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면 어려서부터 백두산과 한라산을 배웠습니다. 워낙 산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어서 그다지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도 없었는데 우연히, 갑자기 한라산에 가게 되었습니다. 산을 좋아하는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일단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장비’를 마련하고 ‘관우’처럼 지덕체를 이루기 위해 삼국통일의 정신으로 전국 국립공원을 하나씩 정복해나간다고 하던데요. 전 오래전에 구입했던 아이젠 하나 달랑 들고 겁 없이 길을 나선 거죠.
다행히 입산 신청은 미리 해서 QR코드도 받았고요. 9시에 성판악에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산에 들어가면서부터 보이는 나무들의 모습이 서울 주변에서 보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더군요. 특히 ‘굴거리나무’가 눈에 띄었는데요. 이파리의 늘어진 모습이 언뜻 보면 박쥐의 모습 같기도 하고, 종의 형태 같기도 했습니다. 이국적인 식물들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눈이 많이 녹아서 걷기 좋구나라는 생각도 잠깐, 아이젠을 착용하면서부터는 눈과 함께 조금씩 경사길도 나타났는데요. ‘무식이 용감하다’고 스틱도 없이 길을 나선 저는, 지인의 스틱이 없었더라면 기어 다닐 뻔 했습니다.
아무리 완만하다고 해도 역시 남한 최고(高)의 산이었습니다. 구간에 따라 눈이 많이 덮여서 등산길로 만들어 놓은 계단이 사라진 곳도 있고, 햇볕에 녹아서 아이스크림처럼 되어있는 구간은 매우 미끄럽기도 하더군요. 그래도 12시 전에 진달래휴게소에 도착해야 하는 시간제한에 맞추느라 정말 빠르게 걸었습니다. 산길에서 만난 여러 등산객 중에는 스틱도 없이 등산화가 아닌 어그부츠를 신고 어기적어기적 올라가는 사람도 있었는데요. 천천히 쉼 없이 올라가는 모습이 ‘달인’같다고 해야 할까요.
가파른 코스를 지나 올라가는 정상에는 이미 도착해서 사진을 찍으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100미터 오를 때마다 기온이 얼마씩 떨어진다더니 역시 1950미터의 정상은 추웠습니다. 그 날 날씨는 구름도 없고 바람도 없는 기적 같은 날씨였다고 했는데도 추웠습니다. 하산 등산로는 관음사로 내려오는 쪽을 택했는데요, 눈이 쌓인 한라산의 풍경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좁은 능선을 따라 내려오는 길이나, 미끄러운 급경사 길에서 조심하느라 온몸의 근육이 경직되긴 했지만 눈 속에 가득 담은 설경은 혼자 한 번만 보기는 아까웠으니 말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한라산 정상도 다녀왔으니 왠지 2021년엔 못 해낼 일이 없을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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