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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종주 자전거길 3-뜻밖의 행운 [류시현의 톡톡톡]

입력 : 2021-05-26 09:43:39 수정 : 2021-05-26 0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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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물꾸물한 하늘, 비가 간 보듯 흩뿌리긴 했지만 라이딩에 큰 문제는 없어서 ‘때는 이때다’라는 정신으로 힘차게 페달을 밟았습니다. 강 위에 다리로 만들어진 자전거길을 지나 강정고령보 인증센터를 지날 때였습니다. 물에 빠진 생쥐 같은 모습의 두 학생이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다가 잠시 쉬고 있었는데요, 그들이 지나온 구미에 비가 꽤 내렸다고 정보를 주더라고요. 서로의 여정에 행운을 빌어주며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아닌 게 아니라 비가 조금씩 더 내리더군요.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나타난 화장실을 사용하려고 길을 멈췄습니다. 그런데 화장실에 다녀온 그 잠깐 사이에 하늘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갑자기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맞으면 아플 것 같은 무서운 비로 표정이 바뀌었습니다. 때마침 그곳은 무슨 운동장인지 커다란 그늘막이 있어서 정말 다행히 그 안으로 몸과 자전거를 숨길 수가 있었습니다. 지도 검색을 해보니 낙동강 23공구 야구장이라고, 그늘막 안에는 플라스틱 의자도 준비되어 있는지라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편하게 쉴 수가 있었던 것이죠.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비를 피한 김에 음악도 틀어놓고 물도 마시고 에너지바도 먹으면서 휴식도 하고 빗소리도 즐겼습니다. 한 시간이 좀 지났을까, 빗줄기도 잦아들어서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정말 이번 종주 여정 기적의 쉼터였습니다. 

 

그런데 좀 긴 휴식이 독이 되었는지, 쌀쌀한 날씨에 몸이 얼었는지, 갑자기 페달링 하는 오른쪽 무릎이 시큰한 겁니다. 그래도 끌고 갈 수는 없는지라 무릎을 달래서 이상한 팔자 페달링을 하며 구미에 도착했습니다. 야속한 비는 그다음 날 아침에도 추적추적 내리더군요. 무릎 상태마저 회복되지 않아서 그냥 버스 타고 서울로 돌아가야 하나 라는 순간이 잠시 있긴 했지만, ‘톡톡톡’을 써야 하기에 다시 자전거길을 선택하였습니다. 낙단보 도착하기 조금 전에 있는 정자 ‘관수루’에서 낙동강 물길을 내려다보며 시 한 수 읊어보시고요. 낙단보를 건너면 상주로 접어들게 되는데요. 자전거 여행객들이 좋아하는 도시답게 자전거길도 좋고 자전거 박물관도 있더군요. 아 그리고 이번에 알았는데요. 상주가 삼백(三白)의 고장이랍니다. 쌀, 누에, 곶감이 세 가지 하얀색, 상주의 유명한 특산품이라네요.

 

정보) 구미 센츄리 호텔이 자전거 여행객에게 객실 할인을 해주더군요. 직원분들의 친절한 서비스도 참 좋았습니다.   

 

배우 겸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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