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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착잡한 김경문 감독, 정적 뿐이던 더그아웃

입력 : 2016-07-26 17:39:39 수정 : 2016-07-26 17: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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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대구 권기범 기자]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김경문 NC 감독은 그저 그라운드만 응시했다. 더그아웃 기둥에 몸을 걸치고 배팅훈련을 하는 선수들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26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NC 더그아웃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홍보팀 직원들도 말수를 아끼며 조용히 서있었고, 취재진도 김 감독에 쉬이 말을 걸 수 없었다.

최근 NC는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소속선수던 사이드암 이태양이 승부조작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것이다. 이태양은 넥센 문우람(현 상무)의 제의 하에 특정경기에서 일부로 볼넷을 내줬고, 그 사실이 밝혀지면서 야구계는 물론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더욱이 이후 KBO가 자진신고기간을 내세워 징계 감경을 내세우자 이번에는 KIA 유창식이 고백하면서 승부조작 사건은 일파만파 확대됐다.

NC로서는 이태양 사건으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9번째 심장으로 젊고 세련된 마케팅과 현장을 중시하는 구단 경영, 그리고 김경문 감독의 카리스마가 겹쳐져 올해 우승까지도 바라보는 상황, 청천벽력이었다.

며칠이 지났지만 유창식 사건까지 이어지면서 김 감독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한참을 침묵하던 김 감독은 “안팎으로 어수선하지 야구에 집중이 안 된다”고 한숨을 쉬더니 “잘못을 했으면 욕을 먹어야지”라고 나직하게 말했다.

김 감독은 푹푹 찌는 대구 날씨에 오후 5시전 이미 구장을 찾아 선수들을 응원하는 한 가족을 물끄러미 보더니 “5시, 6시, 7시, 8시, 9시, 10시…”라며 손가락으로 시간을 셌다. 이 가족이 구장을 빠져나가기까지의 시간을 세어본 것이다. 그리곤 다시 한숨을 쉬며 그라운드로 시선을 돌렸다.

구단 관계자도 “정말 스포츠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며 “죄송한 마음 뿐”이라고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감독과 직원들은 이태양으로 인해 한순간에 죄인이 돼버렸다. 

polestar174@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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