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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졸업·14주년”…가장 빛나는 아이유의 ‘더 골든 아워’ [공연리뷰]

입력 : 2022-09-19 10:16:09 수정 : 2022-09-19 10: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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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오렌지 태양 아래, 주경기장을 가득 메운 4만 여 관객과 데뷔 14주년을 자축했다. 가수 아이유의 가장 빛나는 ‘더 골든 아워’의 순간이었다. 

 

18일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아이유 단독 콘서트 ‘더 골든 아워(The Golden Hour) : 오렌지 태양 아래’(이하 더 골든 아워) 공연이 개최됐다.

 

17일과 18일 열린 이번 공연은 2019년 국내 4개 도시와 아시아 6개 도시에서 개최된 ‘러브, 포엠(Love, Poem)’ 이후 아이유가 여는 3년 만의 단독 콘서트로 양일간 약 8만 5000명의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다. 

 

6시 59분에서 7시로 넘어가는 순간, 아이유의 그림자가 화면에 등장했다. 뻥 뚫린 하늘과 응원봉 물결 모든 순간이 공연의 부제와 걸맞게 ‘오렌지빛’으로 물들었다. ‘오렌지 태양 아래’는 새롭게 다양한 무대로 그 순간 자체가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라는 기획 의도가 담긴 부제다. 아이유는 “3년만에 공연으로 오랜만에 인사드리게 된 아이유입니다”라는 인사로 ‘더 골든 아워’ 마지막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9월의 가을 밤이었지만, 한여름을 방불케하는 무더위가 이어졌다. 아이유는 “오늘 어제보다 살짝 덥다. 기다리는 동안 덥지는 않으셨는지” 걱정하면서도 “다행히 어제보다 하늘이 더 예뻤다. 더워서 여러분이 고생하실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래도 노을질 때 '에잇'을 부르고 싶었다. 예전부터 기획을 해놨던 거라 하늘이 예뻐서 좋았다”고 오프닝 곡 선정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이날 4만 여 객석에는 모두 연두색 방석이 깔려있었다. 긴 러닝 타임을 자랑하는 아이유의 공연의 특징을 알 수 있는 배려였다. 아이유는 “원래 해오던 공연보다 이번 공연 시간이 유독 짧다”면서 “좌석에 깔려 있는 방석은 어머니께서 직접 발주를 넣어 한 달 반 전부터 열심히 준비하신 거다. 집에 갈 때 가져가시면 된다”며 깜짝 선물도 건넸다.

 

‘에잇’과 ‘셀러브리티(Celebrity)’ 두 곡을 부르는 동안 오렌지 빛 해가 졌다. 아이유는 “오프닝으로 새로운 곡 두 곡을 불러봤다. 3년 간 신곡이 많이 나와서 못했던 곡을 한풀이처럼 해봤다”고 너스레를 떨며 “‘아이유 공연이 이런 분위기였지’ 할 수 있는 익숙한 분위기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날 공연은 올해로 데뷔 14주년을 맞이한 아이유의 데뷔 기념일이다. 아이유는 “이렇게 날도 완벽하게 일요일에 콘서트를 하며 데뷔 기념일을 챙길 수 있는지, 운이 너무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이 더 잘해주는 것 같다”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이 지금’, ‘너의 의미’, ‘금요일에 만나요’ 등 히트곡들이 줄지어 펼쳐졌다. 그리고 ‘팔레트’ 무대를 앞두고 아이유의 깜짝 고백이 이어졌다. 아이유는 “내가 너무 사랑하는 곡의 졸업식이다. 25살에 이 노래를 작사, 작곡하고  정말 소중하게 가지고 있으면서 불렀던 곡”이라며 “이제 올해로 30대가 됐다. 이 노래는 스물 다섯의 지은이에게 남겨주고 싶다. 내가 내 인생에게 가 제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때다. 어쩌다 보니 서른이 돼서 그 때만큼 좋은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어 “굳이 이 곡을 계속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될거같은 생각이 든다. 이번 공연을 마지막으로 정식 셋리스트에서는 못 볼 것 같다. 팬들도 많이 좋아해준 곡이다. 오늘은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든다. 아쉬운 분들이 있다면 같이 불러달라. 마지막으로 스물 다섯의 마음으로 어느 때보다 열심히 부르겠다”며 팔레트의 졸업 무대를 선사했다. 

 

‘팔레트’에 이어 ‘좋은날’도 이번 공연에서 졸업식을 가졌다. 아이유는 “나의 가장 큰 히트곡, 출세곡이다. 여러모로 참 많이 부르고 추억이 많은 곡”이라며 “정식 셋리스트에서는 당분간 보기 힘들어질 것 같다. 이 노래를 불러왔던 많은 무대들, 많은 생각들이 지나간다”고 고백했다. 삼단 고음과 응원법, 떼창까지 완벽한 삼위일체였다. 무대를 마친 아이유는 “눈물이 날 뻔 했다. ‘좋은날’이 워낙 터지는 곡이기도 하고 항상 삼단고음을 하고 퇴장을 한다. 그래서 셋리스트를 짤 때 ‘좋은날’의 배치가 뻔해지다 보니 아쉬웠다”며 결정의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제 30대가 됐다. 이 노래는 열여덟에 불렀던 곡이다. ‘오빠가 좋은 걸’인데, 오빠가 많이 없어보인다”고 너스레를 떨며 “어제 공연에서 확인해 보니 초등학생 팬분들도 오시더라. 어린 친구들은 ‘좋은날’을 부를 때 태어난 분들이다. 아이유의 대표곡으로 좋은날을 잘 모른다고 하더라. 그래서 조금 더 새로운 공연을 하려면. 새로운 시도가 필요할 거 같았다”고 했다. 

 

‘리얼 대세 아이유’라는 응원법으로 유명세를 탄 곡이기도 한다. 아이유는 이를 언급하며 “아직도 들려줄때마다 웃음이 난다. 마지막인데 '리얼대세' 응원법에 다시 대세 된 것 같았다. 열여덟살 된 것 같았다”며 시원섭섭한 소감을 밝혔다. 

지난 14년 차근차근 한국의 대표 가수로 성장해왔다. 공연의 규모도 점차 늘려왔다. 올림픽홀, 체조경기장을 넘어 올림픽주경기장 입성이다. 이번 공연은 한국 여자 가수 최초의 올림픽주경기장 공연으로 티켓 오픈부터 순식간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이 특별한 이유는 또 있었다. 열기구, 대규모 폭죽과 드론쇼까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역대급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스트로베리 문(strawberry moon)’ 무대는 공연의 규모만큼 거대한 열기구가 등장했다. 아이유는 열기구에 올라타 공연장을 둥글게 돌며 관객과 눈을 맞췄다. 그는 “2, 3층 관객들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고 싶어서 달을 띄워봤다”고 말했다. 

 

역주행 신화를 쓴 ‘내손을 잡아’ 무대 이후에는 “공연을 못했던 3년 사이 ‘내손을 잡아’가 10년만에 역주행했다. 그래서 공연의 중요한 파트에 넣어 봤다”면서 “‘느낌이 오잖아’에서 떼창이 나온 건 처음이다. 높은 부분에서 떼창이 나오더라. 인이어 때문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깜짝 놀라 소름이 돋았다.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주경기장을 가득 채우는 떼창은 매 무대 이어졌다. 곡마다 맞춰진 응원법은 3년 만의 공연이 무색할 만큼 딱딱 맞아떨어졌다. 아이유는 “여러분과 호흡하며 2부를 달릴 예정”이라며 “공연을 못한 3년 사이에 라이브 클립이 터지면서 많은 뷰를 기록한 곡이다. 잘 부탁한다”며 ‘블루밍(Blueming)’ 무대를 이어갔다. 

 

더욱 인상적인 건 공연의 구성과 선곡의 이유를 하나씩 곱씹으며 설명해주는 아이유의 모습이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데뷔 15년 차의 가수로서 자신이 직접 겪고 느낀 일화들을 털어놨다. 발라드로 구성된 3부를 진행하며 아이유는 “다른 공연에 비해 이 구간이 짧아 어떤 곡을 넣어야 후회 없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소개하며 “‘무릎’은 아이유의 정체성에 가까운 곡이라 생각한다. 많이 알려진 노래는 아니어도 꼭 이 무대에서 불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무릎’과 ‘겨울잠’을 한 세트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겨울잠’을 쓰며 ‘무릎’의 느낌을 많이 찾아보려 했다. 키도 감정선도 비슷하다. 이어서 들려드리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더 골든 아워’의 백미는 화려한 폭죽과 드론쇼였다. 유애나(공식 팬덤 명)의 로고와 시계, 아이유의 실루엣 등 공연을 함께하는 이들에게 의미있는 모습들이 드론을 통해 하늘에 띄워졌다. 공연장의 관객뿐 아니라 인근의 주민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첫 번째 앵콜곡은 ‘러브 포엠(Love poem)’. 아이유의 무대에 앞서 관객들은 ‘걸음마다 함께할게, 우리는 완벽한 14년 지기 친구니까’라는 슬로건을 들고 무반주로 ‘러브 포엠’을  합창하며 주인공의 등장을 기다렸다. 고요하게 울려 퍼지는 4만 여 관객의 목소리에 아이유조차 “나를 울리려고 작정을 하셨다”고 너스레를 부릴 정도였다. 

 

공연 말미 아이유는 진솔한 소감을 털어놨다. “솔직히 오늘 공연은 조금 어려웠다”는 고백이었다. 그는 “진짜로 이 시간이 왔다는게 신기하다. 정말 내가 한게 맞는지 기분이 이상해지려 한다”고 했다. 

 

“보통은 첫공이 훨씬 어려워요. 둘째 날에는 길도 익히고 긴장도 풀리고 편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데, 귀에 약간의 문제가 있어서 조마조마하면서 이번 공연을 준비했어요. 심각한 건 아닌데 귀를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이 1년 전부터 있었어요. 이번 공연은 나만 잘하면, 내 귀만 멀쩡하면 되는데 생각했죠. 어제 공연 말미부터 귀가 안좋아져서 어젯밤과 오늘 리허설을 하면서 하루를 지옥처럼 보냈어요. 첫 곡을 시작하면서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올라왔어요. 제가 항상 하는 말이고, 그때마다 진심인 말이지만 오늘 공연은 여러분이 다 해주셨다고 생각해요.”

 

데뷔 14주년을 자축하며 성대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아이유는 “14주년, 큰 규모의 콘서트를 축하해주시는 마음으로 와주신게 느껴진다”고 했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꼈다는 진정성 있는 고백은 관객의 마음도 뭉클하게 했다. 

 

아이유는 “오늘 지은 웃음, 했던 말 모두 진심으로 드린 말이다. 감사하다, 사랑한다, 미안하다가 너무 작다. 어떤 말로 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 공연을 통해서 훨씬 더 겸손한 마음으로 노래를 열심히 할 것 같다”며 “10대 때부터 도전해오고 달려왔던 길에 어쩌면 이 무대가 정말 마지막 도착지일수도 있겠다 생각을 많이 했다. 애초에 이런 큰 무대를 꿈꿔본 적도 없다. 오늘의 기억으로 우쭐하지 않고 더 겸손한 마음으로, 오늘을 되새기면서 14년을 더 가보겠다”고 앞으로의 행보에도 기대를 당부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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