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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의눈] 구단도 연맹도 막지 못한 비극

입력 : 2020-08-06 09:23:41 수정 : 2020-08-06 18:3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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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최원영 기자] 비극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여자배구선수 고유민(25)이 지난달 31일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악성 댓글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이 주된 원인으로 보였다. 유족들은 현대건설 구단을 가리켰다. 감독, 코칭스태프와의 불화가 컸다는 것. 고유민은 지난 3월 자진해서 팀을 나왔다.

 

논란이 불거졌지만 현대건설은 침묵을 지켰다. 구단 관계자는 “유족과 갈등이 쌓이는 방향으로 가선 안 된다”며 “아직 공식적인 입장 발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내부 불화에 관해서는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그었다. 관계자는 “팀에 7년 동안 있던 선수다. 주축 선수들과 모두 무척 친했다”며 “정말 문제가 있었다면 지난 시즌을 앞두고 구단과 FA 재계약을 했겠나. 우리도 고유민 선수가 필요했기 때문에 계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6월 중순에 연락해 배구할 마음이 있으면 방법을 찾아주겠다고 했다. 다른 길을 가겠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설령 갈등이 없었다고 해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구단은 고 씨가 우울증, 수면 장애 등을 앓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했다. 선수 관리는 구단의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역할 중 하나다.

 

한국배구연맹(KOVO)도 선수 인권에 관해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연맹은 2012년부터 선수고충처리센터를 운영했다. 악성 댓글뿐 아니라 팀 생활 등에 어려움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협조해 해결을 돕겠다는 취지였다. 유명무실이었다. 센터의 존재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용 사례 역시 단 한 건도 없었다. 매년 신인 선수 오리엔테이션 때 한 차례 센터를 홍보한 것이 전부였다. 연맹은 고 씨의 일이 발생하자 센터 역할 강화, 포털사이트 기사 내 댓글 기능 개선, 선수단 대상 심리치료 및 멘탈 교육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현 상황은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연맹에 강제수사권이 없어 직접 진상을 파악하기 어렵다. 경찰의 수사와 현대건설 구단의 자체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결과에 따라 상벌위원회 개최 및 징계 여부 등을 결정해 후속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yeong@sportsworldi.com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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