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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과 나무… 고요한 휴식으로의 초대 ‘전남 고흥’

입력 : 2019-06-12 03:15:00 수정 : 2019-06-11 17: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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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중앙공원, 히말라야시더·종려 등 희귀 나무들 빽빽히 우거져 / 팔영산, 8개 봉우리·기암괴석으로 유명… 정상에선 남해 바다 한눈에 / 나로도 편백숲 길 휴양객 발길 이어져… 섬 속의 섬 쑥섬 볼거리 가득

[고흥=전경우 기자]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전라남도를 내려다보면 가장 밝게 빛나는 곳은 여수와 광양 지역이다. 고도 성장기 산업화의 중심에 서 있던 이 지역에는 돈이 모이고 사람이 모였다. 여기서 고개를 조금 동쪽으로 돌리면 나오는 기다랗게 생긴 땅이 고흥반도다. 역사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던 이 땅에는 돈과 사람 대신 바람과 구름, 그리고 나무가 모였다. 전남 고흥은 느릿느릿, 고요한 휴식을 즐기고 싶은 여행자에게 알맞은 곳이다. 

 

▲소록도의 솔송, 어디서 왔을까

한센병 환자들의 아픔이 서려 있는 섬 소록도는 최근 육지와 다리로 연결되며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한센병 환자들이 겪었던 아픔, 헌신적인 인류애를 구현했던 파란 눈의 수녀들의 사연 등은 누가 들어도 마음 한쪽을 찡하게 울리는 이야기며, 검시실의 끔찍한 모습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다. 모처럼 시간을 내서 소록도까지 갔다면 반드시 봐야 하는 것이 중앙 공원의 나무들이다. 사진을 몇장 찍고 돌아가기에는 아까운, 우리나라에서 손꼽는 수준의 정원이 소록도에 있다.

소록도 중앙공원은 미카엘 대천사가 한센균을 박멸하는 모습을 형상화해 ‘한센병은 낫는다’라는 문구를 적어 놓은 구라탑(求癩塔) 부근을 말한다. 1936년 12월 1일 착공, 3년 4개월 동안의 공사기간을 거쳐 1940년 4월 1일 완공됐다. 이 공원은 당시 일본인 소장이 소록도에 수용된 한센병 환자들을 강제로 동원해 조성했다. 산자락을 깎아 공원을 만든 면적은 약 1만 9800㎡, 연인원 6만여 명이 강제로 동원돼 득량만과 완도 및 소록도 주변 섬에서 암석을 채석해 옮기며 피눈물을 쏟아냈다. 일본과 대만 등지에서 관상수를 반입해 심었는데, 가지가 아래부터 갈라져 나오는 솔송과 황금편백을 비롯해 향나무·후박나무·삼나무·팽나무·히말라야시더·종려·치자·팔손이나무 등 희귀한 나무들 100여 종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금은 6000여평의 공원을 3개 지구로 구분해 놨다. 깍둑썰기하듯 나무를 다듬은 일본식 정원을 지나 언덕을 오르면 솔송과 주변 지형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한국식 정원 비원이 나온다. 비석이 많아 붙은 이름이다. 여기서 더 들어가면 성당 바로 옆 숨겨진 정원이 나온다. 198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문했던 곳으로 천주교의 각종 상징이 담겨 있다. 나한송과 녹나무, 바닥의 돌을 배치한 형태는 성당의 구조와 비슷하며, 예수의 발과 목박힌 손, 예수의 피 등을 상징한다.

우리나라 1992년 한센병 완치국가로 등록됐다. 소록대교를 거쳐 소록도 주차장에 도착하면, 여기서부터는 도보 관람만 가능하다. 이곳 주민들의 생활을 위해 방문객들은 국립소록도병원과 중앙공원까지만 출입이 허용되며, 섬 방문은 오전 9시부터 5시까지만 가능하다.

▲팔영산과 나로도의 편백숲

고흥에는 피톤치드 향기 가득한 편백숲이 많다. 고흥군 점암면과 영남면에 걸쳐 있는 팔영산은 8개 봉우리와 기암괴석으로 유명하다. 특히 488ha에 이르는 편백나무 숲이 매력적인 곳. 편백나무는 다른 나무보다 피톤치드 성분을 대량으로 내뿜는다. 30~40년생 아름드리 편백나무 숲을 따라 10㎞ 정도의 숲길이 조성됐다. 팔영산 정상에 올라가면 남해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7월에는 편백나무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신규 시설이 개장한다.

고흥군 봉래면 외나로도(外羅老島)에 있는 봉래산은 겉으로 보기에는 완만해 보이는 산이지만 섬에 들어있는 산답게 등산하는 묘미가 넘친다. 정상에 올라가면 봉화대가 있고 다도해의 수려한 경관과 인근 화정면 선죽도를 가까이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약 3만 주로 이루어진 삼나무와 편백 숲이 유명하고, 소사나무·고로쇠나무·소나무가 많으며 야생화인 복수초 군락지가 있다.

▲미르마루길

미르마루길은 영남면 남열리 일대 우주발사전망대에서 용바위까지 총 4㎞ 구간으로 ‘용(龍)’의 순우리말인 ‘미르’와 ‘하늘(天)’의 순우리말인 ‘마루’를 합친 명칭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으며 탐방로 주변에는 고흥군의 랜드마크인 우주발사전망대를 비롯해 용이 승천했다는 용바위와 사자바위에 얽힌 전설, 다랑논, 몽돌해변 등 에메랄드빛 바다와 함께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천천히 걸어서 1시간 정도 걸린다.

용암마을 해변에 있는 용바위는 반석과 암벽 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먼 옛날 남해의 해룡이 하늘로 승천할 때 이곳 암벽을 타고 기어 올라갔다 하는 전설이 있다. 주변이 넓은 반석으로 이루어져 있어 단체나 가족단위 나들이 장소로 좋으며 주변 전체가 갯바위 낚시터로도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어 낚시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쑥섬(애도)

섬 속의 섬, 애도는 탁 트인 다도해 절경에 방파제로 인근 무인도와 연결되면서 오랜 세월 풍상을 입은 기암괴석이 수평선을 바라보며 서 있는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쑥섬은 나로도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사양호를 타고 들어간다. 현재는 오전 7시 30분에 첫 배가 뜨며 오후 17시에 마지막 배가 운항한다. 주말에는 인원수에 따라 수시운항도 한다. 운항 시간은 약 3~5분.

작은 섬이지만, 섬 안에 볼거리가 가득해 천천히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매화, 수선화, 꽃양귀비, 천일홍, 다알리아, 접시꽃, 라벤더 등 300여 가지 꽃들이 바다와 어우러지는 국내 유일의 해상 꽃 정원인 별정원과 200m 수국길, 다도해와 수평선을 함께 보며 트레킹 할 수 있는 3km의 몬당길, 수 백 년 된 돌담길, 남해안에서만 볼 수 있는 난대수종 원시림이 있다.

쑥섬의 난대원시림은 쑥섬 주민들이 신성시 하던 곳으로 규모가 크거나 잘 정비되어 있는 숲이 아니지만, 수백 년 세월을 이겨 온 육박나무를 비롯해, 어머니 모습을 한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동백나무 등이 군락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함께 걸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남자산포바위와 여자산포바위, 신선들이 내려와 쉬었다는 신선대와 대감바위, 일몰이 다름다운 성화등댓길도 인기 코스다.

kwju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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