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첫 막을 올린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30년간 수많은 작품과 관객을 이어왔다. 불모지였던 국내 영화제 시장에서 첫발을 내디딘 BIFF는 신인 감독을 발굴하고 아시아 거장을 키워내며 세계적 명사까지 끌어들이는 아시아 영화 산업의 허브로 성장했다.
◆누적 관객 500만·상영작 8087편
올해로 30번째 해를 맞이한 BIFF는 단순한 영화제를 넘어 세계인이 사랑하는 영화 축제가 됐다. 그동안 소개된 공식 상영작은 무려 8087편에 달한다. 누적 관객은 제1회 18만4071명부터 지난해 14만5238명에 이르러 총 503만6206명에 이른다. 해마다 70~80여개국에서 300여편이 초청되고, 6개로 시작한 상영관은 현재 최대 37개관까지 늘어났다. 2011년 개관한 전용관 영화의전당은 부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BIFF를 계기로 1999년 부산영상위원회가 출범해 체계적인 촬영 지원이 시작되면서 25년 동안 부산에서 촬영된 국내외 작품만 2000여편에 이른다. 초창기에는 그저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만 집중했다면 현재는 다양한 영화와 재능 있는 영화인을 발굴하고 지원하며 아시아 영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봉준호→박찬욱…韓감독 성장 무대
BIFF는 30년간 단순히 영화를 소개하는 자리를 넘어 한국 영화감독의 성장 무대가 돼왔다. 영화제가 열릴 때마다 신작을 선보이고, 해외 영화인과 관객의 주목을 받으며 도약한 국내 감독은 BIFF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거장 봉준호·박찬욱 감독은 영화제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봉 감독은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를 1999년 제4회 BIFF에서 처음 소개하며 이름을 알렸다. 당시 큰 상업적 성공은 거두지 못했지만 신인 감독으로서 가능성을 알리며 영화계 관계자와 관객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마더(2009) 등의 작품이 소개되면서 봉 감독은 BIFF와 꾸준히 연결고리를 이어갔다. 특히 괴물은 아시아 영화의 힘을 보여준 대표작으로 부산에서 해외 영화인들에게 큰 화제를 모았다.
봉 감독은 설국열차(2013)·기생충(2019) 등으로 세계 영화계를 뒤흔든 거장으로 성장했다. BIFF는 봉 감독에게 단순한 상영 무대가 아니라 자신의 영화적 여정을 세계와 공유할 수 있었던 출발점이었다. 올해 역시 봉 감독은 BIFF가 공들여 마련한 특별 기획 프로그램 까르뜨 블량슈에 참여하며 힘을 더했다.
박찬욱 감독은 초기 대표작인 복수는 나의 것(2002)과 올드보이(2003)가 BIFF에서 국내외 관객과 평단에 소개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올드보이는 2004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해 한국 영화의 글로벌 가능성을 보여줬는데, BIFF가 그의 작품을 조명하는 발판 역할을 한 셈이다.
BIFF는 박 감독의 독특하고 실험적인 영화 스타일을 알리는 중요한 무대가 됐다. 박 감독은 관련 프로그램이나 특별전 등에 직접 참여하며 후배 감독들과 관객을 연결하는 역할도 자처했다. 올해는 오랫동안 준비한 작품 어쩔수가없다가 개막작으로 선정돼 부산을 찾았다. 박 감독은 “부산은 영화가 필요로 하는 모든 풍경을 갖춘 최고의 도시”라면서 “우리나라에서 처음 영화를 선보이게 돼 감개무량하고 (올해)개막작으로 온 것은 처음이라 설렌다”고 밝혔다.
한국 영화의 거목 이창동 감독도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데뷔작 초록물고기(19997)가 1997년 제2회 BIFF에서 상영된 데 이어 밀양(2007)·시(2011)·버닝(2018) 등 대표작이 꾸준히 소개됐다. 김기덕 감독은 2000년대부터 독특하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선보이며 BIFF와 오랜 인연을 맺었다. 영화 피에타(2012)로 베니스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후에는 “제가 받은 상이 쪼개진다면 51%는 김동호 명예위원장의 것이고 10%는 BIFF에게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공을 돌렸다.
장화, 홍련(2003)·달콤한 인생(2005)·악마를 보았다(2010) 등 굵직한 작품들로 전 세계 영화인의 사랑을 받는 김지운 감독은 장편 데뷔작 조용한 가족(1998)부터 여러 작품이 꾸준히 BIFF를 통해 상영됐다. 관객과의 대화(GV)·포럼 등 BIFF와의 접점을 지속적으로 넓힌 김 감독은 올해도 샤넬X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 교장으로 위촉되는 등 활발하게 현장 활동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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