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적으로는 가장 힘든 영화…최고 흥행작 자신
우리가 보통 기억하는 손예진은 병약한 청순가련형의 소녀이거나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커리어우먼이었다. 이런 손예진이 재난 영화 ‘타워’를 선택했다니. 손예진은 최악의 화재참사를 당한 초고층 주상복합빌딩에서 사투를 벌이는 푸드몰 매니저 윤희를 연기한다.
‘보통 이런 영화는 하지원이 하지 않나’라고 농담을 던지자 손예진은 박장대소를 하며 웃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저조차도 제가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렇다고 손예진이 고생할 것을 두려워한 것은 아니다. 손예진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캐릭터. 그녀는 깊이 있게 캐릭터의 내면을 파고드는 연기를 선호한다. 손예진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캐릭터를 구축해왔다. 그리고 언제나 자신이 영화에 중심에 서왔다. 그런데 블록버스터의 여주인공들은 보통 지나치게 전형적이지 않나. 처음에 ‘타워’ 제안을 받고 손예진이 출연을 고심했던 이유다. 남자주인공 설경구조차도 “이 영화를 (손)예진이가 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결국 손예진은 ‘타워’에 홍일점으로 합류했다. “블록버스터에 대한 로망은 없었어요. 드라마 특히 멜로를 좋아했죠. 그런데 ‘타워’의 제안을 받고 언제 또 이렇게 큰 영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될까 생각했어요. 호기심이 들었죠”라고 생각을 밝혔다. 물론 손예진이 ‘타워’를 선택한 것에는 선배 설경구에 대한 믿음도 크게 작용했다. 촬영 후일담을 물어보자 “육체적으로는 가장 힘들었어요”라고 몸서리를 쳤다. “넘어지고, 구르고, 악을 쓰고…한 장면을 찍을 때마다 마치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는 느낌이었어요”라는 등 끝없이 말이 이어진다. 출연 배우들은 촬영을 끝내고 밥을 먹으며 서로를 불쌍하게 여겼다고 한다. 이는 손예진 역시 마찬가지다. 손예진이 거지꼴을 하고 촬영했다니 영화가 더욱 기대가 된다.
손예진은 “불쌍함의 극치를 달렸죠”라며 털털하게 웃었다. “그래도 여배우인데 얼굴이 너무 지저분하게 나오면 어떡하나 걱정이 조금 되기는 해요. 그래도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해요”라고 했다. 그래도 현장에서 김지훈 감독을 비롯해서 설경구, 김상경, 김인권 등 모든 남자들이 여배우 손예진을 먼저 챙겼다. “너무 심하게 배려를 받아서 행복했어요. 추운 날 야외세트에서 촬영을 할 때도 ‘물놀이 하러가자’라는 등 표현을 쓰는 등 일부러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었죠. 육체적으로 힘들어도 금방 잊어버릴 정도로 현장이 즐거웠어요. 힘들고 위험하니 오히려 단합이 잘 된 것 같아요”라고 팀워크가 좋았음을 얘기했다.
손예진은 “데뷔 초기에는 저도 다른 여배우들처럼 수동적이었던 부분이 많았어요. 내 이야기를 남들이 하는 것 자체가 싫었죠. 당연히 방어적이 됐죠”라고 고백했다. 이런 손예진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누가 날 욕하면 억울했는데, 지금은 그럴 수도 있겠다고 편하게 생각해요. 성격 급한 것은 여전하지만 지금은 한 발 물러서서 초연하게 된 부분이 있어요”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여기서 한없이 까칠할 것만 같은 여배우 손예진의 소탈한 모습을 봤다. ‘타워’는 오는 25일 개봉한다. 올 해 크리스마스는 손예진과 함께해도 좋을 것 같다. 분명한 믿음을 주는 여배우다.
김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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