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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희의 눈] ‘풀소유’ 스님, 언행일치 바랍니다

입력 : 2020-12-06 15:51:37 수정 : 2020-12-06 15: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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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님의 재산이 엄청난 화제다. 무소유의 삶을 강조해 온 이 스님이 때아닌 부동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의 행적과 재산을 알아보니 그는 무소유가 아닌 ‘풀(full) 소유’였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남에게 비우기와 내려놓기를 말하던 그는 정작 본인은 담아놓기를 원했던 것일까 

 

논란이 됐던 내용을 살펴보자면 먼저 삼청동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건물주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건물주 논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아 의혹은 더욱더 부풀려졌고 다른 곳으로 옮겨붙었다. 이번엔 남산 뷰에 이은 리버 뷰로 뉴욕의 주상복합아파트 한 채를 약 61만 달러(약 6억 7000만원)에 사들인 것도 드러났지만 아직 명확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갖고 싶은 것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누구도 그 일에 손가락질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당연히 종교인도 돈을 벌고 재산을 소유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그가 말하고 다녔던 그에게서 깨우침을 얻었던 그가 강의하던 내용과 정반대되는 행동이다. 결국 ‘너희는 하지 마 , 나는 할 게’가 된 것이다. 

 

그냥 솔직하게 ‘좋은 집, 좋은 건물, 좋은 것을 먹고 좋은 것을 사고 싶다’라고 말했다면 그에게 이런 질타는 가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항상 ‘무소유’와 ‘내려놓음’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해왔고 책도 냈으며 많은 사람에게 깨우침과 위안도 줬다. 강의와 출판 등 어느 정도의 수입도 창출을 했을 것이고 그것은 모두 그의 강의에서 배우고 느꼈던 그를 믿었던 일반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나갔을 것이다. 물론 이 일체의 활동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엄연히 따져보면 불법이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배신감을 느낀 것이다. 마치 사기를 당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절대 통용되지 않는 것이 거짓말이다.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을 한 것이 아니다”라는 한마디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곳이 한국이다. 차라리 솔직했으면 누가 그를 손가락질하겠냐만 그의 말과 행동은 전혀 언행일치 되지 않았다. 이 지점이 정확한 분노의 지점이다.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참회, 훗날, 도모라는 두루뭉술한 변명으로 일관하지 말고 차라리 명확한 해명을 해 주길 바란다. 스님이든 목사님이든 종교인이던 학생이건 주부이건 재산을 소유하는 것은 전혀 잘못이 아니다. 누구나 전망 좋은 집 남들의 이목을 끄는 좋은 차를 갖고 싶어 한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저서를 남겼듯이 지금 대중들은 멈추고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아니라 차라리 ‘소비를 멈추면 비로소 소유하는 것들’이라는 경제 재테크 저서를 남겨 준다면 속은 시원하겠다. 솔직하게 어느 정도는 소유하고 살자는 메시지를 남긴다면 아무도 손가락질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영리를 마음껏 추구하되 사람의 마음을 이용한 돈벌이는 종교인으로서 하지 말기를 부탁하고 싶다. 나 역시 그의 책을 읽고 마음의 위안을 받은 사람으로서 황당하다. 지금껏 자신도 지키지 못하는 무소유라는 이토록 이루기 어려운 것을 대중들에게 어필해왔다는 것이 아이러니컬할 뿐이다. 이런 강의와 이런 책을 내려면 말하는 자의 언행일치가 따라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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