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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인터뷰] “작품과 공간 사이 관계 담았다”…백종환 감독, 희정당서 공예 전시

입력 : 2026-09-19 09:34:24 수정 : 2026-09-19 09: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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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환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국가유산진흥원 제공
백종환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국가유산진흥원 제공

창덕궁 희정당이 공예와 공간이 만나는 전시장으로 변신한다. 공간 스튜디오 WGNB 백종환 대표가 ‘2026 가을 궁중문화축전’ 대표 전시 감독을 맡아 희정당 곳곳에 공예 작품을 배치하고, 전각이 품은 공간의 질서와 조선의 미학을 새로운 시선으로 풀어낸다.

 

백 대표는 오는 10월 7일부터 11일까지 창덕궁 희정당에서 열리는 ‘조선 공간 미학: 백(白)의 질서’ 전시의 감독으로 참여한다. 이번 전시는 희정당의 목조 건축이 만들어내는 리듬과 공간의 여백에 주목해 ‘백’을 단순한 색이 아닌 비움과 절제, 관계와 조화의 개념으로 바라본다.

 

백 대표는 19일 전시를 설명하며 ‘백’을 공간 속 여백에 빗대어 설명했다. 그는 “백색을 색 자체로 보기보다 여백의 개념으로 생각했다”며 “아무것도 없는 공간도 하나의 바탕이지만, 그 위에 점 하나가 놓이는 순간 주변은 여백이 된다. 다시 하나의 점이 더해지면 두 요소 사이에 관계가 만들어지고 공간에도 움직임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 하나하나를 독립된 대상으로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과 공간, 작품과 작품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관계를 전시 안에 담아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희정당 소접견실. 국가유산진흥원 제공
희정당 소접견실. 국가유산진흥원 제공

희정당은 백 대표가 이번 전시의 공간적 특성을 구상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됐다.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생활 공간이자 왕의 집무 공간으로 활용됐던 희정당은 전통 목조 건축의 외관과 서양식 요소가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이다.

 

1917년 화재로 소실된 뒤 1920년 경복궁 강녕전의 부재를 활용해 다시 지어진 희정당에는 전통 건축의 구조와 함께 샹들리에, 서양식 가구 등 근대적 요소가 자리하고 있다.

 

백 대표는 처음 희정당을 마주했을 때 공간 곳곳에서 시대를 관통하는 질서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 공간을 둘러봤을 때 벽, 바닥, 천장까지 각각의 요소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질서를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서양 근대문화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있지만 그 안에 조선의 공간 미학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공간을 만들었던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공간을 경험했을지, 당시의 공간감과 미학적 질서를 관람객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문화유산 공간이라는 특수성은 전시를 구성하는 데 제약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전시장처럼 벽이나 천장에 자유롭게 장치를 설치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 대표는 오히려 이러한 조건이 전시의 방향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봤다.

 

백 대표는 “벽에 못을 박는 등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에 한계가 있었다”며 “하지만 작품을 어떤 배경과 위치에 놓느냐에 따라 공간과 작품 사이에 전혀 다른 관계가 만들어진다. 제한된 조건을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희정당만의 전시 방식을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선 공간 미학: 백의 질서 포스터. 국가유산진흥원 제공
조선 공간 미학: 백의 질서 포스터. 국가유산진흥원 제공

이번 전시에는 현대 작가와 무형유산 전승자 등 32명이 참여해 50여 점의 공예 작품을 선보인다. 희정당 내부 10여 개 방과 중정 마당 등을 활용해 달항아리, 도자기, 갓, 발 등 공예품들이 다양하게 배치된다.

 

전시 연출에서도 인공적인 장치를 최대한 덜어냈다. 별도의 조명을 과도하게 사용하기보다 희정당의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과 기존 샹들리에의 빛을 활용해 공간 자체가 가진 분위기를 살릴 예정이다.

 

백 대표는 “관람객이 전시를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분위기보다 희정당이라는 장소가 원래 가지고 있던 시간과 온도를 느꼈으면 한다”며 “화려한 전시를 보여주는 것보다 이곳에 어떤 사건과 기억이 쌓여왔고, 사람과 공간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를 함께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희정당은 그 자체로 충분히 이야기를 품고 있는 장소”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작품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장소에 대한 기억까지 함께 가져가는 경험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일반 관람객의 접근이 제한적이었던 희정당 내부를 공예 전시와 함께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관람은 현장 예약제로 진행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15분 간격으로 회차가 운영되며, 한 회차당 약 25명이 관람할 예정이다. 하루 관람객은 약 700~800명 규모로 예상된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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