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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기획]태권 한류-②태룡태권도학교

입력 : 2006-02-24 17:31:00 수정 : 2006-02-24 17: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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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 온가족의 생활스포츠 자리매김 ‘미국 상류층 가정을 파고 들자.’ 자동차나 전자제품 회사의 마케팅 전략이 아니다. 미국 LA 다운타운에서 북쪽으로 60마일 떨어진 카마리요시(벤추라 카운티)에 위치한 태룡태권도학교(관장 신용섭)는 이런 아이디어로 25년 전 백인 주거 밀집지역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그 성과를 창대했다. 지금은 분원 한 곳을 포함해 800여명의 관원이 등록해 지역 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도장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sw기획태권 한류]①충효 태권도 학교

●가족이 함께 하는 태권도=“차리엇(차롓). 시엇(쉬어)” 지난 17일 오후 5시(현지시간). 태룡태권도학교에서는 또랑또랑한 어린이들의 기합소리가 울려퍼졌다. 어색한 한국어 발음이었지만 아이들의 몸놀림에서는 절도가 느껴졌다. 수준별로 ‘드래곤 룸’과 ‘타이거 룸’에 나눠서 태권도 기본동작을 수련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학부모들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1981년 카마리요시에 태룡태권도학교가 들어서기 전까지 이 지역에는 쿵푸와 카라테 도장만 있었다. 처음 태권도장이 생겼을 때는 관원이 너무없어 신 관장은 오전에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오후에 도장문을 열어야 했다.
그러나 1년쯤 지나자 지역에서 태권도의 인지도가 높아졌고, 관원이 늘기 시작하자 신 관장은 수준별 학습을 위해 띠의 색깔별로 학급을 나눴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수준별 학습’은 모든 색깔의 띠가 같이 수련하던 다른 도장들 보다 앞선 시도였던 셈이다. 성의있는 지도에 따라 관원들의 실력은 눈에 띄게 향상됐다.
또 신 관장은 가족끼리 함께할 수 있는 스포츠 활동이 부족한 점에 착안해 태권도를 가족 스포츠로 홍보하며 ‘태권도 가족 회원’을 적극 유치했다. 그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아이를 태권도장에 보냈다가 가족이 함께 배우게 된 캐서린 피스칼리니는 “태권도장에 그냥 구경을 왔다가 매우 전문적인 지도와 활기찬 수련 모습에 반했다”며 “태권도 수련하며 육체적인 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도 함께 성장하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태권도 예찬론을 폈다.



전인교육을 중시하는 태룡태권도학교의 어린이 관원들이 부모가 지켜보는 앞에서 당찬 기합 소리와 함께 절도 있는 태권도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카마리요(LA)= 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매년 태권도 성지 순례=태룡태권도학교 관원들은 1998년부터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으로 일주일 이상 연수를 오고 있다. 지난해 학생과 학부모를 합쳐 65명이 이 연수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은 1997년 한국이 국제통화금융(IMF)체제 아래서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 태권도 사범들이 모여 고국을 도울 수 있는 일을 고민 끝에 고안해낸 것이다. 한국 관광을 하며 ‘달러’도 쓰게 하고, 뉴스 화면을 통해 파업과 데모군중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된 한국의 본모습을 알리자는 순수한 동기였다. 한국을 방문한 태권도 수련생들은 후진국인 줄만 알았던 한국의 고층 건물과 발전된 모습에 모두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어보였고, 태권도의 고향에 대해 존경심을 갖게 됐다.
6월 ‘한국 신화 재발견’이란 이름으로 떠나는 연수 프로그램에도 2400달러가 넘는 참가 비용에도 불구하고 신청자가 쇄도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 투어를 비롯해 열흘간의 체류 일정에는 제주도, 경주 관광, 태권도 전당인 국기원 방문등이 포함돼 있다.
‘아는 만큼 보게 된다’는 말대로 한국에 다녀온 관원들은 한국에 대해 좋은 기사가 나온 잡지나 신문을 도장에 스크랩해서 가져올 정도로 열성적인 친한파로 바뀌고 있다.



●태권도를 배우면 모범생(?) =태룡태권도학교의 관원 중 60%는 12살 안팎의 어린 학생들이다. 이 때문에 신 관장과 사범들은 관원들의 생활지도뿐만 아니라 학교 성적관리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일반학교의 ‘전인교육’ 방식을 모방한 이런 정성 때문에 인근 학교 교사들은 ‘태권도장에서 그런 것을 가르치고 주의를 기울이냐’고 관심을 갖다가 관원으로 등록하기도 한다.
지넷 스미스(교사)는 “태룡태권도학교는 정말 환상적인 교육 장소”라며 “육체적인 수련만 하려왔다가 정말 그 이상의 것을 얻어 가게 된다”고 말했다. 매 분기마다 학생들이 도장에서 자신의 성적표를 공개하고 향상 정도에 따라 또래 동급생들 앞에서 칭찬을 하고 태권 머리띠, 상패 등 선물까지 준다. 한곳에서 오랫동안 도장을 운영하다 보니 대를 이어 태권도를 배우는 가족도 늘고 있다. 총각 때부터 태권도를 수련한 한 청년(켄클씨 가족)은 결혼후 아이가 일곱살이 되자 바로 도장에 등록시켰다고 한다.
카마리요(LA)= 김종수 기자
sweeper@sportsworldi.com








●신용섭 관장 인터뷰

“좋은 사범 육성 가장 중요”



“어린 관원들이 커서 태권도 사범이 되고 싶다고 할 때 정말 보람을 느낍니다.”
태룡태권도학교의 신용섭(52·사진)관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는 태권도장 경영의 달인으로 통한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의 한인 관장과 사범들이 며칠씩 카마리요로 원정을 와서 그의 교습법을 배워가기도 한다.
신 관장은 폭넓은 독서와 주위 사범들의 조언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찾는다. 예컨대 학교에서 매년 학기 초 학습계획서와 도서목록을 배포하는 것을 벤치마킹해 승급심사를 본 뒤 수준에 맞는 태권도 철학과 용어등을 적은 가이드 라인을 나눠주는 식이다. 또 활기찬 도장 분위기를 위해 장르별 음악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실생활에서 느낀 바를 태권도 수련에 접목시킨 것.
“격한 육체노동을 하는 곳에 가보면 음악을 틀어놓더라고요. 그래서 도장에서 스트레칭을 할 때는 신나는 음악을, 품세 수련을 할 때는 잔잔한 명상음악을 틀어주니 너무 좋아하더군요.”
그의 도장에 있는 10명의 사범 중에 한국인 사범은 1명에 불과하다. 수석 사범으로 일하는 미국인은 13년간 신 관장에게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아서 조만간 따로 도장을 차릴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최고의 태권도 수련을 위해서는 좋은 사범을 육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사범들에게 높은 급여와 유급 휴가를 보장하면서 투자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태룡태권도 학교 한달(9시간) 수강료는 150달러. 다른 도장보다 비싼 편이지만 최고의 태권도 교육을 추구한다는 자부심과 고급화 전략이 맞물려 끊임없이 관원들이 몰리고 있다.
신 관장은 “태권도의 문화적 가치는 상상을 초월하는데 한국 정부는 너무 무관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카마리요(LA)=글 김종수, 사진 김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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