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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토크] 은둔 배우, 세상 밖으로 나오다

입력 : 2013-03-11 19:11:00 수정 : 2013-03-11 19: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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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편안하다.

배우 한석규의 연기는 늘 사람을 편안하게 만든다. 그 와중에 긴장감과 카리스마, 혹은 코믹함마저 담아내는 능력은 가히 최고다. 하지만 그 동안 은둔의 배우로 불렸다. 방송 출연은 물론, 매체 인터뷰에도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파파로티’(윤종찬 감독, KM컬쳐 제작)를 위해서 매체 인터뷰에 적극 나서고 심지어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하는 등 달라진 행보를 보였다. 과연 한석규의 심경에 무슨 변화가 생긴걸까.

“이번에는 제가 할 몫이 크잖아요. 더구나 이 영화의 제작사 대표님과는 인연이 깊죠. 제작사가 매니지먼트를 할 때 거기서 6년간 있었지만 단 한 차례도 이 회사에서 제작한 영화에 출연한 적이 없어요. 이번에 드디어 한 거죠. 무엇보다 제가 그 동안 인터뷰에 잘 나서지 않은 것은 과거 제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들을 다시 보게 되면 ‘아구 임마’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배우는 말보다는 몸으로 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런 생각 때문이었죠. 그런데 인터뷰를 잘 하지 않았더니 원성이 자자했더라고요.(웃음) 그럴려고 그런 게 아닌데 말이죠.”

인터뷰 내내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스스로 사람들과 만날 때 늘 편안함을 추구하는 한석규 식의 소박한 욕도 흥겨웠다. 바로 얼마 전 700만 가까이 불러모은 영화 ‘베를린’에서 ‘쉬리’ 때처럼 액션 연기를 펼쳐보인 한석규는 이번 영화에서는 멘토 음악 선생님으로 등장한다. 영화는 고등학생임에도 일찌감치 자신을 거둬준 조직의 세계에 발을 들여놨지만 굉장한 노래 재능을 소유한 장호(이제훈)와 과거 이탈리아 유학까지 가서 현지에서 최고의 성악가가 될 뻔 했으나 성대 이상으로 그만 꿈을 접어야 했던 촌구석 예술고등학교 음악교사 상진의 이야기다. 상진이 바로 한석규가 맡은 캐릭터다.

피아노 연주에서부터 나름 천재적인 음악적 감각까지 뽐내는 캐릭터지만 실제 한석규는 피아노를 치지 못한다고. 그럼에도 고교 시절 한석규는 성악가를 꿈꾼 적이 있다. 그렇기에 지금은 절망에 빠져있지만 장호의 등장에 질투심과 함께 그 꿈이 살아나는 상진은 한석규가 제격인 캐릭터다.

“제가 피아노를 못 쳐요. 그렇다고 걱정은 안했어요. 배워서 되는 것도 아니고요. 대신, 피아노 연주하시는 분들을 많이 봤죠. 어쨌든, 복잡다단한 인물이죠.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의 재능을 시기하는 궁정악장 살리에르와 같은 생각도 들었을 것이고요. 참 저 사람 복잡하겠구나 했죠. 또 우리 큰 형님께서 존경하는 선생님이 두 분이나 계세요. 그 선생님들 때문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부러웠죠. 그래서 저도 관객 분들에게 그런, 좋은 선생님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더구나 제가 여전히 제일 좋아하는 음악을 소재로 했으니까요. 상진이란 인물은 복잡다단하죠. 인생의 꿈을 잃고 아무 생각 없이 선생님으로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지내다가 질투가 날 정도로 뛰어난 제자를 만나요. 그 제자를 통해 꿈을 이루고 싶은 거예요. 상진은 진폭이 굉장히 넓은 인물이어서 좋았어요.”

이미 한석규는 여러 인물 군상을 통해 해볼 수 있는 캐릭터들은 다 해본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한석규 스스로 그 캐릭터들 모두와 개인적으로 공통점이 있다는 고백에 앞으로 꿈 꾸는 캐릭터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인물을 꼭 해보고 싶어요. 지난 작품들 중 근사치에 가까운 인물이라고 한다면, 전에는 리어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최근에 영조를 알게 됐어요. 영조는 리어왕과는 게임이 안돼요. 영조야말로 한 단어로 규정할 수 없는 인물이죠. 더구나 한국사에 있는 인물이고요. 언제 나이 먹어가지고 10여년 후에 꼭 해보고 싶어요. 그 땐 잘할 것 같네요.”

편안한 인터뷰는 어느새 시간을 재촉하고 있었다. 한석규라는 거목의 반의 반도 다 훑어보지 못한 아쉬움이 먼저였다. 다시 ‘파파로티’를 개봉하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준호 기자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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