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신기록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KIA의 변화가 집약돼 있는 결과물이다. 지난 2∼3년간 주전들이 빠져나간 상황 속에서 KIA는 어린 선수들을 철저히 육성하며 미래를 준비했다. 이로 인해 선수층 자체가 두터워지면서 전력이 안정화됐다. 여기에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김선빈과 안치홍,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한 최형우, 트레이드로 들여온 김민식, 이명기가 타선의 짜임새를 완성했다.
KIA의 방망이를 말하자면 박흥식 타격코치의 지도력을 빼놓을 수 없다. 2014년부터 KIA에 합류해 선수들을 지도한 지 이제 3년째,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척하면 척’이다. 하지만 박 코치는 먼저 나서서 선수들에게 이것 저것 하라고 지시하지 않는다. “프로는 스스로 찾아해야 한다. 코치가 떠들면 앞에서 시늉은 하겠지만 결국 제 것이 되지 못한다. 자신이 고민하고 연구할 때 비로소 깊이가 생긴다”라는 게 박 코치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사실 코칭스태프의 입장에서 선수가 질문할 때까지 한 발 물러서서 기다린다는 건 상당한 인내가 필요한 일이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하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타자들이 전반적으로 골반을 활용하면서 선구안이 좋아졌다. 타격 시 상체가 따라나가면 볼에 헛스윙을 하기 쉽지만, 하체를 고정한 채 골반을 쓸 줄 알게 되면 떨어지는 변화구를 참을 수 있게 된다. 게다가 회전력으로 인해 타구의 강도와 비거리도 자연스레 좋아진다. 생활에서 쉽게 쓰지 않는 근육이다보니 선수들도 처음에는 힘들어했지만, 몇 년 간 박 코치와 함께 캠프에서 이를 집중적으로 훈련해왔다. 그 효과가 이제 빛을 발하는 모습이다.
외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는 시즌초 극악의 부진을 경험했다. 하지만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다 포기하는 게 아닌, 동료 선수들의 훈련을 유심히 지켜보며 적응기 슬럼프를 극복해나갔다. 팀 타선의 분위기가 외인 타자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과거 해태 왕조는 다른 팀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올시즌 1강 체제를 구축한 KIA는 이 영광을 재현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간 타격의 힘을 앞세워왔지만 최근에는 마운드까지 재정비가 돼가고 있다. 투타가 맞물려 돌아간다면 이제 KIA는 더 무서워질 일만 남았다.
정리=이지은 기자 number3togo@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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