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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사이공 레터] 한국 여자 배구 “포기하지말자”

입력 : 2016-09-17 12:04:34 수정 : 2016-09-17 12: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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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빈푹(베트남)·권영준 기자] “포기하지 말자. 끝까지 해보자.”

애처롭다는 표현 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선수들 모두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면서 몸을 날렸습니다. 벌어지는 점수 차이를 지켜보던 주장 이고은(IBK기업은행)은 선수단을 향해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고 동생들을 다독였습니다. 팀의 주포 이영(GS칼텍스)은 “하나만 만들어보자. 한 번만 더 집중하자”고 악을 썼습니다. 그렇게 코트에 나섰던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은 결국 실력 차이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2016 아시아 발리볼 컨페더레이션(AVC)컵’ 조별리그 B조 전패가 그들이 받아든 성적표였습니다.

실력만 두고 보자면 한국은 이번 대회 참가국 8개팀 가운데 가장 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대표팀 선수 12명 중 7명이 고등학생 선수이고, 정호영(광주체중)은 아직 중학생입니다. 프로선수 4명 역시 시니어 국제대회 경험이 없는 선수입니다. 아직 성장하는 선수들인 만큼 앞으로 배워야 할 것이 많습니다. 이들이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끈질긴 수비 하나로 버티는 것입니다. 손발을 처음 맞춘 선수들이 6일 소집 훈련 후 대회에 참가한 것도 뼈아팠습니다. 현실적으로 이번 대회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돌아갈 확률이 큽니다. 이러한 현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김철용 대표팀 감독은 “일본에 이렇게 진 것은 처음”이라며 “속이 터지고 울분을 참을 수 없다”고 말했지만, 선수단에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김 감독이 유일하게 호통친 것은 “잃을 것이 없다. 기죽지 말고, 과감하고 자신감 있게 덤벼라”는 것이었습니다. 장윤희 코치도 “괜찮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고 다독이고 있습니다. 선수단도 힘들긴 마찬가지입니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은 코트에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유망주’라는 명목 하에 ‘경험 쌓기’를 내세워 이번 대회에 참가한 이들은 분명 값진 경험을 하고 있지만, 잇단 패배와 비난 여론에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을 감싸줄 방패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경험을 쌓고 돌아오라는 ‘배구 어르신’들은 이들을 향한 비난 여론에 막아주기보다 뒤에 숨어 지켜만 보고 있습니다. 대표팀 시스템 부재가 이번 대회에 참가한 중국, 일본, 태국 등과 비교해 터무니없이 체계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를 개선할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배구를 주도해야할 프로구단들은 선수를 차출해주지 않은 이기심을 드러냈습니다. 이번 대회 감독 공모에서 꽁무니를 뺐던 한국의 지도자들은 이번 대회 종료 후 논의될 여자 배구대표팀 전임 감독 공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한 배구 관계자는 “전임 감독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너도나도 줄을 서고 있다”이라고 귀띔했습니다. 모두가 무책임한 모습입니다.

한국 여자 배구도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대표팀에는 김연경(페네르바체)도 있고, 양효진(현대건설)도 있고, 김희진(IBK기업은행)도 있다고. 여기에 이재영(흥국생명) 이다영(현대건설) 강소휘(GS칼텍스) 등 젊고 가능성 큰 선수도 있다고. 이들이 돌아오면 한국은 다시 아시아 강국이 될 수 있다고.

분명한 것은 이들 만으로 대표팀은 발전할 수 없습니다. 김연경 2024년까지 올림픽 무대에 오를 수 없습니다. 중국이 세계 최강에 오르고, 일본이 이번 대회 돌풍을 일으켰듯 대표팀 상비군, 3군, 유·청소년 멤버가 조화를 이루며 끊임없는 내부 경쟁을 진행해야 스타는 탄생합니다. 값진 경험을 하고 있는 현재 대표팀 선수들이 쓰디쓴 패배의 순간을 바탕으로 한 계단 발전하고, 차후 대표팀의 핵심 멤버가 될 수 있도록 육성·관리하는 방안을 하루 빨리 마련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한국 여자 배구는,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사진1. 한국 여자배구 선수단. 사진 = 권영준 기자

사진2. 유서연(오른쪽 아래)이 지난 15일 베트남 빈푹체육관에서 치른 중국과의 AVC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리시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 = 권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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