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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희의 눈] 물폭탄 침수와 재난의 불평등

입력 : 2022-08-17 15:07:06 수정 : 2022-08-17 15: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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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반지하가 물에 잠기는 과정이 나오는 장면은 참 인상적이었다. 최상위층에 잠시거주하고 있다 원래의 살던 곳 밑바닥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이 비와 함께 묘사가 되었고 그들이 사는 곳은 물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는다. 반면 부를 이룬 대형주택에 사는 사람은 미세먼지가 사라졌다며 마당에서 파티를 하자고 말한다. 영화라지만 씁쓸함을 감출수가 없다.

 

 안타깝게도 이 장면은 현실이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에서 제일 부촌이라는 강남서초가 물에 잠겼다. 영국의 매체 BBC는 반지하를 ‘banjiha’라고 부르며 “기본적으로 햇빛이 없으며 사람들이 시선을 내리면 내부를 볼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라고 묘사했다. 한 주요 외신은 관악구 신림동 침수 사건을 두고 “집값이 최대 정치 화두 중 하나인 한국에서 대기업이 건축한 고층 건물에 산다는 것은 사회적 지위를 나타낸다”며 “가난한 사람들은 값 싸고 축축하며 곰팡이가 핀 반지하에서 산다”고 보도하며 한국의 현실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하늘에서 내리는 물 폭탄 한방에 쑥대밭이 되어 버리는 모습이 ‘경제 강국’이라고 불리며 선진국 진입이 눈앞에 있다는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최고가의 고층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야 별 문제가 없겠지만 재난을 당하는 사람은 그 반대에 있는 사람들이다. 사회의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저소득층에서 벌어진다. 그야말로 재난을 입는사람 따로 당하는 사람 따로 있는 듯하다. 침수로 인한 피해도, 이를 복구하기 위해 부담해야 할 짐도 결코 평등하지 않았다. 결국 가난한 사람들은 낮은 곳 중에서도 가장 낮은 곳으로 쫓겨났다. 

 

 재난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이번일로 반지하를 모두 없앤다지만 단순하게 접근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그들은 또 어디로 가란 말인가? 반지하에 살고 싶어 사는 사람이 있을까? 모두가 입지가 좋은 커뮤니티를 갖춘 고급 아파트에 살고 싶다. 하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그때뿐인 문제로 넘어가지 않았으면 한다. 결국 누군가는 침수로 목숨을 잃고 누군가 재난을 당해야 바뀌는 일이 반복 되고 있다. 비가오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누군가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는 너무나도 슬프다. “비가 와야 사진이 잘나온다”고 한 정치인의 말과 “비가와서 미세먼지가 사라져서 좋다”는 영화의 대사가 묘한 대비를 느끼게 한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가슴에 남는다. 이제 그만 소를 잃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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