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황현희의 눈] '욕받이'가 필요한 세상

입력 : 2018-05-27 13:14:25 수정 : 2019-01-23 15:23:14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니 생일엔 명품 가방 내 생일엔 십자수냐 커피 값은 내가내고 쿠폰도장 니가 찍냐?’

 

‘예수님의 생일인데 선물은 왜 니가 받냐? 여자들이 밥을 사는 그날까지 남성들이여 일어나라!’

 

2009년 ‘개그콘서트’의 남성인권위원회란 코너에서 필자가 직접 외쳤던 개그 구호이다. 이때만 해도 애교 섞인 남자들의 항변이었고 사회 분위기는 이를 웃음으로 넘겼다. 그런데 요즘엔 과연 이런 개그를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 지금 했다간 곧바로 ‘한남충’으로 찍혀 하루하루를 고민에 빠져 살고 있을 수도 있겠다.

 

요즘 연예계 이슈 중 가장 빼놓을 수 없는 단어 중 하나는 단연 ‘논란’ 이다. 이슈가 터졌다 하면 댓글은 어느 순간 전쟁터가 된다. 유명 유튜버인 양모씨의 스튜디오 성폭력 논란도 지금 전쟁 중이다. 노출 사진이 불법으로 유출된 것은 분명 성범죄다. 그런데 사진 촬영에 자발적으로 응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카카오톡 메시지가 공개되며 사건은 치열해졌다. 여기에 유명 여자 연예인의 부적절한 감싸기까지 논란으로 확장되어지고 있다. 도대체 이놈의 논란은 과연 누가 만들어 내는 것일까?

 

요즘은 단어선택 하나만 잘못 해도 ‘일베충’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 ‘좋아요’ 하나 잘못 누르면 메갈리안 논란으로 번질 것이며 자신의 SNS 계정에서 특정 인물을 언팔로우 하면 그것도 페미니스트 논란에 빠져 들기 십상이다. 여성들의 입장을 대변한 책을 읽고 있는 사진 한 장 때문에 사람들은 ‘저 여자 연예인은 페미니스트다!’라고 단정을 넘어 확신까지 해버린다

 

페미니스트 관련서적을 읽었다고 페미니스트라고 단정 지어 버리는 일이 예전 부림사건에서 국가에서 정한 불온서적을 읽었다는 이유로 국가 보안법 위반으로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는 것과 도대체 무엇이 다르다는 것인가?

 

지금 연예계는 누구누구 낙인찍기 대회로 번져 가고 있는듯하다. 문제가 되는 본질에 시선을 두는 것이 아니라 논란에 휩싸이는 사람에 초점이 맞춰진다. 내 생각과 다른 사람 특히 영향력이 있는 유명인이라면 곧바로 공공의 적을 만들어 버린다. 누군가를 욕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욕받이’가 필요한 세상이 온 것 같아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 특히 얼굴이 잘 알려진 연예인들이 이런 세태에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연예인들이 이럴 때 더욱 말과 행동에 신중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나친 자기검열은 창작의지를 감퇴시킨다. 특히 사람들에게 웃음을 줘야하는 개그맨들에게 이런 상황은 더욱 힘들다.

 

아직 정상적이고 합리적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하철에서 소리 지르고 난동을 피우는 사람보다 가만히 지켜보는 대다수의 사람이 비정상이 되는 이상한 상황들을 우리는 지금 경험하고 있다.

 

황현희 개그맨 겸 방송인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