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100m, 가운데 펜스 125m. 드넓은 잠실구장의 백미는 주루싸움이라고 한다. 일발 장타가 나오기 어렵고, 한 베이스 더 가는 주루플레이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과거 김경문 NC 감독이 두산을 이끌 때 ‘발야구’를 표명한 것도 그 때문이다.
올 가을은 다르다. 홈런이 뻥뻥 쏟아진다. 선선한 가을날씨에 목터져라 응원하는 팬들의 속도 시원하다. 플레이오프 단 2경기를 치렀는데 양팀 도합 10홈런이 나왔다. 17일 1차전 2회말 양의지의 솔로포, 5회초 스크럭스의 만루포는 뻥야구의 시작을 알리는 도화선이었다.
18일 2차전은 그야말로 대포쇼였다. 양팀 도합 26안타에 홈런이 10개였다. 1회말 박건우의 선제솔로포→2회초 지석훈의 동점 솔로포, 김성욱의 역전 투런포→3회말 김재환의 동점 스리런포→5회초 나성범의 재역전 투런포→6회말 최주환의 역전 결승포, 김재환의 쐐기 스리런포→7회초 스크럭스의 솔로포까지 홈런 상황에 경기의 흐름이 모두 녹아있다.
2차전 ‘8홈런’은 포스트시즌 경기 최다 홈런 신기록이다. 종전 7개의 홈런기록은 과거 대구시민구장(1999년10월20일 롯데·삼성 PO7)과 문학구장(2009년10월14일 두산·SK PO5)에서 쓰여졌다. 잠실구장 최다기록은 1999년 한화와 두산의 PO 1차전에서 나온 6개였다.
이런 장타쇼는 투수들의 부진보다는 타자들의 컨디션이 올라왔다는 분석이다. NC의 경우 롯데와의 준PO 5차전 9-0 승리하는 과정에서 타선 전체가 되살아났다. 반등의 흐름을 갖고 잠실로 올라오면서 리그 정상급 원투펀치인 니퍼트와 장원준을 두들겼다.
두산은 아예 장타력을 갖춘 팀이다. 가운데 몰리는 실투를 놓치지 않고 과감히 돌리면서 가을하늘을 가르는 백구의 아치를 수시로 그려낸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지만 올 정규시즌 170개의 팀홈런으로 SK(234개)에 이어 리그 2위에 올랐다. 한지붕 두 가족 LG(110개)와 비교하면 두산의 장타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1번부터 9번까지 홈런이 제로인 선수가 없다. 오재원과 김재호도 정규시즌 7개, 허경민과 류지혁도 3개씩 손맛을 봤다. 35홈런 김재환은 2차전에만 스리런포 두 방을 날렸고 에반스 오재일 박건우도 잠실 20홈런을 넘긴 파워를 갖췄다.
이제 20∼21일 3∼4차전의 전쟁터는 마산구장이다. 잠실구장에 비해 홈런생산성이 더 좋다. 좌우 펜스가 97m, 가운데 펜스가 116m다. 더욱이 상공에는 강한 기류까지 수시로 형성돼 타구가 뜨면 바람을 타기 쉽다. 투수들에겐 지옥이지만 장타력을 갖춘 타자들은 회심의 미소를 짓는 구장이다. 올 가을 플레이오프는 홈런시리즈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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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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