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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 쑥쑥 크는 실버푸드 시장

입력 : 2018-08-23 03:00:00 수정 : 2018-08-22 18: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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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감 고려 다양한 메뉴로 승부해야

[정희원 기자] 100세 시대가 현실화된 요즘 단순 수명연장이 아닌, 오랫동안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건강수명’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노년층의 입맛을 사로잡고 건강을 챙겨줄 실버푸드가 떠오르고 있다.

실버푸드 시장은 지난해 1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소비에 적극적이고 인터넷·모바일쇼핑도 거침없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년층에 진입하는 오는 2020년에는 16조6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노인들의 영양불균형 문제는 국가를 막론하고 일반적인 현상이다.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영양소 섭취량은 다른 연령대 성인의 60~8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것은 영양소 섭취량이 현저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미 병원·요양원·실버센터 급식 분야에서는 실버푸드 사업이 활발하다. 2015년 업계 최초로 실버 전문 식자재 브랜드 ‘헬씨누리’를 론칭한 CJ프레시웨이를 필두로 풀무원, 현대그린푸드, 정식품 등도 실버세대를 위한 급식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일반 노인들의 쇼핑리스트에서 실버푸드는 우선 순위가 아니다. 이를 환자식이나 유동식의 개념으로 보는 사람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건강을 유지하는 노인층이 늘며 굳이 실버푸드를 택하지 않는다는 사람도 적잖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거주하는 김종원(89)·구자숙(85) 부부는 “치아관리도 잘 돼있고, 젊을 때 즐기던 음식섭취에도 큰 문제가 없어 실버푸드에 크게 관심이 없다”며 “‘노인 전용’이라고 쓰여진 문구를 보면 세월이 느껴지고, 음식도 대부분 간이 약하거나, 너무 무르다보니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주변의 친구들이나 지인들도 큰 수술을 받지 않은 이상 실버푸드를 굳이 선택하지 않는 분위기라는 게 부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노인이라고 해서 모두 환자식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의료기술 발달·자기관리로 충분히 일반식과 비슷한 형태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노인인구도 과거에 비해 늘면서 편리성과 질감, 맛, 영양, 포장, 분위기까지 고려한 실버푸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노년층의 선호도가 높지만, 소화력 문제로 자주 섭취하지 못하는 육류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연화식 개발이 한창이다. 아워홈의 경우 이런 수요를 반영, 2017년 10월 국내 최초로 효소를 활용한 연화기술을 개발해 특허출원을 받았다. 프로테아제를 감압 방식으로 소고기·돼지고기 등 적색육류에 침투시켜 육질의 부드러움 정도를 30~70%까지 원하는 수준에 맞춰 조절할 수 있다. 열로 쪄내는 증숙 방식에 비해 영양손실도 적다.

김미영 아워홈 식품연구원 영양기능성팀장은 “어르신들은 젊은 시절에 먹던 음식 그대로 먹고 싶어하는 심리적 욕구가 매우 높은데, 저하된 신체기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음식 형태를 유지하되 고령자들의 상황에 맞는 식감을 만드는 게 관건”이라며 “신체기능이 떨어졌다고 식사를 유동식으로 바꾸면 오히려 기능이 더 퇴화될 수 있어 스스로 씹고 삼키는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노인층의 입맛은 다양해지고 있다. 따라서 ‘노인에게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는 실버푸드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최근 곽동경 연세대 식품영양학 교수팀은 한국식품조리과학회지에 “고령친화식품 개발의 시작점은 오늘날 노인 세대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있다”며 “이를 위해 건강성분보다는 적절한 메뉴개발 등을 통해 다양한 소비 확대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또 나이를 먹을수록 약해지는 신체특성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노년층에서는 ‘노인, 실버푸드’ 등이라는 표현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 만큼, 브랜딩에도 신경써야 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용기개폐를 쉽게 만들고, 포장에는 글자크기를 크게 키우는 고령친화적인 섬세함이 제품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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