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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벽돌 따라 늦가을 나들이 가볼까

입력 : 2021-11-29 10:04:13 수정 : 2021-11-29 10: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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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성당 전경

가을의 끝자락, 대구의 특별한 붉은 건물들을 찾아 나섰다. 대구관광재단이 기획한 근대건축기행의 ‘브릭로드’ 코스를 따라갔다. 이는 대구 원도심 중 하나인 중구의 적벽돌로 지어진 건축물을 따라가는 골목 여행 코스다.

 

걷는 내내 동서양의 스타일이 합쳐진 독특한 분위기의 건물들이 맞아준다. 이들 건물은 1900년대 우리나라를 찾은 가톨릭 신부이자 서방 건축가의 설계에 동방 건축기술자가 함께 만들어냈다. 로마네스크 양식부터 고딕 양식 등 건축가의 취향이 묻어나온다.

 

대구관광재단은 28일 브릭로드 코스로 화교협회를 시작으로 계산성당~선교사주택~계성중학교~성유스티노 신학교~성모당 순으로 둘러볼 것을 제안했다. 이는 3.8㎞ 규모로 1시간 남짓 거리이지만, 건물의 매력에 빠져 하나하나 둘러보면 어느새 2~3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특유의 붉은 건물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 ‘사진찍기 좋은 곳’으로 손색없고, ‘건축여행’을 테마로 인문학여행을 떠나기도 좋다.

계산성당 내부

◆1900년대 초, 초가집 넘어 ‘붉은 벽돌건물’ 속속

 

이번 여행에서 해설을 맡은 문화해설사 이종국 씨는 국내에 적벽돌이 들어온 것은 일제강점기 전후라고 했다. 초창기 선교사들은 한옥을 대신해 적벽돌로 된 서양식 교회나 성당을 짓기 시작했고, 이후 일반에 전해지며 ‘고급 건축재’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 해설사는 “당시 국내에는 벽돌을 찍어내거나 쌓아 올리는 기술이 없었다”며 “1900년대 국내 건축물은 초가집·나무집이 전부였고, 브릭로드의 벽돌집은 중국인들이 주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청라언덕의 가을

◆뾰족한 고딕양식, 경상도에서 가장 오래된 ‘계산성당’

 

여행 첫 코스로 ‘계산성당’을 택했다. 이는 경상도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자 서울·평양에 이어 국내에 3번째로 세워진 성당이다. 고딕양식이 가미된 로마네스크양식의 건물로 뾰족한 탑이 인상깊다. 유리창은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돼 빛이 다양한 색으로 성당 내부를 물들인다. 스테인드글라스에는 12사도와 김대건 신부 등 한국 순교성인을 묘사했다.

 

계산성당은 한국 가톨릭사뿐 아니라 대구 근현대 역사에서도 중요한 장소로 꼽힌다. 김수환 추기경이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계산성당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성직자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성당 내 교육기관으로 설립된 해성재(海星齋)에서는 안중근 의사가 신자를 대상으로 강의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1950년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1984년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문했다.

동산의료원 경내로 이어지는 모습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이곳에서 여행을 시작한다면 성당 인근의 ‘마당갈비’를 찾아 든든한 한끼를 챙기자. 한 자리에서 같은 메뉴로 오랫동안 영업 중이다. 갈빗대가 붙은 돼지갈비를 촉촉하게 양념해 연탄불로 구워 나오는 ‘돼지갈비’가 시그니처다. 식사 후 성당 앞 대구 지역 명물 ‘커피명가’를 찾아보자. 단 것을 좋아한다면 ‘명가치노’를 추천한다.

 

◆담쟁이덩굴 가득 ‘청라언덕’… 서양식 주택 독특

 

계산성당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계명대 동산의료원 경내로 이어지는 ‘청라언덕’이 나온다. 이는 선교사들이 거주하며 담쟁이를 많이 심은 데서 유래했다.

청라언덕 선교사의 집

이곳에는 1910년께 세워진 미국인 선교사 주택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양식 주택에 한국식 서까래와 기와를 이은 ‘스윗즈 주택’·방갈로 풍의 ‘챔니스 주택’·붉은 벽돌로 지어진 ‘블레어 주택’이 주인공이다. 의료원과 옛 서양주택이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을 찾는 고양이들도 한가롭게 볕을 즐긴다.

 

선교사들이 설계한 이들 주택은 대구 지역에 처음으로 서양식 주거양식과 생활상을 소개하는 근대건축 유산으로 꼽힌다. 보전이 잘 돼 있어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선교사의 집들은 지역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특히, 스윗즈 주택 북쪽 정원에는 대구 최초의 서양 사과나무 자손목이 자라고 있다. 1899년 동산병원 초대 원장인 존슨 선교사가 미국에서 3개 품종의 사과나무 72그루를 들여와 사택 뜰에 심어 키웠다. 이 중 ‘미주리 품종’만 자라 동산의료원 주변으로 보급한 것이 대구 사과나무의 효시로 알려졌다.

계성중학교

◆독립운동 도화선 역할… ‘계성중학교’

 

1906년 설립된 사립중학교인 계성중학교는 대구·경북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중학교 중 하나다. 1919년 계성학교는 대구지역 3·1 운동의 진원지이자 도화선 역할을 담당했다. 2003년 4월 교내 아담스관, 헨더슨관, 맥퍼슨관 등이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성유스티노 신학교

◆금녀의 집 ‘성유스티노 신학교’

 

1914년 10월 개교한 교구 최초의 신학교인 성유스티노 신학교는 현 대구가톨릭대학교의 출발점이 된 건물이다. 드망즈 주교가 신학교 설립을 위해 세계 각지에 원조를 구했을 때 상하이에 거주하는 익명의 신자가 유스티노 성인을 주보로 모시는 조건으로 거액을 희사해 ‘성유스티노신학교’가 됐다. 1945년 일제의 탄압으로 폐교되기까지 67명의 사제를 배출했으며, 1991년 대구관구 대신학원이 이곳으로 옮겨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인근에 천주교 대구대교구청과 성모당·샬트르성바오로 수녀원이 한자리에 모여 있고 일반인들도 산책이나 사색을 위해 찾는 경우가 많다.

 

신학교는 ‘금녀의 공간’이다. 2004년 영화 ‘신부수업’ 촬영차 기숙사를 찾은 배우 하지원은 유일하게 이곳에 출입한 여성이 됐다. 이밖에 영화 ‘박쥐’, 드라마 ‘각시탈’의 배경이 됐다.

성모당 전경
성모당

◆경건한 분위기가 기억에 남는 ‘성모당’

 

성모당은 프랑스 루르드의 성모 동굴을 본떠 만든 천주교 성지다. 대구 천주교회 초대교구장이었던 드망즈 신부가 건축했으며, 1917년 7월 착공해 1918년 8월 15일 완공했다. 가능한 루르드 성모굴의 크기와 바위의 세부적인 면까지 비슷하게 만들었다. 1990년 12월 15일 대구광역시유형문화재 제29호로 지정됐다. 드넓은 광장과 동굴형상의 건축물이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수많은 방문객들이 찾아 명상하고 기도해 나도 모르게 말소리를 낮추게 된다. ‘한국에 이런 공간이 있었다니’ 싶을 정도다. 신자들은 양초를 구입해 정성을 더하기도 한다.

 

선종한 70여명 성직자의 유해가 잠든 성직자묘지도 둘러볼 수 있다. 이곳에는 “오늘은 나, 내일은 너(Hodie mihi, Cras tibi)”라는 메시지가 새겨져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다가오며, 삶을 충실히 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종교를 넘어선 휴식과 치유의 공간으로 추천한다.

화교협회

◆대구 제일의 부자가 지은 ‘화교협회’

 

마지막 목적지로 과거 대구 최고의 부자들이 모여 살던 진골목 끝자락을 찾았다. 이곳에는 ‘대구화교협회·대구화교소학교 건물’이 기다리고 있다. 화교협회는 1929년 지어진 적벽돌 2층 서양식 주택이다.

 

대구의 부호였던 서병국이 거주 목적으로 당시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중국 건축가 모문금에게 설계를 맡겨 지었다. 다만 완공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병국이 사망하면서 화교협회 사무실로 쓰이게 됐다. 바로 앞 건물은 화교소학교 차이나타운에 온 느낌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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