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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스타] 조금은 오래 걸렸던 무대…SK 이건욱은 맘껏 웃었다

입력 : 2020-05-29 05:30:00 수정 : 2020-05-29 09: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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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잠실 이혜진 기자] “너무 꿈꿔왔던 순간인데, 아무 생각 안 나더라고요.”

 

‘유망주’ 이건욱(25·SK)이 팀을 벼랑 끝에서 구했다.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2020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 원정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5⅓이닝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1자책)을 기록, 6-1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생애 첫 승리투수가 되는 순간이었다. 앞서 두산과의 1~2차전을 모두 내줬던 SK는 연패를 끊고 스윕패 위기에서 벗어났다.

 

다크호스, 그 이상이었다. 이날 경기는 이건욱의 데뷔 첫 선발 무대였다. 1선발 닉 킹엄이 팔꿈치 근육 뭉침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이건욱에게 기회가 왔다. 모두를 놀라게 하기 충분한 피칭이었다. 4회까지 한 차례 출루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공격적인 투구 앞에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는 힘없이 돌아갔다. 이건욱은 “들어가기 전엔 3이닝 정도를 생각했다. 처음부터 한 타자 한 타자에 집중해서 던졌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일찌감치 ‘슈퍼루키’로서 큰 기대를 받았던 이건욱이다. 2014년 1차 지명으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고교시절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한일전에서 오타니 쇼헤이(26·LA에인절스)와 맞대결을 펼친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당시 이건욱은 8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오타니는 7이닝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그러나 1군 무대에서 이건욱의 모습을 자주 보긴 어려웠다. 스프링캠프에서 두 번이나 중도 하차하는 등 잦은 부상에 울어야 했다.

 

스스로 고민도 많았을 터. 여건욱은 “자꾸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에 오버페이스를 했었던 것 같다”면서 “올해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룸메이트였던) (문)승원이형이 옆에서 많이 자제해줬다”고 웃었다. 지나온 세월을 떠올리며 팀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건욱은 “입단한 지 7년째 되는데 야구를 한 날이 2년밖에 안 된다. 그럼에도 믿고 기다려준 SK 구단에게 감사하다. 다른 팀이었으면 벌써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 밥값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절치부심.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건욱은 그 어느 때보다 다부진 각오로 나섰다. 무엇보다 입단 후 처음으로 스프링캠프를 완주했다. 부상 없이 스프링캠프를 무사히 마친 것도 만족스럽지만 내용은 더 좋았다. 라이브피칭에서부터 최고 145㎞에 달하는 직구를 꽂아 넣은 것은 물론 한층 더 예리해진 슬라이더를 자랑하기도 했다. 실전경기도 문제없었다. 청백전, 교류전을 거쳐 지난 12~13일 잠실 LG전에 나서 각각 1이닝, 2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여전히 이건욱 앞에는 치열한 경쟁이 놓여 있다. 당장 보직부터가 미정이다. 킹엄이 돌아오면 어떤 자리를 맡게 될지 알 수 없다. 다만, 앞으로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될 거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건욱은 욕심내지 않았다. “여기서 잘 하고 싶지만, 그건 또 오버페이스가 될 거 같다. 하던 대로 열심히 하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다치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 야구장에 계속 올 수 있을 것 아닌가”라며 눈빛을 반짝였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스포츠월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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