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는 짧게, 연승은 길게.’
프로야구 막판 우승 경쟁서 선두 KT의 저력이 돋보인다. 패배의 충격을 좀처럼 오래 끌지 않는다. 본연의 제 기량을 빠르게 되찾는 ‘회복탄력성’을 뽐내며 경쟁 팀들의 추격에 맞서고 있다.
19일 현재 KT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올 시즌 4연패가 없다. 상위권 팀 삼성과 LG가 각각 7연패와 8연패를 겪는 등 나머지 9개 구단이 모두 5연패 이상에 빠졌던 것과 대조적이다.
패배 직후 경기 승률도 0.638(30승17패)로 리그 1위다. 이 부문 2, 3위인 LG(0.593), 삼성(0.571)과는 승률 앞자리부터 다르다.
심지어 연패를 끊은 뒤엔 긴 연승으로 기세를 키운다. 7월 초 3연패 뒤 리그 최장인 9연승을 달렸고, 이달 초 KIA와의 3연전을 모두 내주고도 곧바로 7연승을 거뒀다. 최근에는 대패를 대승으로 털어냈다. 1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LG에 1-12로 패했지만, 이튿날 같은 장소에서 두산을 15-3으로 꺾었다.
베테랑 내야수 허경민이 실수를 털어낸 과정은 KT의 회복탄력성을 잘 보여준다. 그는 18일 LG전서 3루를 지키다 5회에만 실책 두 개를 범하고 교체됐다. …
평소 ‘철벽’ 수비를 떠올리면 낯선 모습이었을 터. 2022년부터 올 시즌까지 최근 5년간 허경민의 100이닝당 실책은 0.80개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3000이닝 이상 뛴 3루수 7명 중 유일하게 1개를 밑돈다. 노시환(한화·1.28개), 문보경(LG·1.25개)보다 적다.
허경민은 실책 당시 마운드에 있던 우규민에게 특히 미안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더 힘든 고비를 견뎠던 경험을 떠올리며 마음을 추슬렀다. 그는 “잘 안되면 누구나 힘들다. 얼마나 빨리 털고 잘하느냐에 따라 선수의 가치가 정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벤치와 동료들도 부담을 덜어줬다. 이강철 KT 감독은 당시 교체가 질책의 의미는 아니었다며 “그런 날도 있다”고 감쌌다. 이상하게 공이 허경민 쪽으로만 갔다는 말도 보탰다. 우규민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농담을 건넸고, 동료들은 그가 타석에 들어서기 전 잘할 수 있다는 격려를 보냈다.
19일에도 허경민은 7번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실책 없이 수비를 마쳤고, 3타점·3득점 활약까지 곁들였다. 1-3으로 뒤진 5회 말 선두타자로 나서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 동점의 발판을 놓았다. 4-3으로 앞선 6회 말 무사 만루에서는 2타점 적시타로 격차를 벌렸다.
이때 1루를 밟은 허경민은 답답함을 털어내듯 힘차게 포효했다. 그는 “큰 찬스인데도 (벤치에서) 대타를 내지 않고 믿어주셨다”며 “해냈다는 감격스러움에 그런 모습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승리 뒤에도 끝모를 고민은 계속된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하기 전까지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자유계약(FA)으로 KT에 합류해 두 번째 시즌을 보내는 허경민은 “베테랑들은 지면 책임을 크게 느낀다. 나 역시 그렇다”며 “이겼지만 다음 경기를 어떻게 준비할지가 먼저 떠오른다”고 말했다.
허경민은 “제아무리 힘들었어도 다음 날이면 (전광판 위) 0-0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게 야구”라며 ‘리셋’을 강조했다. 패배에 주저앉지 않고 승리에도 안주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KT는 그렇게 고비를 넘고 승리를 쌓아 선두에 섰다. 마법사들이 이 저력으로 마지막 순위표에서도 맨 위를 지켜낼지, 남은 승부에 눈길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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