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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③ 한국야구, 질겅질겅 껌처럼 씹힌 간절함

입력 : 2021-08-09 13:00:00 수정 : 2021-08-09 13: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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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감독 "금 아쉽지 않아"… 비인기종목 선수에 '실례'
-강백호 '껌 논란' 핵심… 질겅질겅이 아닌 자포자기한 모습
한국 야구대표팀의 강백호. KBS2 중계방송 캡처

올림픽 4위는 곧 세계에서 4위라는 뜻이다. 배구여제 김연경이 이끈 여자배구 대표팀, 남자 다이빙의 우하람, 높이뛰기 우상혁, 역도 한명목, 사격 남태윤 모두 이번 대회 4위에 올랐다. 이들은  비록 메달을 획득하진 못했지만, 그들에게 국민의 찬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똑같은 4위로 대회를 마친 야구 대표팀에게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간절하지 않았다.

 

박수갈채를 받았던 이들은 지난 5년 동안 도쿄 무대만 바라보고 달려왔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몸을 날리고, 또 뛰어내리고, 뛰어넘고를 반복했다. 실패와 눈물을 씨앗 삼아 싹을 틔우기 위해 도쿄만 바라보고 땀을 흘렸다. 이는 이번 대회 3관왕을 차지한 안산(양궁), ‘도마의 신’ 신재환, 금빛 찌르기의 남자 펜싱 대표팀 모두 마찬가지다. 국민은 이들의 노력이 얼마나 처절했는지, 그동안의 고통을 인내하며 흘려온 눈물을 얼마만큼인지 알기 때문에 메달 획득 여부와 관계없이 이들에게 박수와 찬사를 보낸다.

 

야구 대표팀으로 눈을 돌려보자. 이번 대회를 땀과 눈물을 흘리며 처절하게 준비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김경문 감독은 이번 대회 결승 진출에 실패한 뒤 “꼭 금메달을 따야겠다는 마음만 갖고 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반드시 금메달로 우리 종목을 알리고, 국민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라고 말했던 이른바 비인기 종목의 모든 선수에게 어떻게 들릴까. 근대5종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양수진 해설위원은 중계방송 도중 눈물을 펑펑 울리며 “중계방송조차 되지 않던 근대5종에서 매달이 나왔다"고 말했다. 동메달을 목에 건 전웅태는 “비인기 종목을 선택해 후회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분이 응원해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라며 “메달은 저의 메달이 아닌 한국 근대5종의 메달”이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전경기를 공중파 3사가 중계방송한 야구에서 “금메달이 아쉽지 않다”고 말한 김경문 감독의 발언은 비인기 종목의 모든 선수에게 실례이며 무례며 거만이다.

 

2016, 2020 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남자 양궁의 김우진은 “모든 국민이 한국 양궁은 세계최강이며, 당연히 금메달은 딴다고 생각한다”며 “엄청난 부담감이지만, 그것조차 국가대표 선수의 특권이다. 반드시 금메달을 딴다는 각오로 임했다”고 밝혔다. 마음가짐의 차이는 결과를 만든다. 간절함을 바라는 것조차 욕심으로 느껴진다.

김경문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 뉴시스

선수도 마찬가지다.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강백호가 껌을 질겅질겅 씹는 장면이 중계방송 화면에 잡혔다.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나온 행동이라 비난이 쏟아졌다. 이번 대회 해설위원으로 나선 박찬호는 “비록 지더라도 우리가 보여줘서는 안 되는 모습”이라며 “계속해서 미친 듯이 파이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장면만 두고 보면 간절함은 선수보다 해설위원에게 더 있어 보인다.

 

이 장면에서의 핵심은 껌을 씹었다가 아니다. 물론 무의식중에 평소 버릇이 나올 수도 있다. 병역 혜택이 눈 앞에서 날아가는 공황을 느꼈다면 무념무상, 또는 무개념의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껌은 개인의 습관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경기 도중, 그것도 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그아웃에서부터 파이팅 넘치는 모습,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강백호는 그것을 망각했고, 누가 봐도 포기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또한 질겅질겅 껌을 씹는 장면보다 더 되짚어봐야 할 장면은 바로 ‘팀플레이’에 있다. 강백호는 대회 초반 4번 타자로 나섰다. 4번이라는 중압감 때문인지 극도로 부진했다. 타이밍을 전혀 맞추지 못하며 히팅 포인트가 모두 앞에 있거나 뒤에 있었다. 삼진, 땅볼, 파울 타구만 나온 이유다. 그런데도 강백호는 모두 풀스윙이었다. 4번 타자로 나섰을 때 모두 3개의 삼진을 당했는데, 모두 볼이었다. 올림픽은 단기전이다. 리그처럼 점진적으로 맞춰가는 곳이 아니다. 어떻게 해서든 출루에 목적을 두고 팀 배팅을 해야 한다. 팀을 위한 플레이를 한다는 것 자체가 간절함이다. 개인을 위한 플레이는 소속팀에서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역도의 김수현은 이해할 수 없는 판정으로 동메달을 눈앞에서 놓쳤다. 김수현은 “메달을 따면 우리 역도를 조금이나마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훈련했다”며 “나를 모르는 분도 올림픽에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응원해주셨다. 너무 감사하고, 못 해서 죄송하다”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한국 최고의 스포츠, 수많은 팬을 거느린 스타 플레이어가 즐비한 한국 야구가 역도 김수현의 눈물을 이해하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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