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우 지음/그린비 펴냄

‘책에 관한 책’은 책에 대한 독후감인 서평을 모은 서평집과 저자의 독서경험과 독서론이 담긴 독서에세이 등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지금 소개하려는 〈책 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는 후자에 가깝다. 저자는 이권우 도서평론가로 표정훈, 최성일 등과 함께 도서평론가라는 직업을 만든 장본인 중 한 명이다. 이번 책은 도서평론가, 출판평론가로서 작심하고 쓴 ‘이권우표 독서론’이다.
독서론의 핵심 중 하나는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일 터. 저자의 답은 ‘각주와 이크의 책읽기’다. 각주의 책읽기란 자신의 세계관과 감성을 옹호하고 보충하고 지지하는 책을 읽는 것을 말한다. 요컨대 자기 생각을 강화하기 위한 책 읽기인 것. 반면 ‘이크의 책읽기’는 ‘책 속에 매장되어 있는 전혀 새로운 세계관을 ‘채굴’하고 그 쏟아지는 지적 환희의 ‘원유’에 내 정신을 흠뻑 적시는 책 읽기’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자신의 성채를 허무는 고통스러운 책 읽기일 수도 있다.
저자는 이렇듯 명확히 대비되는 ‘독서의 이유’를 밝힌 다음 본격적으로 ‘호모 부커스’가 되기 위한 책 읽기를 제안한다. 그 핵심은 크게 세 가지.
첫째, ‘천천히 읽기’다. 천천히, 내용을 생각하며 책읽기는 비판적인 안목을 길러 주며, 자기의 삶과 덧대어 책의 의미를 풍요롭게 펼쳐준다는 것. 이 점은 속독을 유달리 강조하는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의 저자 다치바나 다카시와 대비된다.
둘째, ‘깊이 읽고 겹쳐 읽기’다. ‘깊이 읽기’란 한 분야의 책을 두루 섭렵하며 지식을 깊게 하는 것이고, ‘겹쳐 읽기’란 같은 주제를 각각 다른 분야에서 다룬 책들을 서로 비교하며 읽는 것이다. 두 방법 모두 지식을 폭넓고 깊게 하기 위함이다.
셋째, ‘읽고 토론하고 쓰는 것’이다. 책읽기는 ‘읽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으며, 책을 읽고 토론하고, 다시 글을 쓸 때 책읽기는 모든 과정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책읽기의 달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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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호 예스24 MD |
그럼에도 이 책을 쓴 이유는 세상도 인생도 바꾸는 ‘책의 힘’을 믿기 때문이며 이 ‘책의 힘’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어도 여전히 ‘독서의 계절’로 불리는 가을에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 들면 의외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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