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넥슨식 순환 구조 변화… 모바일게임 흥행 질주

입력 : 2020-09-17 03:01:00 수정 : 2020-09-17 18:37:46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지난해 대규모 조직 개편 통해 자체 평가… 성공 가능성 높은 프로젝트 중심 역량 강화 / 전년 동기 대비 24% 성장… 올해 상반기 매출 1조 6674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 달성

[김수길 기자] #유명 온라인 게임 ‘카트라이더’(정식 명칭: 크레이지레이싱 카트라이더)에 기초한 모바일 신작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가 시장에 나오기 하루 전이던 지난 5월 11일. 20년 넘게 넥슨의 흥망성쇠를 곁에서 지켜본 한 인사는 기자에게 “언제 적 ‘카트라이더’인데요. 그리고 레이싱 게임이 모바일로 와서 성공한 사례가 요즘 없지 않나요”라고 반문했다. 동석한 다른 관계자도 “사전 접수에 전 세계에서 500만 명 넘게 신청했다고는 하는데, 글쎄요. 넥슨은 예비 이용자를 모으는 재주가 있으니까 두고 봐야겠죠”라며 신중한 표정을 지었다.

#뚜껑이 열린 5월 12일.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에서 단숨에 2위로 치솟았다. 1주일 단위로 매출을 집계해 산정하는 구글플레이에서는 꾸준히 순위를 올리다가 한 달쯤 흐른 6월 13일 3위까지 찍었다. 레이싱 게임으로는 이례적인 결과였다. “과연?”이라는 의문형 수사를 먼저 떠올릴 법하던 분위기도 순식간에 변했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가 뿌리를 내린 7월 초 기자와 만난 중견 기업 대표는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가 우리가 과거에 생각하던 그 ‘카트라이더’가 아니에요. 요즘 시장성을 제대로 반영했네요”라고 반색했다.

넥슨이 ‘바람의나라: 연’을 포함해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와 ‘피파 모바일’, 여기에 출시 10개월차에 접어든 ‘V4’까지 연속 흥행 실적을 과시하고 있다. 사진은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초반 폭풍적인 인기를 끌다가 길게는 반 년만 지나면 희한하리만큼 이내 시들해질 조짐을 보이던 이른바 ‘넥슨식 모바일 게임 순환 구조’에 확연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게임성을 담보하면서 장기 흥행을 위한 팡파르를 울리고, 잊혀질 시간이 지났지만 다시 반등하면서 고정 팬층을 붙잡아두려는 의지도 강렬하다. 유력 IP(원천 저작물)를 중심으로 관심을 누리면서 초반 좋은 성적을 받지만, 곧장 작별 인사를 하던 불명예도 옛일이 되고 있다.

◆숫자로 보여준 넥슨식 ‘찐’ 히트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같은 앱시장의 매출 기준으로 넥슨은 ‘바람의나라: 연’을 포함해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와 ‘피파(FIFA) 모바일’ 등 다채로운 라인업으로 최상위 순위를 파고 들었다. 출시 10개월차에 접어든 ‘V4’까지 완벽하게 부활하면서 모바일 게임 사업을 시작한 이후 넥슨은 또 한번의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 징크스를 깨고 말 그대로 ‘강한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다.

넥슨이 ‘바람의나라: 연’을 포함해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와 ‘피파 모바일’, 여기에 출시 10개월차에 접어든 ‘V4’까지 연속 흥행 실적을 과시하고 있다. 사진은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손에 쥐어든 성적표는 매우 뜨겁다. 첫 주자였던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사전 신청으로 각인시킨 잠재력을 실 사용자수로 재차 확인시키고 있다. 전 연령대에 걸친 고른 호응에 힘입어 누적 이용자수가 1700만 명을 돌파하면서 하락할 개연성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양대 마켓 매출 순위에서 10위권 내에 안착하면서 원작과 마찬가지로 ‘국민 게임’으로 명성을 굳혔고, ‘카트라이더’ IP의 인지도가 남달랐던 아시아권 위주로 호평을 얻고 있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의 맹주에 보조를 맞춘 두 번째 주자는 바로 ‘피파 모바일’이다. RPG(역할수행게임) 장르가 쥐락펴락하던 시장에서 6월 10일 시판되자마자 스포츠 장르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일주일만에 구글플레이 매출로는 9위에 올랐고,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2위까지 갔다. 2분기 국내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다운로드한 모바일 게임으로도 뽑혔다. ‘피파 모바일’은 유난히 충성 유저들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모바일 축구 게임 자체가 상대적으로 대중적이지는 않으나, 한번 맛을 보면 떠나지 않는다는 게 정설. ‘피파 모바일’은 36개 리그와 650개 이상의 클럽, 1만 7000여명의 선수 등 피파 공식 라이선스를 보유한 유일한 모바일 게임이다. 짧은 시간 내 공격만 할 수 있는 ‘공격모드’, 감독이 돼 자신의 구단을 운영하는 ‘시뮬레이션 리그’도 백미다.

사진은 ‘피파 모바일’.

‘바람의나라: 연’은 한 술 더 떠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발매 1주차가 끝나던 7월 15일,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2위에 등극한 연유에서다. 엔씨소프트 ‘리니지M’과 ‘리니지2M’을 제외한 신작이 구글플레이에서 매출 2위를 기록한 것은 2019년 12월 이래 처음이다. 2019년 7월 초부터 한 달 가량 플레이위드 ‘로한M’이 2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리니지M’ 형제들의 강력한 영향력은 순위를 원래 위치로 수렴시켰다. 이런 가운데 ‘바람의나라: 연’은 수시로 2위 자리를 뺏으면서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과시하고 있다. 원작의 감성을 지금의 시장 수요에 최적화한 게 주효했다. ‘바람의나라: 연’은 넥슨의 오늘을 있게 한 주역인 온라인 게임 ‘바람의나라’를 기반으로 개발된 모바일 MMORPG. 넥슨은 원작의 감성을 십분 살리기 위해 모든 맵 구조를 비롯해 NPC(인공지능 캐릭터), 몬스터, 아이템 같은 기존 리소스를 리마스터링했다. 조작 버튼 시인성 개선, 스킬 조합 사용법 등으로 PC 원작 고유의 조작감과 전투의 재미를 모바일로 고스란히 옮겨왔다. 직업군의 역할을 구분해 파티 플레이의 묘미도 극대화한 점도 칭찬일색이다.

모바일 게임으로는 어느덧 ‘최신’이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난 ‘V4’ 역시 동생들의 맹활약을 지켜 보고만 있지 않았다. ‘V4’의 핵심 가치는 원작이 없는 100% ‘신규 오리지널 IP’라는 점. 이는 참신하면서도 자칫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리스크’를 동시에 안고 있다. 하지만 ‘V4’는 이미 매월 주기적인 콘텐츠 보강으로 역주행한 저력이 있다. 2020년 여름 들어서는 이런 이력이 들끓었다. 다섯 개 서버 이용자들이 한꺼번에 전투를 치르는 ‘인터 서버’부터 ‘월드보스 레이드’, 모바일 계정 연동으로 크로스 플레이가 가능한 ‘PC 버전’까지 제작진은 모바일 환경의 제약을 뛰어넘겠다는 각오를 콘텐츠로 구현했다. 8월 도입한 펭귄 콘셉트의 새로운 클래스 ‘마에스트로’는 주목을 한몸에 받으면서 ‘V4’의 구글플레이 매출 4위 재진입을 이끈 일등공신(一等功臣)이다.

사진은 ‘V4’.

◆‘초격차’ 지론에 흥행곡선 정상화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등 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던 기업들이 몇 종 씩 히트작을 발굴하는 동안 넥슨은 초반 열기를 지속시킬 만한 스테디셀러 육성 면에서 버거운 모습이었다. 약간의 지분 투자를 통한 판권 확보, 그리고 성적에 따른 추가 지분 매집, 그런 다음 경영권 인수라는 과정으로 점철되는 넥슨의 투자·배급 방식은 한편으로는 부도덕한 일부 외부 개발 주체들의 ‘먹튀’와 ‘딴주머니’를 초래하기도 했다. 넥슨 입장에서는 스스로 피해와 상처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최악으로는 ‘호구’처럼 비춰질 수 있었다. 이는 반대급부로 자체 제작과 내부 스튜디오에 대한 신뢰 및 의존도를 키우는 원인이 됐다. 특히 인수 대상으로 지켜보고 있는 곳의 역량은 물론이고, ‘도덕성’이 온전하게 검증될 경우 넥슨컴퍼니로 편입이 완료됐다.

넥슨은 2019년 한 해 동안 대규모 조직개편 이후 자체 내부평가를 거쳐 성공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에 더욱 힘을 실었다. 일련의 이 같은 내부 흐름이 정착할 무렵인 2020년 초중반부터 넥슨식 흥행 순환 곡선은 정상적인 궤도를 구축했고, 이제 열매가 영글어가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 적중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넥슨 측은 원론적으로나마 “다양한 장르에서 축적된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만 분석하나, 내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면서 실적을 담보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이견(異見)은 없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정헌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재평가”라고도 부른다. 여기에는 이 대표가 열심히 설파하고 있는 일명 초격차(超格差)라는 개념이 있다. 초격차란 경쟁자가 감히 쫒아 올 수 없는 수준의 상품과 서비스로, 경쟁 자체를 무의미하게 한다는 경영 전략이다. 이정헌 대표는 2020년 신년사에서 “우리가 가진 라이브 서비스 역량에 더 투자해 ‘초격차’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며 “신작들을 갈고 닦아서 앞으로 10년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구상이 하나씩 실현되는 셈이다.

넥슨의 흥행 곡선이 제대로 궤도에 오른 배경에는 2020년 초 일명 ‘초격차’ 개념을 내세운 이정헌 대표의 의지도 한몫하고 있다.

질적 기준에 가중치를 둔 경영진의 전략을 등에 업고 넥슨은 2020년 상반기 전체 매출 1조 6674억 원에다, 영업이익 7730억 원이라는 역대 반기 최대 성과를 거뒀다. 이 중 모바일 게임은 전년 동기 대비 24% 성장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넥슨의 초반 15년 정도를 함께 한 고위관계자는 “공식은 매우 간단했다. ‘원칙을 철저하게 지킨다’는 것. 이정헌 대표의 리더십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자신감으로 충만해진 넥슨은 대형 온라인 IP의 모바일화에 가속도를 낸다. 빠른 액션과 호쾌한 타격감 같은 원작의 강점을 고스란히 살린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중국 공략을 목전에 두고 있고, 콘솔과 PC의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는 멀티 플랫폼 게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도 개발이 한창이다. 1세대 온라인 게임 ‘테일즈위버’의 탄탄한 스토리와 놀거리를 한몸에 지닌 ‘테일즈위버M’, 판타지 세계에서 캠프파이어·채집·아르바이트·연주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마비노기 모바일’ 등 이용자 층이 두터운 인기 캐주얼 IP도 모바일로 선보일 예정이다. 넥슨 관계자는 “다양성을 내세우며 시도했던 경험들이 IP의 대중성, 라이브 서비스 역량과 맞물리면서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며 “긴 시간 여러 플랫폼에서 쌓은 경험과 역량을 통해 적극적인 투자로 양질의 성장을 잇겠다”고 말했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