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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위크엔드스토리] 위성우 감독 “이제야 말하지만… 정은이 잡으려고 온갖 ‘뻥’ 다 했죠!”

입력 : 2018-04-07 07:00:00 수정 : 2018-04-06 17: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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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박인철 기자] “개살구로 보이기도 했는데… 이제는 너무나 고마운 존재죠.”

지난 2017∼2018시즌 여자농구도 우리은행 천하였다. 우리은행은 챔피언결정전에서 KB국민은행을 3전 전승으로 제압하고 통합 6연패에 성공했다. 이번 우승으로 여자농구 최초 ‘V10’까지 달성하며 가장 기쁜 한 해를 보냈다.

위성우 감독의 리더십, 박혜진-임영희로 이어지는 탄탄한 국내 라인 등 우리은행의 저력을 꼽자면 여러 이유를 들 수 있다. 이 선수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FA로 합류한 김정은(31)이다. 위 감독은 잦은 부상으로 날개가 꺾여 더 이상 재기가 어렵다는 평가까지 듣던 김정은을 혹독하게 조련해 통합 6연패의 주역으로 이끌어냈다. 김정은 역시 프로 데뷔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서로에게 할 말 많을 것 같은 두 사람을 스포츠월드가 만나 그간 털어놓지 못한 속내를 들어봤다.

▲“김정은이 FA 시장에? 어떻게든 꼬셔라!”

김정은은 KEB하나은행 소속이던 2016∼2017시즌을 마치고 FA 시장에 나왔다. 잦은 부상으로 기량이 정체됐다는 평이 우세했지만, 선수 이동이 쉽지 않은 WKBL에서 김정은은 여전히 ‘대어’로 분류되는 카드였다. 실제 타 구단들은 모두 관심을 드러냈고 위 감독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양지희가 은퇴하는 등 우리 팀 전력이 낮아진 상황에서 김정은은 매력적인 카드였다. 이제야 말하는 거지만 어떻게든 ‘꼬셔야’ 했다. 정은이를 만나서 ‘우리 팀이 생각보다 훈련량이 많지 않다, 관리도 다 해준다 등 온갖 감언이설은 다 한것 같다. 마침 정은이가 우리 홈 구장인 아산과 가까운 온양 출신이고 어머니는 여전히 온양에 거주하신다. 우리 팀에 오면 어머니가 모든 홈경기를 다 볼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며 껄껄 웃었다.

이런 유혹(?)이 통했던 걸까. 수많은 러브콜에 고민하던 김정은은 위 감독이 “그 무엇보다 너의 재기를 돕는 것이 목표”라는 결정적 한 마디에 마음이 흔들렸고, 간절한 우승을 꼭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우리은행의 손을 잡았다. 

▲그런데 말입니다… 서로 속았지 말입니다?

김정은이 합류했다고 해서 우리은행 특유의 지옥훈련에 변화가 있을리는 만무했다. 김정은은 차원이 다른 강훈련에 초반에는 좀처럼 적응을 하지 못했다. 아니 아직도다. 위 감독은 “우리 팀 훈련에 적응하려면 최소 3년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은 역시 “상상, 그 이상의 훈련이다. 한 번도 겪지 못한 훈련 강도에 처음엔 너무 힘들었다. 같은 시기에 (박)태은이도 삼성생명에서 이적했는데 서로 훈련하다 죽을 것 같다고 얘기한 적도 많았다”며 혀를 내밀었다.

그런데 위 감독 역시 김정은에 속은 부분이 있다고 항변했다. “정은이 별명이 살구다. (빛좋은) 개살구. 겉만 보면 근육도 많고 웨이트도 진짜 잘한다. 근데 훈련 몇 번 시키니까 바닥을 기더라. 속이 텅 비어서 후배들도 정은이를 “살구언니∼”라고 놀렸다. 게다가 부상도 참 희한하게 당한다. 훈련하다 다치는 게 아니라 혼자 슛 쏘다가 다치고 스크린 서다가 어깨 다치고… 참 의아했다. 김정은이란 선수는 정말 부상에 불운한 선수인가 혼자 고민도 많이 했다.”

이어 위 감독은 “물론 정은이도 힘들었을 것이다. 원래 3번(스몰 포워드)을 보는 선수다. 타고난 슈터지만 우리 팀에는 임영희, 박혜진이 있으니 공격만 할 수 없다. 양지희가 빠진 4번(파워포워드)을 맡아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부딪힘이 있었다”면서 “이번 시즌은 버리더라도 정은이가 팀에 맞는 선수가 되는게 우선이라 생각했다. 재기를 시킨다는 건 반대로 말하면 죽도록 훈련해서 우리 팀 선수가 먼저 돼야한다는 얘기였다”며 씩 웃었다.

▲개살구에서 소중한 존재로

김정은은 강훈련에 남몰래 눈물도 펑펑 흘렸고, 전주원 코치에 고민상담도 많이 했다. 그러나 우리은행의 강훈련은 분명 김정은에도 큰 도움이 됐다. 지난 2년간 20경기도 뛰지 못했던 김정은은 이번 시즌 한 경기를 제외한 전경기(34경기)에 나섰으며 출전시간(평균 33분48초), 득점(12.82점)도 대폭 향상됐다. 특히 챔프전에서 평균 13.3점, 결정적 순간마다 득점을 올리는 ‘스타 기질’까지 유감없이 발휘하며 챔프전 MVP라는 영광을 안았다.

그럼에도 위 감독은 여전히 무서운 존재다. 하지만 나름 대처하는 노하우도 생겼다. 김정은은 “감독님이 한 번 핀트 나가면 앞뒤가 안 보이는 스타일이다. 20점 차로 이기고 있어도 플레이가 마음에 안 들면 라커룸에서 대노하신다. 처음에는 너무 무서웠는데 이제는 ‘그냥 나를 죽여라’하고 가만히 있는다”며 웃었다. 가만히 듣던 위 감독도 “사실이다. 이제는 들은 체도 안 하더라”며 껄껄 웃었다.

함께 우승을 일궈낸 사제는 이제 다음 시즌 우승을 향해 다시 의기투합한다. 위 감독은 “처음에는 정은이가 재기만 해도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정은이가 우리 팀을 선택해준 게 너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은이가 옆에 있어 하는 얘기가 아니다. 챔프전에서 박지수, 다마리스 단타스를 수비하는 와중에 득점까지 올리는데 믿기지가 않더라. 이런 선수를 만나 내가 정말 복이 많은 감독이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비시즌에 대표팀에 차출될 것 같은데 팀 훈련을 많이 못하더라도 프로답게 알아서 몸을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 물론 복귀하면 지옥훈련이 시작될 것”이라 덕담(?)을 건넸다.

김정은은 “감독님 칭찬 듣는 게 너무 낯설다”며 웃다가 “사실 시즌에 경기를 하다 다리가 안 떨어질 정도로 힘든 적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손을 꼭 잡고 ‘조금만 더 힘내자’라고 따뜻하게 말씀하셔서 힘이 났던 적이 있다. 너무 달콤했던 우승을 또 한 번 이루기 위해 비시즌 몸을 잘 만들어 역대 최초의 통합 7연패에 도전해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lub1007@sportsworldi.com 사진=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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