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여진구 “이제야 싹 틔워…꽃 필 때까지 열심히” (인터뷰②)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영화 ‘화이’, 드라마 ‘왕이 된 남자’와 ‘호텔 델루나’를 거쳐 ‘괴물’을 만났다. 매 작품 존재감을 각인시켰지만, 여진구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 고민의 결실에 시청자는 더 큰 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10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괴물’은 시청자에게 ‘괴물은 누구인가! 너인가, 나인가, 우리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괴물을 잡기 위해 괴물이 돼 남겨진 이들의 상처와 고통을 들여다 봤다. ‘누가 범인인가’에만 머물지 않고 왜 사건이 벌어졌는지, 남겨진 피해자 가족들은 어떤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는지, 또 어떻게 변해 가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여진구는 엘리트 경찰 한주원을 연기했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낯선 곳 만양에서 파트너 이동식(신하균)을 만나 치열하게 진실을 추적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괴물’을 통해 한주원의 삶과 성장을 그렸다. 실체 없는 괴물들의 만행을 마주하고 혼란과 고뇌에 빠지면서도 한주원다운 캐릭터성을 유지했다. 으르렁대던 이동식과의 탄탄한 공조가 만든 시너지는 ‘괴물’을 이끈 힘이었다.

탄탄한 전개, 탁월한 연출력, 숨 막히는 열연까지 작가, 감독, 배우 완벽한 3박자가 만든 웰메이드 장르물이었다. 이에 힘입어 ‘괴물’은 4% 초반의 고정 시청층을 유지, 후반부 소폭 상승세를 기록하며 최종회 6.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자체 최고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인터뷰①에 이어)

‘괴물’을 본 시청자에게도, ‘괴물’ 속 인물을 연기한 배우에게도 제목이 주는 울림은 컸다. 13일 스포츠월드와의 화상인터뷰에서 여진구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는 괴물 같은 사람들이 모여있을 거라 생각했다. 끝까지 서로의 목표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했다. 이어 “작품을 마친 후 보니 새로운 느낌이 많이 든다. 괴물한테 반하는 사람들의 인생 같다는 생각도 들고 약간은 아련해진다”며 “이젠 ‘괴물’하면 괴물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21년 전 사건의 시작은 이동식의 여동생 이유연 실종 사건이었다. 꼬리의 꼬리를 물고 파헤친 그 날의 진실에는 한주원의 아버지 한기환(최진호)이 있었다. 잔혹한 진실을 마주한 한주원은 함께 지옥으로 떨어지겠다는 다짐으로 아버지를 체포했다. 그렇게 한주원은 아버지가 저지른 악행에 책임감을 안고 살아가며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나갔다.

여진구는 사건과 한기환의 관계를 처음부터 알고 출발했다고. 그래서 캐릭터를 더 전체적으로 그려갈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전개 속에서 그가 가장 놀란 반전은 초반 이동식의 결백과 진범 강진묵의 존재였다.

“결말을 완벽하게 안 건 아니었어요. 처음 사고 낸 게 한기환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었죠. 그러다 보니 뒷부분이 너무 궁금했어요. 사실을 알았을 때 주원이가 어떤 행동을 할지, 본인이 (아버지를) 체포할지, 이동식에게 체포하게 만들지, 그리고 이후 동식에게 어떻게 행동할 지까지도요. 점점 더 주원이에게 몰입됐어요. 주원이라면 아버지 체포를 이동식에게 넘겨줄 수 있는 인물이라 생각했죠. 본인을 체포해달라고 하는 이동식의 부탁마저도 들을 수 있는 인물이라 생각했죠. 작가님이 마지막까지 한주원, 이동식답게 그려주셔서 감사해요.”

한주원은 이동식에게 한기환 체포를 부탁했고, 그런 그에게 이동식도 자신의 체포를 부탁했다. 망설이는 손으로 수갑을 채운 한주원은 눈물을 흘렸다. 여진구는 “표현에 대한 어려움보다는 감정적으로 힘듦이 많았다”면서 “동식이에게 ‘제발 누가 범인인지 이야기해 달라’고 말하는 장면은 처음 겪어보는 감정이 들었다. 동식의 손목에 직접 수갑을 채우는 장면도 그랬다. 한주원이라는 인물에 대한 감정에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고 털어놨다.

영화 ‘화이’ 이후로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는 여진구. 그는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셨고, 더 잘해내고 싶었다.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어려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다 만난 작품이 ‘왕이 된 남자’다.

“‘왕이 된 남자’에서 처음 주도적으로 인물을 해석했어요. 그 이전에는 어떻게 연기해야겠다는 생각보단 현장에서 준비해온 것들을 보여드리는 과정이었거든요. 의문을 가지고 현장에 가면 감독님과 선배님들의 의견을 토대로 연기했었죠. ‘왕이 된 남자’에서는 제 생각을 중심으로 설득해가며 스스로 감을 찾았어요.”

‘왕의 된 남자’가 새로운 과정을 찾은 시기였다면 ‘호텔 델루나’는 이에 적응하는 시기였다. 여진구는 “확신은 아니었다. 이게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벌써 판단하는 건 이르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호텔 델루나’ 다음 작품의 중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괴물’을 만났다. “스스로 정답을 찾기 바랐는데, ‘괴물’은 제게 잘 해나가고 있다는 믿음을 준 작품이에요. 세 작품 모두 제 인생에서 소중한 작품입니다.”

배우 여진구의 행보는 이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그는 “앞으로 몇 년을 더 연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10을 놓고 본다면 이제 1, 2 정도가 아닐까 싶다”고 돌아보면서 “이제야 많은 선배님, 감독님, 시청자의 칭찬과 비판은 발판 삼아 싹을 틔웠다고 생각한다. 줄기도 꽃도 예쁘게 필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연기하겠다”고 다짐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분이 ‘괴물’을 사랑해주셨어요. 아낌없는 칭찬과 관심, 응원에 너무 행복해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계속해서 좋은 평가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 여진구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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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이너스 이엔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