에 대한 흥행 부담감도 있고, 처음으로 혼자서 제대로 해보는 거잖아요.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자리니까요.”
그래서 박정민은 캐스팅 후부터 뮤지컬 연습에만 몰두해왔다. 지정된 연습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나와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일주일 내내 개인연습을 한 것. 공연 연습 중 상대 여배우를 드는 신에서 팔 인대가 늘어나는 사고를 당했을 때도 쉬지 않고 연습하는 강행군을 했다.
“사실 처음엔 텃새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하지만 전혀 그런 것들이 없어서 깜짝 놀랐죠. 상대 여배우들이 거의 누나들인데, 열심히 하는 제 모습을 예쁘게 봐주신 것 같아요. 감사하죠. 그런데 이 작품에서 누나들과 키스신이 4번이나 있는데, 아마 팬들이 보면 분노할 지도 몰라요. (웃음)”
그래도 얼마 전 SS501의 맏형 김현중이 출연하는 MBC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 결혼했어요’에 다른 멤버인 김규종·김형중이 원더걸스의 유빈·예은과 소개팅 한 일을 보고 부럽지는 않았냐고 물었다.
“재밌게 봤어요. 하지만 전 전혀 부럽지 않았어요. 그 때 제 머리 속은 오히려 방송을 통해 뮤지컬 홍보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출연하는 현중 형도 첫 연기 도전에 진지하고 열심히에요. 평소 악필인데 드라마 대본 글씨는 얼마나 정성스러운 지 몰라요.”
이날 만나본 박정민은 아직 20대 초반이지만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청년이었다. 그리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런 박정민에게 배우로서의 소망을 묻자 “화려한 조명 아래 빛나는 배우보다 무대 위에서 빛나는 화려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속깊은 대답이 돌아왔다.
스포츠월드 글 탁진현 기자, 사진 김용학 기자 tak042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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