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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왕후’ 이재원 “다 된다’는 현장, 못 할 게 없었죠” [인터뷰]

입력 : 2021-02-18 08:11:00 수정 : 2021-02-18 09: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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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배우 이재원이 ‘청춘기록’에 이어 ‘철인왕후’에서도 존재감을 톡톡히 드러냈다. 

 

14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철인왕후’는 불의의 사고로 대한민국 대표 허세남 영혼이 깃든 중전 김소용(신혜선)과 두 얼굴의 임금 철종(김정현) 사이에서 벌어지는 스캔들을 펼쳤다. 종영에 앞선 지난 9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스포츠월드와 만난 이재원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랑을 주신 것 같다. 캐릭터를 유지하면서도 홍별감이 가진 특유의 편안함을 많이 아껴주셨던 것 같아 행복한 요즘”이라고 ‘철인왕후’의 종영 소감을 전했다. 

 

‘귀찮지만 나라는 구해야 하니까.’ 홍별감의 인물 설명의 첫 문장이다. 철종의 강화도 시절 친구로 허술한 듯 하지만 알고 보면 철종의 숨은 조력자다. 이재원 역시 ‘귀찮지만 나라는 구해야 하는’ 인물로 홍별감을 바라봤다. 매사에 ‘귀찮음’을 장착하고 홍별감을 연기했다. 

 

“귀찮아하는 캐릭터가 어렵고 애매하더라고요. 다행히 철종이나 영평군이 온도 차를 만들어줬죠. 둘의 진지함에 홍별감은 환기한다는 느낌을 줬어요. 어떤 권력에도 치우치지 않고 자기애 강한, 그렇지만 나라에 대한 생각도 가진 인물이었죠.”

“종이 종이 철종이.” 무려 ‘중전’ 김소용의 입에서 나온 대사다. 현대의 남자 장봉환(최진혁)의 영혼이 깃든 조선의 중전 김소용은 그야말로 파격적인 인물이었다. 임금에게 거침없이 말하고 행동했다. 이재원은 중전의 대사를 통해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왕인데, 왕 앞에서 어떻게 저런 말을 내뱉을 수 있는지 의아해하던 것도 잠시 그런 소용조차 재밌게 바라보는 반응을 보며 분위기를 파악했다. ‘이 정도라면 못 할 게 없겠다’는 생각에서다. “해도 되겠죠?” 물으면 “다 된다”는 피드백이 오는, 안 되는 게 없는 현장이었다. 

 

홍별감은 인물 설명이 말하듯 적극적이진 않으나 나라를 걱정했다. 애매하다가도 올곧은 신념(?)이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러브라인을 제외하더라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재원은 “조금 더 분량을 주셨으면(웃음) 하는 바람은 있었다. 끌고 갈 수 있는 에피소드를 주셨다면 더 보여드릴 수 있었을 것 같긴 하다”면서도 “흐름상 많은 부분을 참여할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배우로서의 욕심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허술한’ 홍별감, ‘조력자’ 홍별감. 이 두 가지 모습을 모두 소화했지만, 근엄에 가까운 영평군과 철종 앞에서는 익살스러운 모습이 더 부각됐다. 이재원은 “앞부분에는 재밌다가 뒷부분에는 감동도 전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두 가지 갈림길이 있다면 진중하고 힘 있는 캐릭터보다는 유쾌한 쪽을 택하는 편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잘 택했다. 유쾌하고 밝은 홍별감이 잘 맞은 것 같다”고 돌아봤다. 

 

홍별감과 홍연(채서은), 김환(유영재)의 삼각 러브라인도 재미를 더했다. 홍연의 눈에는 홍별감이, 김환의 눈에는 홍연이 핑크빛으로 그려졌다. 사랑의 큐피드가 서로 엇갈려 웃음을 자아냈다. 이재원은 이뤄지지 않은 러브라인에 관해 아쉬움을 전하며 “홍연이와 에피소드가 더 있을 거라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드라마의 전개상 풀어야 할 부분 많아서 욕심만큼은 안 풀어진 것 같다”고 답했다. 

 

‘철인왕후’는 이재원의 첫 사극이었다. 시대극, 타임워프 등 데뷔 후 다양한 장르에 출연했지만 사극이 처음이라는 점도 눈길이 갔다. 이재원은 “첫 사극이라 홍별감이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새롭게 느껴졌다. 자연스럽고 물처럼 유연한 캐릭터인 것 같아서 표현해 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퓨전 사극이라는 점도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정극이라면 부담을 느꼈을 법도 하지만 코믹한 분위기에 또래의 배우들과의 호흡이 재밌게 느껴졌다. 

이재원은 현장의 상황과 소품, 준비된 모든 것을 활용하려 노력했다. 처음 도전하는 사극에 의상도, 상투도 모든 것에 거리감이 느껴졌다고. 그래서 모자에 붙어있는 깃털도 만졌다가 주변에 있는 사물들도 많이 활용하려 했다. 최대한 그 시대에 실존했던 사람처럼 행동하고자 했고, 화면에서도 그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난해 tvN ‘청춘기록’ 종영 인터뷰에서 이재원은 ‘배우들을 믿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작품 이후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그에게 ‘철인왕후’ 현장은 어땠었는지 묻자 그는 “당시엔 ‘배우들을 믿어도 되겠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욕심내지 않아도 되겠다’는 의미도 있었다. ‘철인왕후’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김정현, 신혜선, 유민규 등 배우들 모두 대본을 완벽히 분석해온 상태였다고. “서로가 담당하고 있는 부분이 명확했고, 큰 부담 없이 분위기에 맞춰 연기할 수 있었다”면서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을 더 믿고, 더 비우고 연기해도 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답했다. 

 

전작 ‘청춘기록’에 이어 ‘철인왕후’까지 이재원은 그만의 캐릭터를 구축했다. 깐족거리지만 미워할 수는 없다. 얄밉긴 해도 없으면 또 허전하다. 그가 있었던 자리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볼수록 매력적인 캐릭터. ‘감초’라는 한 단어로 표현하기에 아쉬울 정도의 독특한 색깔이다. 

 

이재원은 ‘청춘기록’의 사경준과 ‘철인왕후’의 홍별감을 비교하며 “기능적인 부분에서 극을 환기해주고 재미 요소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외부적으로는 하나의 결로 보일 수 있겠지만, 연기하면서는 전혀 다른 캐릭터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사경준은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힘들어하는 요즘 세대의 모습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형제간의 질투 등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죠. 홍별감은 사극에서 처음 보는 캐릭터였어요. 두 캐릭터의 성격이 전혀 달랐기 때문에 이미지가 굳어질까 걱정하지도 않았죠. 시청자가 다른 캐릭터로 받아들일 거라 믿고 연기했어요.”

 

영화 ‘강철중: 공공의 적 1-1’(2008)으로 시작해 KBS2 ‘각시탈’(2012), SBS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2016), tvN ‘명불허전’(2017), SBS ‘VIP’와 지난해 tvN ‘청춘기록’까지 수많은 작품을 통해 배우 이재원을 알렸다. 그의 필모그래피 중 터닝포인트가 된 건 영화 ‘아저씨’(2010)였다. 단역으로 출연했지만, 배우 이재원은 ‘아저씨’ 이전과 이후로 나뉘었다. 이전이 ‘배우 지망생’이었다면, 이후엔 그를 찾는 이들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올해로 데뷔 14년 차지만 “작년에 인터뷰하다 13년이나 지났다는 걸 알게 됐다”고 놀라기도 했다. “그렇게 오래, 많은 작품을 했는데 모아둔 돈은 많지 않다는 것이 충격적”이라며 특유의 입담도 놓치지 않았다. 아직도 보여주고 싶은 모습, 해보고 싶은 역할이 무궁무진하다. 연기하고, 대중의 피드백을 받고 싶다는 천생 배우다. 

 

‘철인왕후’로 2021년을 활짝 열었다. 이재원은 눈앞에 놓인 작품과 캐릭터를 잘 소화해 낼 수 있는 내일을 꿈꾼다. “작품에 따라서 삶의 사이클이 만들어진다”는 그는 차기작을 통해서도 새로운 장르, 처음 접하는 캐릭터를 선보일 거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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