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개봉한 ‘타워’에 이어 올해 들어 여름이 시작될 무렵 개봉한 ‘감시자들’에 이어 추석을 겨냥한 ‘스파이’에 이어 10월 들어 2일 개봉하는 ‘소원’까지 극장가에서 설경구의 얼굴이 자주 보여 너무나 친숙해질 정도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성적은 나쁘지 않다. 연기평 역시 설경구답게 믿음직스럽다는 게 대부분이다.
그래도 ‘소원’ 만큼은 천하의 설경구도 긴장시킨 영화다. 이준익 감독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소원’은 아동 성폭력을 소재로 가족과 이웃의 따스한 사랑을 다룬 휴먼드라마다. 하지만 처음 시나리오가 왔을 때만 해도 설경구는 무서워서 제대로 읽어보지도 못했다. 아내인 송윤아가 그래도 읽어보라는 강권을 하지 않았다면 차마 끝까지 읽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 만큼 소재에서 오는 중압감과 부담감이 컸던 작품이었다.
설경구는 영화에서 차마 입에 올리기도 어려운 일을 당한 딸 소원(이레)의 아빠로 등장한다. 일을 하다 제일 먼저 병원에서 걸려온 경찰의 전화를 받는다. 엄지원이 남편에게도 말하지 않고 임신 중이던 가운데 청천벽력 같은 일을 당하게 되는 엄마로 출연한다. 영화는 모든 게 리얼처럼 보인다. 끔찍한 장면은 나오지 않지만 상황 설정 자체가 끔찍하기 그지없는 이 영화는 설경구와 엄지원에게 모든 것을 뽑아낸 작품이다. 하지만 정작 촬영 내내 가장 가슴 아파했던 사람은 따로 있었다.
모든 걸 쏟았기에 애정이 남달랐을까. 올해 개봉한 여러 영화들 중 설경구는 이 작품에 그래도 가장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물론, 올해 개봉한 세 작품 중 완성도, 재미 등에 대해서는 다른 답을 내놓기도 했다. 어쨌든, 여러 영화들로 관객들을 만났지만 지금 이 순간은 ‘소원’의 설경구였다.
글 한준호, 사진 김용학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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