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서만 467홈런, 나아가 한일 통산 626홈런을 쏘아 올렸다. ‘국민타자’, ‘라이언 킹’이라는 수식어를 보유한 프로야구 최고의 레전드, 그러나 그의 마지막 인사는 초라했다.
현역 시절 전설의 경지에 올랐던 선수들이 지도자로 변신해 무참히 무너지고 있다. 더 엄격한 잣대와 한층 높아진 기대치, 그리고 결정적으로 성적 앞에서 레전드라는 간판은 과거일 수밖에 없다.
이승엽 전 프로야구 두산 감독은 지난 2일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 성적 부진은 국민타자도 막아내지 못했다. 씁쓸한 퇴장을 택한 배경이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선수뿐만 아니라 지도자로서도 레전드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수비수였으며, 지도자로 변신한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동메달 획득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러나 한 번의 성적 부진이 부정적인 이미지의 낙인을 찍어버렸다. 지난해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지만, 경기장을 꽉 채운 관중들이 야유를 퍼붓는 장면을 직접 눈으로 지켜보는 굴욕까지 당했다.
물론 스포츠계에는 ‘스타 선수 출신은 지도자로 성공할 수 없다’는 속설이 있다. 이는 실력이 좋은 지도자들이 그만큼 실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과의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우스갯소리로 “야 이게 안 돼?”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기도 했다.
실제 차두리 화성FC 감독은 선수 은퇴 당시 아버지인 차범근 전 해설위원과 함께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 “선수로는 아버지의 뒤를 따르지 못했지만, 지도자를 한다면 아버지보다는 내가 더 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면서 “유로파리그에서 자책골을 넣어서 팀이 비기는 선수의 심정을 아버지는 모르실거다. 하지만 나는 실제 경험했다. 선수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은 내가 더 나을 것”이라고 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의 세태는 이전까지와 사뭇 다르다. 냉혹한 시대다. 스타 출신 감독이라는 명성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 파격적인 인사인 만큼 더욱 타이트한 기준이 기다린다.
프로야구의 이승엽 전 감독과 축구의 홍명보 감독, 최근 부임 5개월 만에 사퇴한 프로농구의 김태술 전 감독 등은 각 종목을 대표했던 전설들이지만, 성적 앞에서는 누구도 예외는 없었다. 도리어 더 큰 기대치를 충족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레전드 감독일수록 성과를 조기에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이 크다”고 지적한다.
기라성 같은 전설들도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이름값은 경기장 위에서는 자산이지만, 벤치에서는 짐이 되기도 한다. 뛰어난 개인기는 지도자로서의 전략적 사고와는 다르며, 선수 시절의 카리스마는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소통 능력과 거리가 멀다.
레전드들 역시 그 벽을 넘지 못하면 경질당한 지도자로 끝난다. 선수로는 우상이었지만, 감독으로는 실망이었다라는 멍울진 꼬리표와 더불어 ‘사퇴’라는 두 글자에 모든 명예까지 내려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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