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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현의 톡톡톡] 혼자만의 도전 Ⅱ

입력 : 2021-04-08 10:05:48 수정 : 2021-04-08 10: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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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분에 9,808보라, 1만보에 70분이 걸린다고 대충 계산을 해도 일단 산술적으로 10만보는 700분. 그러니까 걷는 시간만 12시간 좀 안 된다 계산하고 중간에 휴식시간을 더해도 밤 12시까지는 17시간이라, 충분히 여유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를 조금 의아하게 만든 것은 거리였습니다. 9,808보에 7.72km라면 저의 십만보는 77km가 넘는다는 것인데 이 수치는 SNS에서 보았던 어떤 숫자보다도 큰 숫자란 말이죠. 순간 내가 그렇게 다리가 짧았던가...’잠시 자괴감에 빠졌지만 일단 모든 생각을 접어두고 계속 걸었습니다. 제게는 십만보라는 목표가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9시엔 여의도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출근 복장 느낌으로 걷는 분을 발견하였지만 아무리 궁금해도 말을 걸어 볼 여유는 없었습니다. 심지어 자동차나 자전거로는 수월하던 추월이 서로 빠른 속도로 걸을 때는 참 어렵더군요. 양화대교를 지나서는 ‘선유도공원’ 표지판이 보였습니다. 지난번에 자전거로 방문했을 때 출입 거부당했던 것이 생각나 몇 번을 주저하다가 공원으로 가는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공원은 봄맞이 준비 중으로 여기저기 공사 중이어서 번잡스럽긴 했지만 일찍 꽃망울을 터뜨린 벚꽃과 개나리 등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혼자 꽃놀이하느라 정체한 시간이 있긴 했지만 10시 정각에, 선유도공원에서 20.27km, 25,347보를 기록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선유도공원을 보겠다고 오르락내리락 한 것이 리듬을 깨뜨렸나 봅니다. 20km가 넘으면서 살짝 페이스가 처지는 것 같더니 오전 11시에 33,140보까지가 멀쩡함의 마지막이었습니다. 11시 30분 방화대교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난 후부터는 급격히 몸이 힘들어지더군요. 결국 행주대교를 넘어 돌아오는 길, 가양대교 지나서 오늘의 완주는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에 도전을 접고, 상암 하늘공원에서부터는 따릉이로 컴백홈을 했습니다. 결국 그날 최종 기록은 45.68km, 60,201보에서 정지되었습니다.

 

패인을 분석해 본 결과, 첫 번째는 제가 교만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걷기를 너무 우습게 생각한 거죠. 다시 한 번 무엇을 대하든 겸손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 원인은 초반 오버페이스. 인생 깁니다. 절대 초반에 무리하면 안 되는 겁니다. 다시 한 번 거북이의 진리를 깨달으면서 일주일 동안 한쪽 다리 끌고 다녔습니다. 걷기의 후유증이 생각보다 대단해서 말입니다. 하하하

 

배우 겸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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