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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09-19 05:05:00, 수정 2017-10-16 16:31:26

    [스포츠 알쓸신잡] A매치 그라운드 크기, 모두 똑같을까

    •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철봉 여기서 여기까지 골대야. 반대편은 그네 한 칸이고.”

      시원한 맥주 한 잔을 곁들이며 2002 한일월드컵을 지켜본, 축구를 즐겨 온 현재의 30~40대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한마디이다. 축구장이 흔하지 않았던 1990년대, 10대 아이들은 놀이터 한편에서 나름의 규정을 두고 축구공을 찼다. 수비수뿐만 아니라 정글짐, 미끄럼틀이라는 ‘통곡의 벽’을 제쳐야 했고, 놀이터 담장 너머로 공을 넘겨 나름의 ‘쿨링 브레이크(무더위 속 경기 중에 선수 보호를 위해 휴식 시간을 제공하는 제도)’를 보내기도 했다. 경기 시간은 전후반 90분이 아닌 해가 져서 어두워지고, “이놈아, 그만하고 들어와 저녁 먹어”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놀이터에 울려 퍼져야 A매치급 열정의 경기는 끝이 났다. 전설 속 이야기 같지만, 90년대 놀이터에서 이뤄진 축구 경기의 풍경이다.

      2002 한일월드컵과 함께 한국 축구계는 큰 변화가 찾아왔다. 그중 하나가 바로 시설 확충이다. 주요 도시마다 축구전용 월드컵경기장이 세워졌고, ‘공설 운동장’이라고 불리던 경기장은 종합운동장이라는 명칭과 함께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변화했다. 또한 축구센터가 설립되면서 유소년 엘리트 축구선수와 조기 축구회 아저씨들이 국제축구연맹(FIFA) 규격의 축구장에서 공을 찼다. 또한 곳곳에 풋살장이 생겨났다. 최근에는 대형 마트 옥상에 풋살장을 리모델링해 아이들이 더 이상 놀이터에서 철봉을 골대 삼아 공을 차는 일이 드물어졌다.
      그렇다면, 알아두면 쓸데없는 궁금한 한가지. 모든 축구장은 FIFA 규정에 맞는 경기장일까. 축구장 규격은 일반 경기와 국제 경기로 나눌 수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그라운드 규격이 정확하게 잘라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 경기의 경우 길이 최소 90m~최대 120m, 너비 최소 45m~90m로 규정하고 있다. 국제 경기, 즉 FIFA 규정에 따른 경기장은 길이 최소 100m~ 최대 110m, 너비 최소 64m~최대 75m로 규정하고 있다.

      그 때문에 각각의 경기장 그라운드 크기가 모두 다르다.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인 FC바르셀로나의 홈경기장은 캄프 누의 규격은 길이 96m에 너비 62m이다.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의 홈 경기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는 길이 107m에 너비 72m이다. 한국 축구의 전설인 박지성이 누볐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 구장인 올드 트래프트의 경우 길이 106m에 너비 69m이다. 손흥민이 활약하고 있는 토트넘이 새 경기장을 짓기 전 임시로 활용하고 있는 윔블리 스타디움 역시 길이 105m에 너비 68m이다. 네 경기장만 비교하자면 캄프 누가 가장 작고, 그 다음이 윔블리, 올드트래포트, 베르나베우 순으로 크다. 미묘한 차이지만, 엘클라시코(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라이벌전)의 경기장이 어디인지 민감한 이유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의 대표주자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경우 길이 105m에 너비 68m이며, 축구 성지로 불리는 수원월드컵경기장의 경우 길이 104m에 너비 67m이다.

      여기서 또 한가지, 경기장 길이와 잔디 간격, 그리고 페널티박스 규격이 모두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그라운드 관리 관계자에 따르면 “보통 그라운드를 살펴보면 4~5m 간격으로 잔디가 구분돼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간격에 따라 그라운드 크기가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며 “일정한 간격으로 정확하게 나뉠 수 있도록 1~2m 정도 조절해, 규정된 규격 안에서 경기장 길이를 정한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선수들이 프리킥을 찰 때 골대와의 거리를 바로 이 잔디 간격으로 판단하는 점이다. 잔디 간격을 통해 거리를 측정한 뒤 슈팅의 세기를 정한다는 것이다. ‘감각적인 슈팅’은 바로 거리 측정과 세기 조절이 뛰어난 키커를 두고 일컫는 말이 됐다. 흥미로운 점은 잔디 구분선과 페널티박스 정면 테두리 선이 불일치할 경우 선수들이 헷갈린다는 점이다. 이에 잔디 간격을 조금씩 조절해 페널티박스 정면 선과 잔디 선을 일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을 맡느냐, 맡지 않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뜬금없이 경기장 규격이 무슨 상관이냐고. 그래서 알쓸신잡 아닌가. 그리고 잊지 말자. 축구라는 향연이 펼쳐지는 그라운드 규격은 룰에 따라 정해져 있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을.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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