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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웅 갱생 나선 ‘불타는 트롯맨’, 들러리 된 시청자 [이슈]

입력 : 2023-02-26 17:10:00 수정 : 2023-02-26 18: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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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트롯맨’ 결승을 앞두고 황영웅의 논란이 연일 가중되고 있다. 가해 사실이 분명하지만 ‘선 녹화 후 반성’하겠다는 황영웅, 그리고 제작진이다. 

 

황영웅은 ‘불타는 트롯맨’의 유력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얼굴이 알려지자 온라인 상에는 그의 과거사를 폭로하는 글이 다수 등장했다. 폭행 전과 의혹, 학창시절 폭력 가해 등의 논란이 생겼고 위압감을 주는 문신을 한 과거 사진까지 공개돼 기름을 부었다. 

논란이 심화되자 황영웅은 25일 방송사를 통해 “내 부족함과 잘못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깊이 사죄드린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돌아보며 후회하고 반성해왔다. 친한 사이였던 친구에게 상처를 입히게 된 것 진심으로 미안하다. 직접 만나서 사과의 마음을 전하고 용서를 구하겠다”고 고개숙였다. 그러면서 “비록 과거의 잘못이 무거우나 새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보다 나은 사람으로 변화하며 살아갈 기회를 달라”고 감정에 호소했다. 

 

이어 제작진은 “2016년, 황영웅은 검찰의 약식 기소에 의한 벌금 50만원 처분을 받았다. 제기된 내용에 있어서 서로 다른 사실이 있음도 확인하였고,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것으로 생각도된다. 황영웅이 모든 잘못과 부족함에 대해 전적으로 사과하고 있다”고 그를 감쌌다. 

 

문제는 논란을 미리 인지하고 있던 제작진의 행보다. 24일 ‘불타는 트롯맨’ 측은 결승 진출자인 8인의 스페셜 방송을 내보냈다. 황영웅은 출연진들과 아무일 없다는 듯 질의 응답과 게임, 무대를 이어갔다. 자막으로 ‘2월 17일 사전녹화로 진행되었다’고 공지했지만, 송출 전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강행했다는 점은 앞으로도 ‘하차 없는’ 황영웅의 행보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불타는 트롯맨’은 과거 ‘미스터트롯’을 런칭한 서혜진 사단의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TV조선에서 MBN으로 채널을 옮겨 ‘미스터트롯2’에 대적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낸 것. 방송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불타는 트롯맨’을 향한 시청자의 반응은 ‘미스터트롯2’ 못지 않았다.

 

하지만 제작진의 변심을 감당해야 하는 건 시청자다. 2021년 상반기 ‘미스트롯2’ 준결승을 앞두고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진달래가 학폭 의혹에 휩싸이자 제작진은 “진달래가 과거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하차한다”고 알렸다. 같은 상황, 황영웅과 진달래를 향한 제작진의 결정은 달랐다.

 

나아가 “출연자 선정에 있어서 사전 확인과 서약 등이 있었으나, 현실적인 한계로 유감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고 밝힌 제작진의 입장도 의문이다. ’사전 확인과 서약’은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한 과정이다. 서약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당사자를 감싼다면 이 ‘서약’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 결격 사유에도 출연을 결심한 황영웅, 이를 알고도 방치한 제작진 모두의 잘못이다. 

 

황영웅의 과거사가 밝혀진 후 피해자도, 시청자도, 대중도 그 누구도 먼저 그를 옹호하지 않았다. 반면 제작진은 전과 기록까지 있는 황영웅을 감싸며 사실상 그의 하차를 거부하고 나섰다. 변함 없이 결승전이 방송된다면 제작진이 주도한 ‘황영웅 갱생 프로젝트’에 시청자는 들러리가 될 뿐이다.  

 

여전히 황영웅을 지지하는 시청자도 일부 존재하지만 한 누리꾼은 시청자 게시판에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오디션에 폭력·상해·문신·괴롭힘 등의 단어가 난무하니 혼란스럽다’고 했고, ‘내 아들이 피해자라고 해도 황영웅을 응원하겠냐’는 의견도 있었다. 

제작진의 고집에 ‘우승자 내정설’까지 피어오르고 있다. 우승 후보에 오른 여덟 명의 출연진은 이미 결승전 녹화를 마쳤다. 오는 28일과 내달 7일 방송 예정인 결승전은 시청자 무자 투표와 우승자 발표만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이미 촬영을 마친 상태지만, 들끓는 여론을 무시한 채 방송 강행만을 고집하고 있는 제작진이다. 그간 논란 속 인물들이 출연해 편집과 결방 등의 고충을 겪어온 숱한 프로그램들이 존재하지만 ‘불타는 트롯맨’ 제작진은 이 당연한 수순을 따르지 않았다. “직접 만나서 사과의 마음을 전하고 용서를 구하겠다”는 황영웅의 반성과 사과는 이미 결승 무대를 마친 후의 수습일 뿐이다.  

‘불타는 트롯맨’은 누적 상금제로 경연을 이어가고 있다. 최종 상금은 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폭로자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잡음 없이 우승권에 들었을 터. 폭로글이 등장하고 나서야 “대중 앞에 나서게 되는 것이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지금 이 순간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라지고 싶은 마음”이라고 토로한 황영웅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이유다. 

 

방송이 강행된다면 과거에 잘못을 저지르고도 버젓이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 후보에 들 수 있다는 기막힌 선례를 남기게 될지도 모른다. 폭로글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황영웅은 제작진의 지지 아래 우승으로 한 발 더 나아가고 있다. 과연 피해자들에게 폭행을 가한 그가 결승전에 설 자격이 있을까. 제작진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MBN ‘불타는 트롯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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