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십 포인트에 성공하는 순간 코트 바닥에 드러누웠다. 우승 트로피를 들고 더할 나위 없는 기쁨도 누렸다. 18년 만에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에 이름을 새긴 권순우(82위·당진시청)는 “우승으로 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게 돼 기쁘다. 20위, 10위 안에 들어가는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권순우가 드디어 꿈을 이뤘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에서 열린 ATP 투어 아스타나오픈(총상금 48만달러) 단식 결승에서 제임스 더크워스(65위·호주)를 2-0으로 꺾었다. 지난 2003년 1월 아디다스 인터내셔널에서 정상에 오른 이형택(45·은퇴) 이후 18년 8개월 만에 ATP 투어 단식을 제패한 한국 선수가 됐다. 대회 우승 상금은 4780달러(약 5500만원)는 물론 랭킹 포인트 250점을 품에 안았다. 랭킹도 역대 최고인 57위까지 오를 전망이다.
역대급 반전이다. 시간을 돌려보자. 앞서 이형택 이후 맥이 끊겼던 한국 테니스는 정현의 선전으로 한 차례 불이 붙었다. 지난 2017년 신설대회였던 넥스트 제너레이션서 우승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해당 대회는 21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해 ATP 정규 투어로 분류되지 않았다. 다만 정현은 이듬해 호주오픈서 4강에 오르면서 최고 성적을 거뒀다. 주니어를 넘어 성인 무대에서도 정상급 기량이었다는 의미다.
정현이 부상으로 고전하는 사이 권순우가 새로운 희망이 됐다. 올해 6월 영국에서 열린 바이킹 인터내셔널(총상금 54만7265유로)서 준결승에 오르면서 자신의 투어 대회 최고 성적을 경신했다. 이후 이번 대회서는 결승에 올라 우승 트로피까지 획득했다. 한국 선수가 ATP투어 대회 결승에 오른 일은 권순우가 역대 3번째다. 앞서 이형택이 2001년 US 클레이코트 챔피언십(준우승), 2003년 아디다스 인터내셔널 결승 무대를 밟았고, 권순우가 18년 만에 이름 석 자를 기록에 남겼다.
한국 테니스는 이제 권순우 시대다. 시간이 흐를수록 실력은 물이 오르고, 경험이 쌓이면서 경기력도 급상승이다. 목표를 다 이룬 만큼 새로운 이정표도 세울 수 있다. 권순우는 “이번 대회는 시차 문제도 없었고 대회장 분위기나 환경도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사실 이번에 지면 시차 적응 때문에 졌다고 핑계 대려고 했다”면서 “처음 테니스를 하면서 세웠던 목표들을 이룬 것 같다. 목표를 더 세우기보다 남은 경기는 마음 편하게 임하고 싶다”고 했다.
사진=AP/뉴시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