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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불청객' 파킨슨병, 한방치료 병행 시 효과적 [한방명의]

입력 : 2023-07-06 18:13:36 수정 : 2023-07-07 15: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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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상 100명중 1명 꼴 발생
치매 다음 많은 퇴행성 뇌질환
몸 떨리고 자주 넘어지면 의심
봉독침 등 한방치료로 증상 호전
“적극적 치료로 삶의 질 높여야”

장년층이 치매와 함께 두려워하는 질환 중 하나가 바로 ‘파킨슨병’이다. 이는 치매 다음으로 많은 퇴행성 뇌질환이다. 국내 60대 이상 인구 100명 중 1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킨슨병은 뇌의 혹질에 분포하는 도파민의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며 발생한다. 자세가 불안정해 앞으로 자세가 굽고, 안정된 상황에서도 몸이 떨리며, 보폭이 좁아지고 잘 넘어지는 증상 등으로 대표된다.

권승원 교수가 파킨슨병의 한방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희대한방병원 제공

아직까지 파킨슨병을 완전히 낫게 할 수 있는 치료나 약물은 나오지 않았다. 한번 진단받으면 평생 함께가는 존재로 여기고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약물치료를 시행하지만, 삶의 질을 높이고 일상을 이어가려면 한방치료를 병행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동아시아 인류들은 오래 전부터 파킨슨병과 싸워왔다. 1817년 파킨슨 박사가 이를 보고하기 이전, 중국 한나라에서는 해당 질환을 인지하고 기록했다. 이와 관련 전통동북아시아의학의 원전 중 하나인 ‘금궤요략’에 나름의 처방과 함께 언급됐다.

한의계에서도 관련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며 파킨슨병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교수에 따르면 한방에서의 파킨슨병 치료 목표는 ‘당면한 증상의 개선과 맞이할 예후의 향상’으로 정리된다. 6일, 권승원 교수를 만나 한방치료가 파킨슨병 환자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자세히 들었다.

-파킨슨병의 한방치료, 어떤 원리로 이뤄지나.

“파킨슨병의 한방치료는 단일 원리로 구성돼 있지는 않지만, 가장 중요한 것으로 ▲신경가소성 자극 ▲면역기능조절을 통한 신경세포보호 ▲장내미생물 다양성 증가 등을 꼽을 수 있다.

-한의학적 치료가 파킨슨병 환자 증상 관리에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하나.

“‘신경가소성’이란 성장과 재조직을 통해 뇌가 스스로 신경회로를 바꾸어 나가는 능력을 일컫는 용어다. 파킨슨병을 비롯한 각종 뇌신경질환의 증상 회복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실제로 한방치료 시 활용하는 침을 활용한 인체 내 경혈자극(양릉천혈, GB34)이 파킨슨병의 운동증상과 관련된 각종 뇌부위의 활성도를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기능자기공명영상(fMRI)을 활용한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이뿐 아니다. 양릉천혈에 대한 침치료는 파킨슨병의 발병과 큰 관계가 있는 뇌의 흑질에서 사이클로필린A라는 뇌신경 보호 단백질 생성을 증가시켜 도파민 신경을 보호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봉독약침은 파킨슨병의 발생과 악화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알려진 ‘조절T세포’라는 면역세포의 기능을 증강시킬 수 있다.

한약치료는 ‘장내미생물 다양성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 파킨슨병 환자들은 정상인에 비해 장내미생물 다양성이 저하된 양상을 보이는 편이다. 이런 양상이 질환의 발병과 진행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다양한 연구에서 한약치료가 장내미생물 환경 다양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는 중이다.”

-한의학적 치료가 파킨슨병 환자에서 특히 강점을 보이는 요소가 있다면.

“특히 ‘비운동증상’ 완화 면에서 특장점을 가지고 있다. 많은 분들은 파킨슨병 하면 운동이 느려지고, 손을 떠는 것과 같은 운동증상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 못잖게 환자의 삶의 질을 파괴해가는 게 변비, 불면장애, 렘수면행동이상, 통증 등의 비운동증상이다.

이와 관련 예로부터 고령자 변비에 주로 활용돼온 ‘마자인환’은 각종 변비 관련 약제를 사용해도 해결되지 않던 완고한 변비에 도움이 된다.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불면장애나 파킨슨병 환자들이 많이 경험하는 렘수면행동이상(꿈을 꾸는대로 몸이 움직이거나 하는 증상)에는 ‘억간산’과 같은 처방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파킨슨병 환자 특유의 구부정한 자세 탓에 발생하는 각종 통증에는 침, 뜸, 부항치료가 특효를 내는 것도 볼 수 있다.

관련된 예후 향상 사례 역시 보고되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 파킨슨병 환자 203명을 대상으로 5년간 연구를 진행해, 항파킨슨약물과 침치료를 같이 받은 환자들이 약물치료만 단독으로 받은 환자들에 비해 파킨슨병의 진행(주로 운동기능에서)이 효과적으로 지연된 것을 보고한 바 있다.”

-한의학의 최대 강점 중 하나가 바로 ‘재활’이라고 생각된다. 집중 치료가 필요한 사례는.

“파킨슨병은 퇴행뇌질환이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진행되는 게 보인다. 하지만 진행이 하루하루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다.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큰 무리없이 지내다가도, 갑자기 걷기가 더 힘들어져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식이다. 그럴 때가 집중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한 타이밍일 수 있다. 이럴 경우 우선 일상생활이 어려워진 이유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약물이 원인이라면 약물을 조정하면 끝이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보행 자세를 다시 잡아야할 수도 있고, 구음장애나 연하장애가 진행하고 있는 경우라면 관련된 언어재활을 통해 인후주변 근육을 사용하는 방법을 훈련해야 한다.

근육량 감소, 저영양 상태 역시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럴 경우 ‘인삼-황기’가 함께 배합된 이른바 보중익기탕·십전대보탕·인삼양영탕 등 ‘삼기제’ 같은 한방의 보제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에, 질환이 급작스레 진행된다고 느낄 때, 2~4주 정도의 입원재활치료를 진행해보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파킨슨병을 의심해볼 수 있는 핵심 증상이 있다면.

“한쪽 팔다리가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힘이 더 빠진 듯, 또는 민첩하지 못한 것 같다고 느낄 때 한 번쯤 의심해보길 바란다. 이는 파킨슨병의 ‘서동증’을 의심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 한쪽에서 증상이 시작된다. 내 경우 진료실에 많은 환자들이 ‘중풍(뇌졸중)인 것 같다’며 내원하지만, 알고 보면 파킨슨병이었던 경우가 많다.”

-파킨슨병과 관련해 주의 깊게 보거나 연구하는 부분이 있다면.

“과거 파킨슨병은 뇌질환이라고만 여겨졌지만 최근은 다르다. ‘뇌’와 함께 ‘대장’의 건강이 중요하다는 점이 인식되며 많은 학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 최근 치료 트렌드는 뇌뿐 아니라 장까지 함께 커버하는 전신적 치료법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진료에 나서다보면 변비를 호소하는 파킨슨병 환자들이 변비가 해소된 날은 움직임이 훨씬 편하다고 말한다. 단순히 컨디션의 문제를 넘어 움직임 자체가 편해지는 만큼 쉽게 간과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이런 현상이 과학의 발전과 함께 점점 근거를 토대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뇌-장’축을 위주로 한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수행 중이다. 현재는 파킨슨병 환자분들에게 침치료를 진행하면서 장내 미생물 군집의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확인하는 연구에 나서고 있다.”

-환자에게 전반적 제언을 해달라.

“퇴행성 뇌질환은 어떤 단 하나의 핵심요소로 인해 발생하는 게 아니다. 기저에는 매우 다양한 요인이 있는데, 이는 우리 삶의 방식 자체에서 하나하나 우리 몸에 남겨진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질환을 관리하려면 일상생활을 전격적으로 바꾸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갑자기 이를 한 번에 다 바꾸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가 존재하는 것이다. 전문가는 다양한 요인 중 현재 눈앞에 있는 가장 커다란 돌을 지목하고, 이를 치워가는 길이 수월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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