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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 전 세계 1위인데… 韓서 유독 미지근한 ‘기묘한 이야기’

입력 : 2022-07-10 14:00:00 수정 : 2022-07-12 09: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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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시즌4 2부를 공개한 넷플릭스 미국드라마 ‘기묘한 이야기’가 예상대로 즉시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다. 넷플릭스 흥행통계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기묘한 이야기’는 전 세계 집계대상 89개국 중 무려 88개국에서 TV쇼 부문 시청시간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여기에 흥미로운 소식이 하나 더 붙었다. 위 89개국 중 ‘기묘한 이야기’가 1위를 차지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란 점이다. 한국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 이어 3위에 그쳤다. 이후론 그보다도 더 순위가 떨어지고 있다.

 

 이처럼 ‘한국서만 미지근한 ‘기묘한 이야기’’ 상황을 두고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다. 한국은 자국 TV드라마에 대한 애착이 워낙 강해 글로벌 트렌드가 잘 안 먹힌단 의견, 성질 급한 한국대중에 시즌제 드라마는 본래 잘 맞지 않아 시즌3를 넘어가면 화제성이 사그라진단 의견, 한국은 본래 SF 콘텐츠에 대한 선호가 딱히 없어 늘 한계가 있단 의견 등이 제시됐다. 또 ‘기묘한 이야기’는 애초 미국의 1980년대 문화적 노스탤지어 기반으로 성립된 드라마인데, 한국은 당시 문화적으로 미국과 끈끈하게 연동되진 않은 환경이었기에 의도된 만큼 공감하긴 어렵단 의견도 등장했다.

 

 모두 제각각 나름의 근거가 있는 해석들이다. 그런데 그 추론과정에서 유독 언급되지 않는 부분이 하나 있다. ‘기묘한 이야기’의 주인공 ‘연령대’ 설정 부분이다. ‘기묘한 이야기’는 애초 트윈(tween) 연령 설정으로 시작한 드라마다. 흔히 로우틴(lowteen), 프리틴(preteen) 등으로도 불리며, 발달심리학에서 전(前)청소년기(preadolescence)에 해당하는 만 10~13세를 가리킨다. 학령으론 대략 초등학교 5~6학년에서 중학교 1~2학년 정도. 그리고 미국 대중문화산업은 이들 트윈 설정 콘텐츠를 지난 반세기 걸쳐 꾸준히 쏟아내 왔다.

 

 당장 ‘기묘한 이야기’ 모티브 중 하나인 1985년 작 ‘구니스’부터가 중심인물 모두 트윈 연령 설정이었다. ‘구니스’를 제작한 스티븐 스필버그 대표작 ‘E.T.’도 마찬가지고, 어떤 의미에선 1980년대 내내 이들 10~13세 주인공의 시대였다고도 볼 만하다. 아카데미상 후보로 오른 영화 중에서도 로브 라이너의 ‘스탠 바이 미’가 있었고, 13세 소년이 어느 날 30세 성인으로 변한단 판타지 ‘빅’ 역시 같은 설정이다. TV드라마도 마찬가지다. 한국서도 방영된 미국 ABC 드라마 ‘케빈은 열두 살’ ‘천재소년 두기’ 등이 큰 인기를 모았다.

 

 멀리는 1970년대 중반 ‘꼴찌 야구단’ ‘리틀 로맨스’ 등의 히트부터 시작된 오랜 흐름이다. 1980년대 이후에도 1990년대 ‘마이 걸’ ‘쥬만지’ ‘식스 센스’ 등을 거쳐 2000년대 YA(Young Adult) 콘텐츠 붐을 견인한 ‘해리 포터’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더더욱 규모를 불려 나간 흐름. 비단 미국만의 얘기도 아니다. 1970년대부터 영국, 프랑스 등 유럽과 일본 등지 중심으로 트윈 콘텐츠는 꾸준히 대중문화시장 일정 지분을 차지해왔다.

 

 왜 이런 콘텐츠가 반세기 걸쳐 인기를 얻고 있는지는 다소 간명하다. 이들 10~13세 주인공은 오히려 성인층에서 반응이 좋고, 특히 세대 불문 여성층에서 유난한 인기를 모아왔기 때문이다. 이제 마냥 어린이라고 불리진 않지만 그렇다고 청소년이란 타이틀을 붙이기엔 또 애매한 나이. 막 아동기를 넘어 처음 성인세계 논리들에 눈 뜨고 그를 어설프게나마 모방해보려다 좌충우돌하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에 귀엽다 여기면서도, 한편으론 그런 번민과 갈등에 공감하기도 하는 성인들의 감수성이 존재해왔단 것이다.

 

 그런데 한국선 이 같은 트윈 콘텐츠가 제대로 먹혀본 적이 거의 없다. 최소한도 대중시장에서 특별히 선호돼본 적은 없으며, 어딘지 어색하단 느낌으로 받아들여졌던 게 사실이다. 마냥 귀여운 어린이들이 등장하는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나 이제 외형적으로나 의식적으로 제법 성인에 가까워진 고등학생 웹드라마 ‘에이틴’ 등은 각각 한국서도 소화되기 쉽고 그만큼 시장에서 설 자리도 잘 찾아냈지만, ‘그 사이’는 늘 고전해왔다.

 

 할리우드 트렌드에 영향받아 1990년대 등장한 트윈 영화들, ‘참견은 노, 사랑은 오예’ ‘키드캅’ 등은 단순히 ‘어린이영화’로 치부되며 모두 흥행에 참패했고, 그나마 MBC 드라마 ‘사춘기’나 KBS2 드라마 ‘반올림’ 정도가 중학생 설정으로 주목받았지만, 곧 KBS2 ‘학교’ 시리즈 등을 통해 명확한 하이틴=고등학생 설정으로 대체됐다. 이후 10대 콘텐츠가 웹 기반으로 플랫폼을 옮긴 뒤에도 이 같은 하이틴 설정은 딱히 바뀌질 않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질 들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한국선 이 연령대를 따로 구분해 바라보는 자체를 어색해한단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선 발달 시기 구분을 상급학교 진학 기준에만 맞춰 이해하다 보니 그런 일이 생긴다. 초등학생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두 ‘어린이’, 중학생부턴 모두 ‘청소년’이란 식으로 이해하려 하지, 10~13세를 따로 구분해본 적은 없다 보니 해당 시기 특유 면면에도 주목하고 관심 가져보지 않게 됐단 것. 그러다 보니 그 ‘미묘한’ 연령대가 해외에서 셀링 포인트가 되지만, 한국선 그저 ‘애매한’ 연령대로 받아들여져 잘 다뤄지지 않게 된 부분이 크다. 이도 저도 아니고 ‘어정쩡할 뿐’이란 것이다.

 

 ‘기묘한 이야기’에도 이런 딜레마가 일정 부분 작용하고 있으리라 가늠해볼 수 있다. 해외 반응을 접하고 시즌1부터 차근히 시작해보려는 한국 대중에 있어선 더더욱 그렇다. 나름 ‘장벽’이 된다. 이런 점과 함께 서두에 언급한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한국서만 미지근한 ‘기묘한 이야기’’가 완성된 것일 테다. 이에 일각에선 2011년 유사한 장르와 시대 배경, 연령 설정으로 전 세계에서 히트한 영화 ‘슈퍼 에이트’가 국내선 고작 47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을 때 이미 예고된 상황이나 마찬가지란 얘기도 나온다.

 

 어찌 됐건 위 제시된 원인 하나하나가 한국의 특수한 대중문화시장 분위기를 드러내 준단 점은 반드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TV 드라마만큼은 자국 콘텐츠가 더없이 선호되는 분위기라든가, 여전히 시즌제 드라마엔 잘 적응하지 못하며 SF 장르에 대한 애착도 떨어진단 점 등등 모두 그렇다. 트윈 연령 설정에 떨어지는 선호도도 마찬가지다. 의외로 생각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한 지점이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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