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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9-05 10:42:46, 수정 2018-09-05 10:42:48

    [류시현의 톡톡톡] 어느 것이 맞는지

    •  헉, 시간표를 보니 오늘 5교시가 체육이다. 아침에 급히 뛰어나오느라 현관 옆에 챙겨놓은 체육복 봉투를 깜빡 두고 왔다. 어떻게 할까. 그냥 교복으로 버틸까. 아니다. 지난주 체육복이 없어 교복을 입고 나갔던 영철이, 체육 불도그한테 박살이 났다. 그럼 꾀병을 부려 볼까. 어차피 5교시라 가볍게 낮잠 자고 나면 개운해질 테니 괜찮은 생각이다. 어디가 아프다고 할까. 젤 편한 것이 두통이나 복통. 가벼운 두통으로는 양호실에서 버티기가 쉽지 않고, 복통도 연기력이 좀 필요하다. 그런데… 자신이 없다. 양호실에서 퇴짜를 맞으면 수업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체육복이 없으면 괘씸죄까지 추가되지 않을까. 이건 아니다. 그렇다면….

       

       잔소리를 듣더라도 엄마에게 전화하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 마침 지갑 안에 동전도 있다. 공중전화 앞에 달려갔더니 아이들이 3명이나. 기다리자! 다행히 아이들의 통화는 짧았고, 이제 마지막 한명이다. 근데 이 자식 뭐하는 거야. 말은 한마디도 안하면서 전화는 끊지를 않는다. 쉬는 시간은 끊나 가는데. 아, 저 자식 완선누나 빠였지. 누나 스케줄 확인하나보다. 끊으라고 소리치려는 순간, 다행히 끝났다. 7-1-6 오늘따라 전화 다이얼도 느리게 돌아오는 느낌이다. 띠리리리 신호가 간다. 열 번도 넘게 간다. 그런데 엄마가 전화를 안 받는다. 나가셨나 보다. 아, 그리고 야속한 벨소리에 나는 교실로 돌아와야만 했다. 

       

       2교시가 끝나고 다시 공중전화로 뛰어 가려는데, 3반 뒷문에서 나오는 수호를 만났다. 

       

       수호: 어딜 그리 급히 가냐?

       

       나: 체육복 안 가져와서 엄마한테 전화해야해.

       

       수호: 체육? 우리 이번 시간 체육이었는데 자습했잖아. 샘 급한 일 생기셨다던데.

       

       나: 진짜? 그럼 우리도 안할까? 아냐. 5교시라 어찌 될지 몰라.

       

       수호: ㅎㅎ 그럼 내 것 빌려줄게. 대신 떡볶이 쏴라.

       

       우리 학교 다닐 때는 그랬습니다. 준비물을 깜빡했든지, 숙제를 안 했든지 결국 꾸중을 듣더라도 스스로 알아서 해결해야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내 아이는 고생하지 않고 비단길만 가야한다는 생각에 현관 앞 체육복 봉투를 발견하자마자 학교로 달려갔다는 친구의 말에 조금 다퉜습니다. 아들이 고등학생인데, 그냥 두어서 문제해결능력을 키우자. 최소한 전화라도 하지 않겠냐는 것이 저의 생각이었고, 평범한 엄마인 제 친구는 왜 해결방법이 있는데 내 사랑하는 아들 고생시키느냐는 거였습니다. 물론 인생에 정답은 없습니다. 교육 또한 어느 것이 맞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문득 떠오릅니다.

       

      배우 겸 방송인 류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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