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연예

검색

‘수습기자’ 진구, “난 마음만은 영원한 수습배우”

입력 : 2008-05-27 15:59:20 수정 : 2008-05-27 15:59:20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유쾌한 수습기자 이순철 역
자신의 연기 이미지 실제 기자에 피해줄까 염려
배우 진구가 비로소 적역을 찾은 듯 하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만난 진구는 그동안 출연한 영화 속 배역처럼 무거운 분위기의 사람일 것 같다는 편견을 깨뜨렸다. 그는 밝고 호탕했으며 또한 유쾌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줬다. 진구가 MBC ‘스포트라이트’의 유쾌한 수습기자로 오랜 만에 브라운관에 돌아와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고 있다. 

◆ “언젠가 한 방 강하게 터뜨릴래요”

 ‘스포트라이트’에서 진구가 맡은 역할은 뺀질거리고 능글맞기까지 한 사고뭉치 수습기자 이순철. 진구는 극중 선배기자인 손예진에게 대학 동기였다는 이유로 까불고 약을 올린다. 하지만 결코 밉지 않은 캐릭터다. 때로는 귀엽기까지 한 모습으로 나올 때마다 웃음을 터뜨려 무거운 극중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사실 처음엔 현재 캐릭터와 많이 다르게 설정돼 있었어요. 정의감에 불타는 강한 캐릭터였죠. 보도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역할이었어요. 하지만 스포트라이트가 진지한 드라마다보니 자칫 극이 무거워질 수 있다는 이유로 갑자기 순철 역할에 웃음 포인트가 맞춰졌어요. 그동안 영화 속에서 보여준 모습과 많이 달라졌지만 오히려 이런 밝은 모습이 실제 나와 비슷해요.”

 특히 지난 방송에서는 술에 취해 골아떯어진 순철이 잠결에 실수로 타지 여기자의 가슴을 만져 성추행범으로 몰린 모습을 선보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가장 힘든 장면이었죠. 추울 때 봄 옷을 입고 찍었거든요. 성추행 때문에 몰매 맞고 속옷 입고 돌아다니는 장면이었기 때문에 몸 여기저기가 부딪혀 멍이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진구에게 가장 힘든 점은 육체적 고통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연기하는 모습들이 기자의 이미지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하는 점이 가장 큰 걱정거리란다. 그래도 진구는 앞으로 ‘스포트라이트’를 통해 기자로서 멋진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작가 선생님이 언젠가 한 방이 있다고 했어요. 순철이는 평소엔 그래도 무언가를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인물이거든요. 손예진이 못한 것을 남자로서 할 수 있는 면을 보여줄겁니다. 손예진 대신 총알을 받는다던가 알 자지라한테 잡힌다던가. 하지만 알 자지라 정도면 제작비 때문에 힘들겠죠? (웃음) 어찌됐든 사고치던 애가 특종을 잡으면 시청자들도 희열을 느끼실 거예요.”


◆ “내 마음은 영원한 수습 연기자”

 배우의 끼가 다분히 느껴지는 진구지만, 사실 어릴 땐 연예인이 될 거라는 생각도 못했고. 된다고 했을 때는 집안의 반대도 심했단다. “어릴 땐 소극적이어서 사람들과 잘 지내지 못했어요. 매일 집에 있으면서 게임만 했죠. 그러던 중 집에서 매일 혼자 TV 보며 흉내냈던 영구를 학교 친구들 앞에서 선보였는데 반응이 엄청난 거예요. 이후로 군대에서까지 쭉 오락부장은 제 몫이었죠.”

 진구는 군 제대 후에야 배우로서 자신의 갈 길을 정했다. 데뷔작은 송혜교·이병헌 주연으로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올인’이었다. 당시 진구는 ‘이병헌의 아역’으로 출연해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올인’ 이후 ‘비열한 거리’로 다시 주목받기 전까지 무명처럼 지내야했다. 진구는 ‘올인’ 때의 경험이 연기자로서 사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올인 때 선물과 편지가 하루에도 수백통씩 쏟아졌어요. 너무 갑작스런 인기였죠. 한달 후 촬영 때문에 외국에 간 일이 있었는데, 돌아오면 팬들이 나를 잊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까지 됐어요. 그런데 진짜로 얼마 지나지 않아 거짓말처럼 하루 아침에 팬레터가 단 한 통도 안오는 거예요. 그 때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인기도 거품이라는 사실을 데뷔 직후 깨달았어요.”


 이런 진구를 버티게 해준 것은 오랜기간 자신과 함께 해준 10여명의 가족같은 팬들. ”이젠 너무 가족같아서 팬들도 자신보다 다른 아저씨 연예인에게 더욱 환호할 정도”라고 웃으며 말하는 진구는 데뷔 때의 경험 때문에 “지금 거만하지 않을 수 있는 것 같다”며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자신을 반성한다”고 속깊은 마음을 비췄다.

 연기 6년 차를 맞는 진구. 이날 만나본 진구는 겉은 밝고 유쾌했지만 마음은 속깊은 배우였다. 마지막으로 진구에게 자신은 지금 어떤 배우냐고 물었다. “배우는 깨지고 데어보면서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배우로서 인지도에서는 2진 기자 정도인 것 같아요. 하지만 연기에서는 죽을 때까지 항상 배우려는 수습의 마음이어야 할 것 같아요.” 

글 탁진현, 사진 전경우 기자 tak0427@sportsworldi.com


◆ 관련기사

‘도쿄여우비’ 진구, “일본 촬영 자유로워 행복했죠”

<세계일보>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