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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 팬데믹 그 후…영화시장 어떻게 변할까

입력 : 2022-05-23 07:00:00 수정 : 2022-05-23 08:5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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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 2’가 파죽지세 흥행을 달리고 있다. 배급사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개봉 4일째인 21일 낮 12시30분 ‘범죄도시 2’ 누적관객 수는 200만1105명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뿐 아니라 지난 3년 간 개봉한 한국영화 중 가장 빠른 200만 돌파가 된다. 그리고 21일이 마감되면서 250만 관객도 돌파, 누적관객 수 257만6930명에 이르렀다. 엄청난 속도다. 열풍에 힘입어 이제 2017년 687만9841명을 동원했던 전작 기록을 경신할 듯하단 전망까지 심심찮게 나오는 실정.

 

 물론 큰 차원에선 이 같은 폭발적 흥행도 근래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는 국내 극장가 상황과 궤를 같이 한다. 17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한국영화산업 결산자료에 따르면 2022년 1~4월 극장 전체 누적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6.6%, 전체 누적관객 수도 전년 동기 대비 39%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 동기 대비론 여전히 75.2% 감소한 수준이지만, 어찌됐건 지난해에 비해선 크게 호전됐고, 4월 한 달만 놓고 봐도 3월에 비해 전체 매출액 29.2%, 전체 관객 수는 21.7%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이렇듯 극장 정상화 흐름이 뚜렷하다보니 ‘범죄도시 2’ 같은 흥행도 다시 나올 수 있게 됐단 얘기.

 

 그런데 그 흥행 흐름을 살펴보면 좀 기묘한 상황과 맞닥뜨린다. 지난 6개월, 그러니까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개봉한 영화들 중 누적관객 수 100만 명을 돌파한 영화는 총 6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해적: 도깨비 깃발’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범죄도시 2’ 등이다. 공통점이 뚜렷하다. 모두 프랜차이즈 속편 내지 프리퀄, 혹은 어찌됐건 동일제목을 걸고 세계관을 함께 하는 유니버스 영화들이란 점이다. 오리지널 영화는 이중 단 한 편도 없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제 코로나19 ‘패닉’은 벗어난 시점이라지만, 여전히 일정수준 경계심들은 공유하고 있다. 거기다 2년여 걸쳐 극장 등 공간에 발 들여놓지 않아 여가패턴 자체가 크게 변해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땐 영화 등 여가소비에 있어 이른바 ‘모험적 소비’가 크게 줄기 마련이다. 충동적, 즉흥적으로 영화 보러갈 정도는 절대 안 되고, 소위 ‘꼭 봐야할 영화’가 아니라면 애초 극장관람 계획 자체를 잡지도 않는다. 그러니 팬덤이 이미 형성돼있는 프랜차이즈 속편, 프리퀄, 유니버스 영화들이 주로 선택될 수밖에 없고, 신선감 있는 오리지널 영화들은 오히려 선택지에서 뒤처지고 만다.

 

 어떤 점에선 이 같은 속성 탓에 전반적 국내 극장가 회복세에도 한국영화는 큰 재미를 못 보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지금 한국영화시장이 그렇다. 당장 지난 4월만 해도 한국영화의 전체 관객 점유율은 28.1%에 그쳤다. 물론 그때그때 엔트리 따라 달라지는 수치긴 하지만, 이 정도 점유율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실상 연중 어느 때든 비슷하게 이어진다는 게 문제다. 예컨대 2021년 연간 한국영화 점유율 역시 29.7%에 그친 바 있다. 이런 ‘한국영화만 부진’ 원인을 좀처럼 속편, 프리퀄, 유니버스 등 프랜차이즈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국영화 특성에서 찾을 수도 있다는 것.

 

 간만의 ‘제대로 된’ 한국영화 속편 ‘범죄도시 2’가 등장하자 바로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그저 세계관만 공유하는 수준 ‘무늬만 속편’ 격 ‘해적: 도깨비 깃발’조차 그 이름값 하나로 100만 관객은 넘기고 있는 상황 등으로 쉽게 짐작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결국 한국영화 특유의 ‘프랜차이즈 부재’ 환경이란 것도, 여건이 좋을 땐 오리지널리티가 중시 되는 이상적 문화예술 환경이 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처럼 극단적 위기가 닥쳤을 땐 내재돼있던 산업적 리스크가 액면 그대로 터져 나오는 위험천만한 환경이 된단 얘기다. ‘범죄도시 2’ 일대 흥행이 던져주는 시사점이 있다면 바로 이런 곳부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편, 여기서 보다 거시적 차원을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지난 1월 미국 배우 겸 감독 벤 애플렉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난 이제 ‘아르고’ 같은 영화는 극장용으로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 본다. 지금이라면 드라마 시리즈로 만들어질 것”이라며 “극장서 상영되는 영화들은 점점 비싸지고 이벤트성 영화들이 될 것이다. 대부분 젊은 관객들을 위한 영화, 주로 ‘난 마블 유니버스에 푹 빠져있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너무 기다려져’ 같은 식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또 “1년 간 40편정도 영화만이 극장 개봉되고, 대부분 IP, 속편, 애니메이션으로 채워질 것”이라고도 했다.

 

 물론 파격적인 얘긴 아니다. 벤 애플렉 이전 수많은 평론가, 기자, 애널리스트들이 예고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넷플릭스 등 OTT가 순식간에 영화시장 큰 축으로 거듭나면서부터 나온 예상이다. 그렇게 기존 내러티브예술로서의 영화는 OTT 공간으로 이동해 가정용 엔터테인먼트화 되고, 극장용 영화는 점차 IP 기반으로 놀이공원 어트랙션과 같은 체험형 엔터테인먼트로서 진화하리란 예상.

 

 한 마디로 향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완연히 가라앉더라도 모든 게 예전처럼 돌아가진 않으리란 예상이다. 팬데믹 기간은 그저 이 같은 전반적 진행을 보다 가속화시킨 정도다. ‘결국 오고야 말 미래’가 좀 더 앞당겨진 정도. 사실 비단 극장용 영화산업뿐 아니라 다른 많은 분야 산업과 업종들에서도 비슷한 예상이 돌아가고 있다. 이처럼 거대한 재난이 2~3년 걸쳐 대중의 행동과 의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면, 재난 극복 후에도 고스란히 원상태 복귀가 아니라 이른바 제3의 방향으로 접어들게 된단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범죄도시 2’가 보여주는 3년여만의 폭발적 흥행세도 코로나19 팬데믹이 진정되고 나면 흔하게 다시 보게 될 광경만은 아닐는지 모르겠다. ‘그런’ 영화들이 극장서 맹활약하는 시점은 지금이 ‘끝물’일 수 있고, 향후 ‘제2의 범죄도시’는 OTT 등 다른 플랫폼에서 탄생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만약 지금이 그런 분기점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라면, 속편이라 성공했다든가 속편 없어 한국영화는 위기에 약하다든가 하는 분석과 방향 제시 역시 무의미해지는 것일 수 있다. 당장 극장이 다시 살아나느냐 아니냐 같은 짧은 시각에서 벗어나 대중문화산업 전반의 변화 조짐을 민감히 포착하고 면밀히 관찰해봐야 할 시점이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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