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이 감독의 동성 성폭행 사건과 관련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KAFA의 은폐 사실을 확인하고 규정에 따라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진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건의 최초 인지자 책임교수 A씨는 사건을 은폐하고자 피해자에게 수차례 고소 취하를 요구했고, 이 감독 측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해 피해자에 불리하게 활용될 수 있는 증언을 했으며, KAFA 직원에게 이 감독의 소송 관련 요청에 협조할 것을 부탁하는 등 재판에 관여했다.
비단 A씨 한 사람만이 아니라 KAFA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전력을 다했다. KAFA 원장 B씨는 A씨를 통해 사건을 인지한 후에도 상급자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으며, 행정직 직원은 상부 결재 없이 이 감독에게 법원에 제출될 사실 확인서를 작성해주고 사후보고도 하지 않았다. 이 감독의 성폭행 사실과 피소 사실을 숨기기 위해 합심했으며, 이런 황당한 상황이 가능할 정도로 보고시스템이 엉망이었던 것. 덕분에 이 감독의 졸업영화에 대한 학교 차원의 지원 및 홍보는 적극적으로 이어져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 시켰다. 그 외 책임교수들 역시 피해자의 도움 요청에도 방관으로 일관했다.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의 사례로 영화계 내 권력관계로 인해 일어나는 성폭력의 심각한 상황이 이미 알려진 바 있다. 그런 가운데 조직 차원에서 성폭력 사건을 묵인하고 은폐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내 영화계의 성폭력에 대한 무딘 인식에 제대로 경종을 울리고 있다.
매 해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영화계에 발을 들이는 배우와 감독들이 수없이 많다. 친분이나 연줄 등 소위 말하는 ‘빽’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한국 사회에서 영화계도 예외일 순 없고, 그렇게 형성된 권력 관계 속에서 수많은 영화인들의 꿈과 열정, 더 나아가 인생까지 꺾이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영원한 비밀은 없다. 결국 영화계의 썩은 부분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고,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진위는 이 감독 사건과 관련 피해자에게 조사 결과를 알렸으며, 이런 일을 예방할 수 있도록 아카데미 내부 운영 체계를 점검하고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적극 모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배우 문소리, 임순례 감독, 남순아 감독 등이 모여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의 개소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조용한 것이 곧 평화는 아니다. 소란스럽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영화계 내 성폭력과 관련 썩은 뿌리를 뽑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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