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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현의 톡톡톡] 궁금하다

입력 : 2019-07-03 13:28:32 수정 : 2019-07-03 13:2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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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버지를 닮은 저는 호기심이 많아서 세상 궁금한 것이 많은 편인데요. 막상 ‘궁금하다’라는 말이 왜 그런지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단 것을 얼마 전 우연히 깨닫게 됐습니다. 찾아보니 표준 국어대사전에서는 ‘궁금하다’를 순 우리말로 표기하고 있지만, 연구자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 중 하나가 궁궐의 궁(宮) 과 금할 금(禁)자에서 나왔다는 설입니다.

 

요즘처럼 아이돌과 연예인이 없는 조선시대에 최고의 스타는 아무래도 임금님 아니었을까요. 그런데 조선시대에는 임금님이 계신 궁궐 안에서 일어난 소문은 백성들이 절대 알지 못하게 했답니다. 즉 궁 안에서 생긴 소식은 금천을 경계로 밖으로 나갈 수 없었던 건데요. 그렇다보니 이른바 지라시도 없는 시절, 조선시대 백성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임금님 얘기, 궁궐 소문이 알고 싶었을까요. 그래서 이렇게 알고 싶어하는 것을 궁궐의 궁(宮) 과 금천의 금(禁)자를 섞어 궁금(宮禁)하다고 하게 된 것이랍니다.

 

조선시대에는 궁금해도 함부로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던 궁궐이 대한민국에서는 낮에는 누구나 구경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 올해부터는 밤에까지 야간 개장이 더 확대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해질 무렵 산들산들 저녁바람과 함께 창경궁에 다녀왔습니다. 애초에 창경궁은 세종이 상왕 아버지 태종을 위해 지었던 수강궁터에, 성종이 대비전의 어르신들을 위해 지은 곳이라 왕보다는 왕실의 여성들이 머무는 곳이었다네요. 궁터에는 움직일 때 소리를 나게 하기 위해서 원래는 잔디를 깔지 않는다고 하구요. 창경궁에 제일 많은 나무가 살구나무인데요. 치아가 약하신 어르신들이 쉽게 드실수 있는 부드러운 과육과 약재로 쓰기위한 살구씨 때문이었다는군요.

 

조선시대 목조건물인 왕궁은 화재로 잦은 고초를 당했는데요. 임진왜란 당시 궁궐을 버린 선조에 대한 분노로 백성들이 모든 궁궐을 불태우고 나서, 광해군이 재건했구요. 그 이후 유일하게 무사한 정전이 바로 창경궁에 있는 국보 제226호 명정전이라는 것도 알게 됐네요. 마치 예전의 내 집이 이곳인양 은은한 달빛 아래 청사초롱을 보며 걷는 궁궐은 상당히 운치 있더군요. 아, 혹시 창경원 시절 벚꽃나무 기억하시나요? 창경궁 복원 당시 모두 뽑았버렸는데요, 그 상당수가 바로 봄이면 여의도에서 꽃피우고 있다고 합니다.

 

※ 금천(禁川)은 임금이 계시는 성스러운 곳과 백성들이 사는 외부 세속 사회와의 경계선으로, 그 의미를 담아 궁궐의 문을 통과하면 첫 번째 건너게 되는 다리가 금천교이다.

 

배우 겸 방송인 류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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