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의 ‘세월호 희화화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MBC가 사태 수습을 위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MBC는 10일 외부인사 오세범 변호사를 필두로 내부인사 조능희 기획편성본부장, 고정주 경영지원국 부국장, 전진수 예능본부 부국장, 오동운 홍보심의국 부장, 이종혁 편성국 부장 등 총 6명을 진상조사위원으로 임명했다. 조사위는 해당 프로그램 제작 관련자들을 조사해 부적절한 화면이 프로그램에 사용된 경위를 밝히고 재발 방지책 등을 논의해 발표할 예정이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외부인사 오세범 변호사를 포함시킨 이유는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최승호 MBC 사장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내부 구성원만으로 조사를 해서는 세월호 희생자 유족과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런 형태의 조사위는 MBC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이 사안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참시 제작진을 비롯해 MBC 측과 최승호 사장은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비난 여론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급기야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의 장면은 5일 방영분에서 포착됐다. 전참시 제작진은 개그우먼 이영자가 어묵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뉴스화면과 합성해 웃음 포인트로 활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뉴스 화면을 삽입해 논란을 낳았다. (모자이크로 가려졌다 하더라도) 세월호가 침몰하는 장면을 예능프로그램 배경화면으로 사용했다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심지어 그 내용이 어묵과 연관됐다는 점에서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어묵은 극우보수 커뮤니티 ‘일베(일간 베스트 저장소)’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언어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고의성’ 여부다. 단순 실수라고 해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만약 고의로 했다면 이는 사회적으로 큰 후폭풍을 몰고 올 수밖에 없다. 이날 한겨레는 ‘입수한 사건 경위를 보면 이는 단순 실수가 아니었다’면서 ‘제작진 가운데 조연출과 FD는 이미 이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자체 조사결과 확인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전참시 제작진은 “해당 뉴스 화면은 자료 영상을 담당하는 직원으로부터 모자이크 상태로 제공받은 것으로, 편집 후반작업에서 이를 인지하고 못하고 방송에 사용하게 됐다”고 해명한 바 있다.
전참시 제작진은 녹화 취소에 이어 결방을 확정짓고 재정비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에 앞서 이영자는 큰 충격을 받아 11일 예정돼 있던 녹화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나아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이하 방송소위)는 이번 논란에 대해 긴급심의를 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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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문제가 된 ‘전지적 참견시점’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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